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손원평
출간 5년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된 스테디셀러, 미국 아마존 베스트복 선정, 아시아권 최초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이라는 기록을 가진 소설 ‘아몬드’. 아직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으니 아마도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세상에 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로,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 작품을 쓴 손원평 작가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녀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영화 학교에 입학하고, 영화 평론상을 받기도 했으며 소설 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그냥 써본 소설이 신춘문예 최종심에 들기도 했다. 손대는 일마다 잘 되던 이때 자신이 아주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 후 10년간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싹뚝 잘라버린 것 같이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시나리오는 배우들과 투자사에서 매번 거절을 당했고, 끊임없이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계속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녀의 20대는 고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데도 점점 고지와 멀어지는 것 같은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너무 오랜 꿈이었기에 재능도 없고 운도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그녀는 글을 쓰거나 영화를 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을 변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에 5분씩 여러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고, 매일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매일 10분 기타 연습을 했다. 이제 그녀는 약간의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고, 틀어졌던 몸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코타로 오시오’의 ‘트와일라잇’이라는 곡을 외워서 칠 수 있다. 그녀는 성공이나 실패와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일들을 통해 자신이 변화되어 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실패는 계속 되었지만 눈물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도 계속 쓰면 적어도 글은 남을테니 조금씩 실력이 쌓이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아몬드’ 조차 공모전 예선에서 떨어져 폐기하려고 까지 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거절당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 자신의 기준에만 멋진 작품일 수 있다는 생각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 더 평가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른 공모전에 출품하여 뒤늦게 당선이 되었다.
그 후 오랜 영화감독의 꿈도 이루었다. 영화감독을 꿈꾼지 19년 만에 ‘침입자’라는 작품을 개봉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럼 그녀는 실패한 사람일까?
성공과 실패는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인데, 이제 그런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먹었기에 그녀는 그것을 결코 실패라 여기진 않는다. 오히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든 소중한 작품이기에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금 어떤 결과든 담당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묵묵히 해나가는 중이다. ‘아몬드’가 너무나 큰 대중의 관심을 받아 차기작이 이전 작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받을까 두려울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작가의 조언대로 성공과 실패라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길 바란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낙담하고 좌절하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성적 또한 상대적인 기준이 아닌가. 오늘 내가 10개의 단어를 외웠다고 당장 성적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어제는 몰랐던 것을 오늘은 알게 되었다. 조금의 변화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이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오늘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성공의 경험치를 늘려나가면 좋겠다. 그리고 성공한 자신을 충분히 칭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