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성장 중입니다.
으아아아앙 엄마!!!
아이가 잠에서 깨 나를 부른다.
억지로 눈을 떠 시계를 보니 5시 반이다.
하... 조금만 더 자지
밖이 이렇게 깜깜한데 왜 벌써 깬 거야.
칭얼대는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다시 잠들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토닥여 보지만 이미 잠이 달아난 아이는 거실에 나가 놀자고 난리가 났다.
도와달라고 남편을 흔들어 깨워보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빠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엄마!! 엄마!! 정말 깊은 한숨과 짜증이 절로 밀려오는 순간이다.
유난히 잠이 짧은 아이
풀타임 육아에서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던 아이의 낮잠시간은 두 돌이 조금 지나면서 없어졌고, 가끔 피곤함에 지쳐 차를 타야만 겨우 잠을 잔다. 남편이 집에 있을 땐 눈치 봐가며 교대로 쉬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풀타임 육아가 시작되었으니 아이가 깊이 잠든 밤이 돼야만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제는 밤에 강의도 있었고, 깊이 잠을 들지 못해서 수시로 깨며 아주 얕은 잠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새벽녘에야 겨우 깊은 잠에 들었는데 아이가 일찍 깨버린 것이다.
거실에 끌려 나와 마지못해 앉았지만 도무지 잠이 깨질 않았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 무한히 책을 가져온다. 졸다가 읽어주다가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야 날이 밝아온다. 진한 커피 한잔을 내려 빈속에 카페인을 채우고 정신을 차려본다.
휴 오늘 하루 정말 길겠다.
정신없이 아침을 차려 먹이고 양치를 하는데 그제야 아이가 짜증을 내며
"여기 아파 여기 (양치) 하지 마." 한다
아차 싶어 입안을 보니 빨갛게 잇몸이 부어있다. 왼쪽 마지막 어금니가 나려나보다. 어젯밤에도 별말이 없길래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그저 새벽에 이가 아파서 깬 거였다. 새벽 내내 인상 쓰고 짜증을 냈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며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철없는 엄마는 늘 이렇게 깨달음이 한 박자 늦다.
며칠 전 미타임 송년회에서 멘토님께서 한 해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화를 냈던 사람이 누군가 라는 질문에 나는 아이를 뽑았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해 준 사람은 누군가 라는 질문에 또 아이를 뽑았다. 그렇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웃게 해주는 그 천사 같은 아이에게 나는 너무나 쉽게 인상 쓰고 화를 내고 있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라는 존재를 아이에게 보냈다고 했던가 어쩌면 신은 철없는 엄마를 철들게 하려고 천사를 나에게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이었다. 미안해 나의 천사. 엄마가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