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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hwa Mar 25. 2023

아낌없이 주는 나무

금쪽이들의 독립을 응원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1964년 쉘 실버스타인이 발표한 그림책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와 그 나무가 사랑한 소년이 있었고 소년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나무는 자신의 나뭇잎과 사과, 가지, 줄기를 내주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돌아온 소년(?)이 쉴 수 있도록 나무는 자신의 밑동까지 내주고 행복해했습니다.     


  오래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 중에 소개팅을 시켜 주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드는 여자 후배가 있었다.      

“HJ, 소개해 주고 싶은 남자가 있는데 만나 볼 거야?”

, 날짜랑 장소 잡아서 알려주세요.”     

  만난 지 1주일이 지나고 상대 편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눈치라서 HJ에게 어땠는지 물었다. 그녀는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빠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학 때 졸업여행 가는 날 아침, 자신이 신고 가려고 생각했던 컨버스화를 안 빨았던 게 기억나서 낙담하고는 신발장을 열었는데 그 신발이 깨끗하게 세탁된 채로 신발 끈까지 가지런히 끼워져 있었다고...

엄마, 엄마가 내 컨버스화 빨았어?”

아니, 니 아빠가~”

 

컨버스화-픽사베이(이미지 출처)

 

  그 후배는 그때 결심했다고, 이다음에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해야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콕 집어서 읽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후배의 아버님은 그 옛날에도 동네에 자자한 딸바보 아빠라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아빠 같은 남자란 없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해 주는 남자는 더구나 없다. 콕 집어 말해줘도 모를 때가 더 많다.    

 



  얼마 전 친한 선배를 만났다. 몇 년 전 은퇴하시고 인생 2막을 신나게 사시는 분이라 나의 롤모델이기도 하시다. 세 아들 모두 SKY를 졸업하고 직장에 잘 다니고 있으니 주변에서도 살짝 부러워하는.     


  그런데 얼굴빛이 조금 어둡고 고민이 있으시다는 거다. 30대 중·후반인 세 아들이 도무지 독립할 생각이 없다고. 이 선배님은 이제 세상이 변했으니 결혼은 본인 선택에 따르기로 맘을 쿨하게 드셨다. 그래도 독립은 했으면 하는 생각에 넌지시 저녁을 먹으며 의향을 떠 보았다고.     


이젠 나도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서 편하게 잠도 자고 오고, 저녁 하기 싫을 땐 대충 과일이랑 샐러드로 한 끼 때우고도 싶고 좀 자유롭게 살고 싶어. 직장에서 월급도 받고 하니 독립하는 게 어때?”

(그 집은 40평대 방 4개인 아파트라서 세 금쪽이는 각자 자기 방 1개씩 차지하고 지낸다.)

첫째 금쪽이 : 독립하려면 전세나 월세 주거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요?

둘째 금쪽이 : 엄마가 아침저녁 다 챙겨주는데 뭐 하러요?

셋째 금쪽이 : 청소하고 끼니 챙겨 먹고 세탁에, 아휴 직장 일도 힘든데 집안일 까지 챙기려면 힘들어요!

선배 : 그래도 가끔씩 여자 친구도 오고 하려면 따로 사는 게...?

세 금쪽이  : (이구동성으로) 요즘 호텔이랑 콘도 리조트가 얼마나 시설이 좋은데요~  여행 같이 가면 되죠!     

20평대 아파트 평면도

  선배는 요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40평대 집을 팔고 20평대 방 2개짜리 작은 집으로 가서 둘이서 방 하나씩 같이 쓰게 하고 본인은 거실에서 지내고, 그러면 불편해서라도 독립한다고 하지 않을까?  



  아낌없이 다 주었던 나무와 소년은 과연 둘 다 행복했을까?     


* 커버 사진 : 픽사베이(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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