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때로는 '마음이 무겁다'라는 말을 하곤 하죠. 혹시 몰라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었어요. 'A heavy heart'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표현이 꽤나 흔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기억들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기억들이나 괴로운 기억들이 날 때도 있죠. 저는 그런 기억들을 잊기 위해 잠을 청할 때가 많습니다. 억지로 자기도 하고요. 저는 잠잘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뭔가 개운해지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아요.
때때로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드는 때가 있는데, 비가 오는 날씨에 잠드는 상황입니다. 혹은 깨어날 시간에 비가 오는 상황이죠. 비 오는 주말에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오늘은 그런 느낌을 전해주는, 노래를 골라 보았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밴드인 트래비스(Travis)의 노래,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입니다. 1999년 5월 24일 발매된 2집 앨범 'The man who'의 7번 트랙이에요. 장르는 포스트 브릿팝(Post-Brit pop)입니다.
느릿느릿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으로, 어쩐지 봄비가 생각나고는 해요.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들리는 드럼 소리와 보컬 프란시스 힐리(Francis "Fran" Healy)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떨어지는 물방울과 하나가 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가 올 때 생각이 나는 노래 같아요.
앨범 발매 이후 1999년 세계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글래스톤 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에서 이 노래를 연주했는데 첫 번째 가사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연주가 끝나자 비가 멈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의 공연 영상은 아쉽게도 업로드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로도 공식 채널의 99년도 글래스톤 축제 영상에서 비가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래는 같은 앨범(The man who)의 4번 트랙인 Driftwood의 라이브입니다.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나이를 속였었던, 어린 날의 거짓말 때문에 나에게만 비가 오는 건지 자신에게 되묻는 가사는 보컬 프란시스의 과거 경험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던 경험이 있을 테니까요.
그들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에 비가 자주 내려 한 겨울에도 햇빛이 잘 드는 여행지를 회계사에게 추천받게 되었고, 그곳이 이스라엘의 에일라트(Eilat)라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도착 후 호텔로 가는 길부터 비가 내렸다고 해요. 그래서 이 노래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곳 다 가보고 싶지만, 왠지 글래스고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더 각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공식 채널에 HD 버전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이 있어 더 좋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쓸 말이 많아지네요. 원래는 멜레(Melee)라는 그룹의 'Rythm of the rain'이라는 노래를 소개할까 했는데, 정보가 조금 부족하다 보니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도 비를 주제로 한 노래입니다. 한 번쯤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곡을 시작으로 트래비스의 오랜 팬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 팝송을 소개하던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여러모로 내리는 비가 많은 생각을 전해다 주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여러모로 멍 때림의 좋은 친구입니다.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이어폰을 꽂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이 왜 이리 즐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또 수성 사인펜으로 빈 공책의 공간을 채워갈 때도, 빗소리는 질리지 않습니다. 뭔가 늘 새로운 감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새벽 비 내리는 지금이 순간에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