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RYO
평일 아침 8시 100여 명이 줄을 서고, 그 줄이 오후에도 이어지다 빵이 다 떨어져야만 한산해진다는 곳. 최근엔 네이버 맛집 전체 검색어 1위, 서울에서 꼭 들려야 할 맛집이라는 곳. 바로 런던베이글뮤지엄이다. 도넛 모양의 딱딱한 빵이 담백함과 쫄깃함 말고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침마다 이런 풍경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다면 그 대기 줄에 합류해보길 바란다. 매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단지 빵의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장 내부의 분위기는 결코 담백하지 않다. 따스한 봄날 유럽의 어느 한적한 도시에 방문한 듯한 느낌,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의 마음을 그대로 사로잡아버리는 이 곳은 누구의 손에 의해 탄생하게 되었을까?
나무 박스 안에 쌓인 갖가지 소금빵의 맛을 보려면 웨이팅은 필수라는 안국동의 아티스트 베이커리, 빈티지한 플레이트에 올려진 오밀조밀 예쁜 스콘은 마치 전시를 해 놓은 것처럼 느껴지는 익선동의 카페 하이웨스트, 한 조각을 채 먹기도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묵직한 파운드케익 맛집인 연남동의 카페 레이어드에 이어 런던베이글뮤지엄까지 모두 한 사람의 감각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분명 카페인데 이곳은 아티스트가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은 것 같다.
RYO는 20년간 패션업계 MD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패션을 넘어 요식업계의 유행을 만드는 디렉터로 입지를 굳혔다. 패션업계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행복하게 일하는 건 이 세상에 없다’고 믿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런던 여행 중 카페에서 만난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일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신을 뒤흔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카페를 만들어 갔다. 그녀의 성공은 20년간 패션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 그렇게 생긴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성비보다 자신의 취향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정판을 구매하는 데 비싼 가격을 선뜻 지불하거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맞다면 과감하게 소비하고, 맛집을 방문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도 아까워하는 않는다. 소비 패턴에 분명 많은 변화가 일고 있으며, ‘디토소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개성과 취향이 다양해진 소비자들이 대상과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며 소비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RYO는 젊은이들에게 요즘 매체 안에는 너무 볼 거리가 많아 정작 본인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 자신을 봐야 할 시간에 남이 해 놓은 무언가를 보고 자꾸 자기를 설득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먹는 경험을 하고 그것을 자기식으로 표현해보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장점을 알아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자기식으로 했을 뿐인데 사랑받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니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녀가 완벽하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은 하루아침의 결과물은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기에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녀의 SNS에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사랑스럽다는 표현에 공감할 것이다.
우리도 나름 핫하다는 곳에 방문해서 줄을 서본 경험이 있다. 오랜 시간 뜨거운 태양 아래 긴 기다림 끝에 들어간 곳에서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온 경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곳은 당신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SNS에 사진 한 장 인증하기 위해 지루한 기다림을 하고, 먼 길을 가는 수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곳에 다녀왔다는 인증보다 그 장소가 사람들에 사랑받는 이유를 찾아보면서 트렌드를 익히고, 공간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라.
모두가 RYO 같은 확고한 취향을 가지지는 못하더라도 자기다움을 이해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MD: merchandiser의 약자.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디렉터: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
디토소비: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단어 ‘ditto’에서 유래된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 자신의 취향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한 과거 모방 소비와 달리 자신과 외향이나 취향이 비슷한 대상의 소비를 추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Chat GPT가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준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