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의 기록 끝에서
22년 1월 2일 부로 공식적인 남편과의 공동육아는 마무리되었다. 3일부터는 남편은 재택이지만,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3주간 입사자 교육에 들어갔다.
"봄이 안녕 ~ 엄마랑 잘 놀고 있어. 아빠 일하고 올게."
하는 인사와 함께, 서재방의 문이 달칵 닫히는 순간, 남편은 직장으로, 나는 봄이와의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에 남편이 재택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했을 때, 내심 지난 3개월간의 공동육아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교육은 받지만 집에 있으니, 뭐 비슷한 상황이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육도 엄연히 업무의 연장이므로, 정해진 시간에 잠시 휴식, 점심시간 외에는 칼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놀자고 조르는 아이를 데리고 식사를 준비하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며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던 참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아빠를 일과시간에는 더 이상 찾지 않았고, 이전의 일상에 별문제 없이 잘 적응하는 듯했다. 나만 빼고...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점심시간이 1시간 남짓 주어지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어쨌든 나는 남편의 점심시간에 맞추어 밥을 준비해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남편은 잠시 앉아 쉬더니 커피 한잔을 내려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 설거지며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이는 잠시의 틈도 없이 또 놀자고 성화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난 3달 동안 늘 해오던 대로, 밥을 차리고 뒷정리를 할 뿐인데, 내가 주방에서 일을 할 동안 아이와 놀아줄 남편이 옆에 없다. 이전에 늘 해오던 일이었음에도 다 잊고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지난 세 달이 맨날 돌 밥돌 밥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할만하다고 느낀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지난 3달간은 밥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주는 일은 남편에게 위임했다. 같이 외출하는 날을 제외하곤,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으므로 나도 내 나름대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시간이 할만하다고 느꼈던 건 어쩌면 아이와의 시간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곁에 있으면 아이는 주방에 와서 놀자고 매달리는 일이 적었고, 그러니 나는 마음 편하게 밥하고 뒷정리까지 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좁은 집안에서 함께이지만, 심리적인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그 시간 동안은 내 마음껏 뭐 든 할 수 있으니, 그만큼 덜 힘들었던 것이다. 육아 동지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칼같이 서재로 돌아가는 남편이 괜히 얄밉게 느껴지는 건 내 그릇이 작기 때문일까... 남편도 교육이 편할 리만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앉아 듣는 교육이 생각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당신이 애랑 놀아. 내가 대신 거기 앉아 있고 싶다 라는 말이 입술까지 나오다 만다.
빨리 마음을 다 잡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길에서 나만 아직 적응을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언제쯤이면 나는 이 자리가 그냥 마음 편하게 느껴질까... 늘 어렵고 힘들다고 헤매다 아이가 어느덧 자라 내 품을 떠날 때쯤이면 후회하게 될까... 머리는 알면서도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는 내 마음이 가끔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