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과 기관 교육 그 갈림길에서
우리 아이는 아직 기관에 다니지 않는다. 정확히는 작년 3월 1주일 정도 등원하고, 열감기로 아픈 바람에 그 길로 어린이집을 관둬버렸다.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1년은 줄곧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한다는데, 그런 과정을 겪기엔 아이가 너무 어리게만 느껴졌다. 내가 전업주부이므로 당장 복귀해야 할 직장이 없다는 사실 또한 어린이집 퇴소를 결정하는데 한몫했다. 그렇게 다시 기약 없는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에 가정보육이 좋다, 기관 교육이 좋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남겨본다.
이 고민이 가장 심하게 하는 때가 요즘이다. 긴긴 겨울 외출도 쉽지 않고, 대부분의 날들을 집콕하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쳐있는 데다, 곧 신학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도 기관에 보낼지 말지를 치열히 고민하다, 주변에서 다들 두 돌 즈음이면 으레 보낸다고 하기에, 유일한 동네 친구 한 명도 입소를 결정했다기에 입소를 결정했었다. 올해는 더군다나 4살이 되니, 어린이집 보내라는 권유를 더 자주 받는 편이다.
천성이 사교적이지 못한 데다, 출산을 하면서 타 지역으로 이사 온 나는 동네에 친한 친구도 거의 없어서 대부분 아이와 둘이 다닌다. 아이가 걷지도 못하던 시절 유모차를 밀고, 앞에는 아기띠를 상시로 메고, 등에 기저귀 가방을 메고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제법 잘 걷고 말이 통하는 아이와 외출하는 일은 좀 수고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럭저럭 할만하다. 평일엔 어디를 가도 전세 낸 듯 놀 수 있어서 요즘 같은 때엔 외려 마음이 편하다. 물론 삼시세끼 밥 차리고, 내 시간이 하나 없이 오롯이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 고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또 그만큼 아이와 찐하게 뒹구니 좋기도 하다. 그렇지만 평일 낮에 놀이터에만 나가보아도 아이이 또래 친구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기관에 보내서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또 어린이집 아이들이 산책 나온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내 욕심 때문에 아이를 외롭게 하는 건가 라는 괴로운 마음이 든다. 마음이 매 순간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이다.
아이가 잠든 이후 1-2시간이 유일한 내 시간인데, 이 시간들로 내 성장 욕심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잠을 줄이기엔 체력도 부족하고 다음날 아이와 놀 때 온종일 졸아댈게 뻔하니, 쉽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4-5살은 가정보육의 꽃이라는데, 그 꽃을 한번 피워보고 싶은 욕심이랄까. 언제 또 이렇게 품에 끼고 살 시간이 올까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를 보면 아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정말 매 순간 고민하지만,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이가 기관에 다닌다고, 아이와 관계가 멀어지거나 추억 쌓을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닐 텐데 왜 이렇게 고민이 되는 걸까.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늘 바쁘셨던 엄마와의 기억나는 진한 추억이 많지 않다. 할머니 집으로 외갓집으로 고모집으로 어디든 엄마 아빠 없이 뚝 떨어져 심심했던 기억이 자주 난다. 첫째라서 사랑을 듬뿍 받을 때도 있었지만, 몸이 약하게 태어난 동생이 자주 아프면서, 엄마의 관심을 동생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어린 시절에 내가 떠올라 그 허전했던 마음을 꽉 채워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어디든 데려가고 싶고, 뭐든 함께 하고 싶고, 그래서 아이가 한 번이라도 더 웃고 좋아하면 그걸로 마음이 채워진다.
가정보육을 오래 하셨던 분께 이런 고민을 여쭈어 본 적이 있다. 기관을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결국 엄마와 아이의 성향에 맞혀 결정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분과 아이의 성향이 기관보다는 가정보육이 잘 맞았고 좋았기에 오래 할 수 있었을 뿐, 만약에 힘들게만 느껴졌다면 기관에 보내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참 명쾌하다고 느꼈으면서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게 나의 마음이다. 누가 답을 딱 내려주면 좋으련만, 장단점을 아무리 놓고 저울질을 해 보아도, 늘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내 마음. 언젠쯤이면 내 마음의 소리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