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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ntos 1 23화

방황 속에서 확신을 찾다

큐레이터 김진혁

by 아름다움이란

그림 보는 것이 좋아 전시장 가는 것을 즐기던 소녀. 그림을 보면 가슴이 몽실몽실 부풀고, 작품 속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감상 후의 감동을 들뜬 목소리로 친구들과 가족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미술을 전공으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고민을 했고, 행복의 조건에 대해 정의해 보며 신체의 건강도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 여겨 영양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하곤 하는데 그녀가 진로를 찾아가는 방법이 새롭고 재미있다.


전공을 살려 취업에도 성공했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방황의 끝은 퇴사였고, 어린시절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전시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일에 직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고 서른즈음 큐레이터라 직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큐레이터 진혁이 되었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큐레이터라는 명함을 가지면 큐레이터인가? 직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았다.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는지 생각하며 진짜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큐레이터라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고상하게 일하고, 그에 걸맞게 높은 보수를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들의 보수는 그리 높지 않고 비정규직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래서 그녀는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큐레이터가 되기 전에 진행한 것이긴 하지만 길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려주는 ‘당신의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 전시 ‘#24시간이 모자라’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인스타그램에 ‘#큐레이터의 사생활’이라는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며 자신만의 판을 만들었다. 매체는 항상 변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전시가 달라지는 매체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감한 실험에 예술을 전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자,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 그래서 신입기획자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하라고 권한다. 대안공간,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판을 펼치라고 말한다. 현 세대에 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판을 까는 것.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데 힌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가끔 청소년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곤한다. 그렇다면 더 빨리 큐레이터가 되기로 결심했을까? 아니다. 영양학을 전공하고 다이어트 회사에 근무했던 경험이 지금 자신의 일을 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큐레이터로 처음 일했던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다루는 곳이었고, 자신이 가진 백그라운드가 큰 도움이 되었기에 다시 돌아간다해도 돌고돌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한다. 헤매고 헤매다 이루고 얻은 것들이기에 더 값지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헤매는 것도 다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정말 값진 방황의 시간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쉴 때도 미술관에 가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인생에 문화 예술 밖에 없는 것이 고민이라는 그녀.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을 타고났고,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자신이 가진 재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가 내내 부러웠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열심히 해도 때로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명사가 아닌 동사와 형용사로 정리하는 시간은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다. 앞으로도 그녀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아트워크를 하는 것, 정말 멋있는 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앞으로 펼칠 실험과 도전이 매우 궁금해진다.





대안공간: 미술관이나 화랑의 권위주위와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미술가의 제작 활동과 유기적으로 결부된 비영리적인 전시공간. 다양한 실험적, 예술적 시도를 지원하는 미술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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