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mentos 1 17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번째 도전에서 깨달은 것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by 아름다움이란 Feb 21. 2025

누군가의 한마디가 인생을 크게 변화시키도 한다.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던 말썽꾸러기 초등학생이 자신을 믿어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승건아 기대할게, 앞으로 잘하자’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미친 듯이 공부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 점수가 오르고 자신감이 생겼다. 


높은 성적으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똑똑한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학습 능력의 차이를 느껴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세상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 가치관, 철학 같은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지 못했고, 공부머리보다는 마음을 채우고 싶어 일주일에 5개의 독서 모임에 나가며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키웠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섬 암태도 보건지소에서 3년간 군 대체복무를 하면서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사회에 참여해야한다는 장 자크 루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야겠다는 뜻을 품었다. 


국내 네 번째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의 이야기다. 기업명은 생소하지만 토스는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아이들은 ‘토스해’를 ‘송금해’의 의미로 사용할 정도로 쉽고 간편한 서비스로 간편결재 앱은 이용자 수가 1위에 오른 지 오래다.


창업을 결심한 후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배워두었던 코딩이 큰 힘이 되었다. 경영은 몰랐지만 기술에는 관심이 많았고, 기술을 이용하여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12년 전 2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1년 4개월에 거쳐 ‘울라블라’라는 소셜네크워크 서비스를 만들었다. 세상을 더 재미있고 유쾌한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동기만큼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서비스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없었다. 실패를 인정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로도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도전하도록 격려해주신 부모님은 실수나 실패에도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주셨다. 덕분에 겁 없는 도전이 계속되었고 8번의 실패를 했다. 


성공은 실패가 주는 패배감을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두려움 없이 시작한 토스는 그의 아홉 번째 사업이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간편하게 송금하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놓았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한 송금서비스를 무슨 신생 벤처기업에서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금융 업무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해보겠다는 사명에서 시작했지만 토스 출시 2개월이 되었을 때 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송금 방식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기에 정부의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가 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은행을 찾아다니며 토스 서비스를 홍보했다. 정부는 간편결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를 재검토했고 약 4년 만인 2015년 2월 토스를 정식 출시했다. 우려 속에서도 출시 1년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돌파하고 현재는 약 3,400만 건을 돌파했으며 2030세대 사이에서는 토스가 필수 앱이 되었다. 


창업 초기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협업의 경험 부재였고,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협업의 가치였다. 그는 각자가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야 하며 팀 내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신뢰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 가면 더 빨리 갈 수는 있어도, 오래 멀리 가기는 힘들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고 기다려주기, 손을 잡고 끌어주기를 하면서 천천히 페이스를 맞춰야 결과적으로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팀원들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어야 한다. 8번의 실패에도 9번째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기에 현재 국내 핀테크의 개척자라고 불릴 수 있었다.     


 



유니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약 1조)의 스타트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

핀테크: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로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정보기술(IT)이다.

이전 16화 끝나지 않는 도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