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Fi - Hard to beat
영국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한 세기 이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강대국이었죠. 다만 대다수의 식민지들이 독립한 지금은 그 영토가 굉장히 축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문화적 영향력은 여전히 굉장한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간단히 살펴봐도, 셰익스피어와 비틀즈와 해리포터의 산실이니까요.
영국은 아직까지도 혈통에 따른 태생적 특권 계층이 인정되는 군주제 국가이며, 귀족 신분이 현재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시간에 걸쳐 관습적으로 형성된 문화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영국에는 계급 문제와 대규모 감시가 사회의 오랜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래서 아래 이미지는 굉장히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영국의 빅 벤(Big Ben)과 이를 지켜보는 가로등 위의 CCTV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해외 언론들이 영국의 대규모 감시 문제를 다룰 때 이런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례가 된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할 노래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닌 2000년대 영국의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한 Hard-Fi의 1집 노래들입니다. 2003년에 데뷔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2014년 이후로 큰 활동은 없는 그룹이에요. 장르는 인디 록, 얼터너티브, 댄스 펑크 등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1집의 앨범명은 Stars of CCTV입니다. CCTV의 스타들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어요. 이 가수들을 선정한 이유는 노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중하류층 계급의 신인 록 가수였다는 점이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이 밴드의 이야기는 침실이나 주점(펍)과 같은 곳에서 1집 앨범을 녹음했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스튜디오 환경에서 녹음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300유로를 모아 방을 스튜디오로 개조하는 과정이 유튜브에 남아있기도 합니다. 기타는 왜 부수는 걸까요?
앨범 커버의 디자인도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 듯 보입니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CCTV의 이미지와 앨범의 제목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설명하고 있어요. 밴드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이 앨범에 포함된 동일한 이름의 곡 Stars of CCTV에서 감시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가사의 첫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죠. 물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방적인 비난의 방식이 아닌, 우회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하는 듯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하고 있지만,
안전함을 느낀다는 반어적인 내용이 첫 가사에 적혀있어요.
And every move that I make
Gets recorded to tape
So somebody up there
Can keep me safe
록으로 분류되지만, 1960년대의 소울 음악과 댄스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리드 보컬인 리처드 아처(Richard Archer)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는데,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이고 열정으로 소통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랑과 같은 주제의 흥겨운 노래도 있지만, 계급 사회를 묘사하는 노래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밴드의 가장 유명한 두 곡인 Hard to beat와 Living for the weekend를 조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공식 채널에서 영상을 더 가져왔습니다.
인트로의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Hard to beat는 이 밴드의 가장 유명한 노래입니다. 국내외 광고에서 들어본 것 같은 기억이 나네요. 아마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듯해요.
반면에 Living for the weekend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노동 계급, 즉 워킹 클래스(Working class)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기억나는 댓글이 하나 있었는데, 번역해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노래는 영국 문화를 요약한 것입니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힘들게 번 임금을 술에 취하는 것에 탕진하죠.'
자조적인 농담으로 여겨지면서도, 몇 년 전에 등장했던 욜로(YOLO)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물론 둘 사이에 차이점은 있겠지만요.
제가 가진 생각은 주말에 꽐라가 되는 영국의 청춘이든, 욜로로 사는 한국의 젊은이든, 무조건 문제로 바라보거나 탓할 수만은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억지로 일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했거든요. 보이지 않는 계급을 뛰어넘으려 수없이 노력하고, 이에 지쳐버리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음이 좀 복잡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한계를 부수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다시 요약해보자면, Hard-Fi의 Stars of CCTV 앨범은 영국의 사회 문제를 온전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대항하고 싶었던 신인 밴드의 패기 넘치는 1집 앨범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이 밴드가 오래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좋아하던 록 음악의 쇠퇴가 아쉬워지는 것은 이런 것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사회에나 문제가 있고, 이것을 패기 있게 지적하는 음악에 대해서 반가움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몇몇 록 음악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록 음악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글로 남겨보겠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 모르는 노래가 많은 것 같아요. 기존에 좋아했던 아티스트와 앨범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주제를 파악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고, 때로는 저를 돌아보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공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