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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다면 어디든 무대가 된다

헤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by 아름다움이란 Feb 23. 2025

무용이 인생의 전부인 제주소녀가 있었다. 어느날 부모님에게 가정의 경제 여건이 안 좋아져 무용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전해 듣고, 무용가로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꿈을 잃은 소녀는 공부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그런 소녀를 선생님들은 ‘대포’(대학포기자)라 불렀다. 언제부터인지 소녀의 마음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건 왜 그런건가요?’, ‘그게 학생의 본분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선생님에 대한 반항심이 아니라 정말 궁금했던 것 뿐인데, 선생님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할수록 관계는 점점 나빠져 갔다.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20여 년 전 문화적 낙후지역인 제주에서 10대인 소녀가 우연히 보게된 뮤지컬을 통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국민대학교에 뮤지컬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웠을 법도 하지만 교수님은 이 당찬 여고생에게 연기를 먼저 공부해보라며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해 주셨고, 그렇게 연기는 그녀의 삶으로 들어왔다.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문제아라는 말이 아닌 칭찬을 들었다.


꿈이 생기기 전 9등급이었던 성적이 3등급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목표가 생기니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기에 견딜만했다. 한예종에 진학하여 공부하던 이제 청년이 된 그녀에게 꿈을 포기해야 하는 또 한 번의 순간이 찾아온다. 고향에 간 소녀에게 부모님은 어촌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전했고, 부모님과 머리를 맞대고 해녀들이 채취한 수산물이 어떻게 하면 제값에 팔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꿈을 쫒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제주에 남아 부모님을 돕기로 결정한 그녀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20대에 불과했다.


 ‘해녀의부엌’ 김하원대표의 이야기다. 해녀의부엌’은 해녀들의 삶을 연극으로 공연하고, 그분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요리로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다. 모두가 안될거라고 했지만 과감하게 도전하여 꿈을 비즈니스로 연결시켰다. 현재는 평균 예약률 96.8%에 달하는 아주 핫한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아 제주에서 2호점을 내고 싱가포르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연극과 다이닝. 다소 생소한 조합이지만 그녀가 제주에 남기로 했을 때 떠올린 것은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뉴욕에 있는 한 햄버거 가게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망생들이 서빙을 하다가 테이블이 무대가 되면서 노래를 부르고 위층에서 서빙하는 사람은 화음을 넣는다는 곳. 연기과 학생에게도 충격적이었던 이 이야기가 해녀의부엌의 첫 시작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해녀의부엌’에서는 해녀들이 자신이 채취한 해산물로 직접 요리를 하고, 연기자들은 해녀의 삶을 무대에 올린다. 손님은 모두 관객이 된다. 못 쓰는 창고를 개조하고 해녀를 설득하는 일이 필요했다. 우리의 부끄러운 삶이 무슨 연극의 소재가 되겠냐며 손사레를 치던 해녀들을 설득해 그녀는 결국 한 팀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삶이 공연으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관객이 되어 자신의 삶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나도 잘 살아왔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해녀들에게 힘겨운 인생에 대한 상처를 치유받는 경험을 선물했다. 


꿈은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을 가졌다. 나는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에게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되묻는다. 그녀의 첫 번째 꿈이 좌절되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마 해녀의부엌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지 모른다. 뮤지컬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도전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가는 용기가 현재의 그녀를 있게 했다. 


꿈이라는 것은 수면하는 시간에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깨어있을 때, 자신의 관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무엇이든 하다보면 무엇이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무엇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보자.


사상가이면서 시인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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