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12사람 - 빗물구름태풍태양
노래는 도구가 따로 필요하지는 않죠.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와 리듬만 주어져도 부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대화 수단이자, 음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대로 전자 음악은 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깊고, 컴퓨터의 가상 악기 등 도구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가 더해진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극단적으로 전혀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섞이는 모습은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지고는 해요. 그래서 제가 보컬이 들어간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접한 이 장르는 캐스커의 2집 앨범 Skylab이었어요.
오늘 소개할 가수는 사람12사람입니다. 2013년 12월 12일 발매된 첫 데뷔 앨범의 이름은 빗물구름태풍태양이며, 동명의 곡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어요. 다섯 곡이 수록된 EP 앨범이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날카로우면서도 독특한 음색을 가진 보컬 정음과 추상의 기계적 음을 제어하는 은천의 하모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12사람이라는 뜻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12라는 연관성을 드러낸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12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나이가 12살 차이라던가요.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빗물구름태풍태양의 후렴구 네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 변주하는 기계음이,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변화하면서 곡의 분위기를 제어하는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인간의 숙명론적인 불안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어라는 느낌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밤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루 종일 기대에 맘을 적시고
이렇게 고요한 적막한 밤이면
하루 종일 썩어 문드러져가 나는
여기에 조금 더해보자면 한국의 모더니즘 시인인 김광균 시인의 와사등이라는 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1930년대의 시인과 현대의 일렉트로닉 밴드의 공통적인 주제는 현대 사회의 고독과 비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숙명적인 고민이 시대를 관통해 다른 형태로 전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雜草)인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皮膚)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2015년 11월 23일 발매된 두 번째 미니 앨범인 feels too letter에서 어쿠스틱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캄캄한 밤은 사람12사람의 음악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심상을 울리는 가사가 더욱 시처럼 느껴졌어요. 얇게 저민 칼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운드 클라우드의 위젯이 첨부되지 않아 링크를 남겼습니다. 한 달 전에 업로드하신 음악이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세 번째 EP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앨범도 굉장히 기대가 되네요.
오늘은 이렇게 모더니즘 시와 연관 지어 제목을 지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부담이 느껴지고는 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어떤 식으로 전할 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봐주셨고, 반응을 해주셨는데 브런치는 처음인지라 좀 어색하네요. 글 쓰는 플랫폼이라던가, SNS는 거의 이용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앞으로는 저도 하나하나 찾아뵈어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고, 라이킷을 남기려고 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