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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들이 가정주부에게 요구하는 것


나는 무직이다. 앗 현타.. 흠... 경단녀라는 말이 더 낫겠군. 즉 현재 사회적으로 딱히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부여받지 않는다. 집안에서 살림 잘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평가기준(남편 입장)이자 주변 시선에 부흥하는 방법이다. 일단은. 사회적으로는 가정주부라는 직업군에 속하지만, 것도 맘에 안 든다. (사회 불평분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일부에선 그 노동의 가치를 매겨서 돈을 요구할 수 있다 어쩐다들 하지만 나는 내 가정에서의 노동이 직업으로 자리 잡아 돈을 받고 일을 할 만큼 집안일에 헌신적이지 않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마치 이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내 길이 아닌 것 같은 직장이나 직군에서 일하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젊은이들에게는


1.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고 도전과 실패를 통해 여러 가지를 부딪혀 봐야 진정 원하는 길을 알 수 있다 라며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것,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 격려한다. 열정 페이는 나쁘다 등등(나도 동의한다 나도 회사에서 그지 같은 열정 페이를 받으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버텨봤으니까 개눔들..)


2. 그리고 버티긴 버티되 일단 1~3년만 버텨라 그리고 실력을 쌓아서 이직하면 된다라고 조언을 한다. 버텨도 그냥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연차다. (결혼을 일단 발을 담그면 기본 10년에서 50년 ㄷㄷㄷㄷ)



그런 조언이 우리 엄마들에게도 해당되는 걸까? 20~30대 직장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이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여자가 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들 하던데, 아이러니 하게도 결혼 전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 머리카락이 파뿌기가 될 때까지 알콩달콩 서약서에 싸인만하면 결혼은 반쯤 성공했다는 뇌피셜을 주입한달까... 


우리 엄마가 인생 선배이자 경험자니까 알려주었을 거라고?

아이가 결혼을 할 때면 혈기왕성했던 여성들은 장년이 된다. 아마 본인들도 발버둥 쳤겠지만 사회 분위기상 이런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고 그러다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을 얻어 가며 현재 그 자리에 스며들게 된 된 것이다. 다른 차선을 시도해 본 적도, 발견해 본 적도 없었는데 뒷감당을 어찌하려도 감히 그런 얘기를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런 불확실한 얘기를.. 우리 아이는 안 그러리라고 믿으며,, 그나마 내가 경험한 길, 많은 사람들이 가는 '결혼'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 더 낫지.


그리고 그 나이쯤 되면 뭔가 되고픈 열정, 나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정은 한참 한참 식은 뒤일 거이다. 노후 준비가 잘 돼서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존재하듯... 다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 괜찮은 자리에서 꾸준히 돈을 벌어왔거나 사화적인 지위가 있는 중장년의 여성들은 "결혼을 꼭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해 주기도 하드라. 암튼 가정에서 우리가 처해질 역할에 대해서 준비에 대해서 듣지 못한다.(요즘은 젊은 이들도 비혼, 딩크 같은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런 단어들이 쉽게 사용되지 않았었다)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그 후속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기다린다. 애기는 언제 가질지, 아이는 몇 명 나을지.. ㄴ리즈 시절의 몸매를 뽑내며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섰던 신부는 어느새 가족을 형성해야 하는 생산자로써 역할이 정해지게 된다. 참 생각할수록 난센스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과 대학이 우리의 모든 것인 것처럼 주입하며,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일꾼으로 키우려고 하더니 취업해서 몇 년 일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12년 간의 배움이 무색하게 집안일 잘하고 애를 낳아야 하는 역할을 새롭게 부여시켜 준다. 워킹맘을 할 때도 남편의 눈치를 보며 아이와 관련된 것은 내가 다 처리해야 했으며(맞벌이는 내가 자처한 부가적인 일일 뿐이었고 주 경제활동자의 심기를 안건들여야 했다, 우리집은) 나의 일이 아이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시에는 책임을 지라는 엄포를 들었던 지라..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린다. .. 비록 지금은 다시 전업이지만...



이런 가정주부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사회가 해 줄 수 있을까? 결혼을 하면 자신의 한계와 주제를 알고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의 역할에 충실해라? 나의 적성에 맞게 삶을 계획하고 성취하며 고민하라는 그 윤리 교과서는 다 찢어발기고 실과 과목을 되살려 미래 나의 주부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도록 중요 과목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맞다는 말인가? (나만 너무 흥분했나요..??)


만약 이 새로운 역할이 본인의 적성에 맞다면 너무나도 행운이겠다. 아이와 남편을 케어하고 청소와 요리를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마샤 같은 오너도 가정주부라는 직업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은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회사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 어쩌고저쩌고, 소비자의 기호를 맞춘 AI 기반 정보제공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가정주부는 사회에서 보는 시선이 단일화되어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쓰는 것도 일각에서는 팔자 좋은 소리 한다고 할 수 있지. 오케 접수. 현재까지 팔자는 좋다고 말할 수는 있다. 적어도 난 돈을 벌러 맞벌이를 할 필요도 없고 남편이 갖다 주는 돈 아껴 쓰고 가정의 핵심 일꾼들이 사회에서 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조력자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네 쓰다 보니.. 내가 쓰려고 했던 처음 주제랑도 너무 빗나가 있고...ㅋㅋ 뭐지 응어리가 많냐.. ㅋ 하지만 이 이야기들이 처음 주제와 맞닿아 있는데 얘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나... 침착하게)



나는 머슬로의 5단계 꼭짓점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일단 결혼을 하는 순간 젊은이에게 했던 삶을 한번 부딪혀 보라는 그럴싸한 충고는 결혼한 기혼 여성들은 예외라는 단서가 붙는다. 나이가 적든 많든, 20대에 결혼을 했든 40대에 결혼을 했든 그냥 가정주부고 그녀들이 해야 할 일은 집안일, 양육이다.(요즘은 많이 바꼈지만, 그런데 그게 또 맘에 걸리는게 경제적은 이유로 과거에는 당연하게 했던 선택들을 고민하고 회피하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안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워킹맘이라도 집안일을 부인 몫, 남편은 도와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인식이 아직 팽배하다. 전업맘이라면 빼박. 결혼 전에는 애 낳기 전에는 나도 잠깐만 쉬고 일을 다시 해야지 생각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나는 기혼여성이 되어 버렸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나의 자리는 사회가 아니라 가정인 것이다.  나에게 세상 친절했던 남자 친구가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가려는 나의 의지를 그렇게 처절하게 꺾고 싶어 할 줄이야... 그래서 오기가 생기다가 몇 번의 발버둥 후에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나의 의지와 능력은 사회제도와 관습이라는 더 큰 벽에 부딕혀 사라지게 된다.....


감히 지금 나의 이 처지가 워킹맘들의 집안일과 사회생활의 이중고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보다 애절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똑같이 돈 벌고 일하는데 남편이 집안일을 온전히 아내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 얼마나 답답하고 화날까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그래야 하는 분위기에 의해 가정주부라는 타이틀을 달았는데 그런 삶만이 주어진다?? 어떤 공부를 했었고 어떤 학위에 커리어가 있었던 그건 결혼 전 이야기고 결혼을 하면 우리의 지위는 재배정되니까.


경단의 기간이 늘어나면서 나를 환영해 주는 곳도 없는 데다가, 예전처럼 일할 엄두도 용기도 사그라지면서 수동적으로 전업 생활에 젖어드는 것을 나는 극도로 경계하고 무서워한다. 내 첫 번째 의무는 집안일이라고 인정하며 최우선 순위로 삼게 된다면 과거의 나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인정한 순간 그냥 부엌데기가 되어 버릴 것 같은... 앞으로는 내 이름으로 살 수는 없을 거라는 불안감 나이가 먹어도 이런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뭔가 내 안에서 타다만 불씨가 아직 연명하고 있는 거 같다. 이 불안감은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안감이다.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주제를 모르는 헛된 꿈이라 생각하겠지만... 모 이미 현실은 부엌데기라도 내 안에서 뭐가 꿈틀거린다고 말이야~~ 으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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