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년 차,도서관 창밖에 봄기운이 묻어나는 걸 보고는 일주일에 한 번은 어디라도 나가자고 생각했다.사람들북적이고 차 막히는 주말 말고 차도 사람도 조용한평일에새로운산책길을 찾아 나서보자고. 복직하면 얼마나 그리울 봄날한낮의 여유인가.
오늘을 그날로 정했다. 김기사도 대기 중이고 날씨도 눈부신 오늘로. 목적지는 부암동 산책길이다.
블로그를 참고하여 무계원에서 시작해 자하미술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부암동은 이름자체에 우아함을 품고 있다.호젓하고 멋진 주택에는 예술가들이 살 것만 같고 동네 식당은 남프랑스의 작은 식당을 그대로 옮겨놓았을 것만 같은 신비감이있다.
자하미술관은 부암동 맨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큰길에서멀진 않지만 북한산 의상봉을 오를 때처럼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미술관 내부는전시준비 중이었지만2층 테라스에서북한산을 멋지게 그린 한국화 같은 서울뷰를 감상할 수 있다.
자하미술관에서 내려오다 보면 반계 윤웅렬 별장과 마주치는데 한옥과 대나무숲이 웅장하게 조화롭다.더 자세히 보고싶었지만 현재 개인이 거주하고 있어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듯한 멋진 한옥과 정원에서 사는 건 매일 낭만을 품고 사는 기분이겠다.
더 아래쪽엔 빈처와 운수 좋은 날의 현진건의 집터도 있다. 그는 44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작가는 작품을 따라간다더니 다음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필히 꿈을 이루고 부도 나누면서 사람의 소중함도 알아가는 성장소설을 써야겠다. 독자가 아닌 나를 위한 소설로.
부암동 주민센터까지 내려와 무계원으로 들어간다. 무계원은 세종의 삼남 안평대군의 별저였으며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크진 않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다.
분위기 내는 산책을 끝내고 내려오면 골목 끝에 스콘 맛집 스코프가 있다. 워낙 유명해 얼마나 맛있는지 맛만 보자고 들어갔다가 스콘 맛에 반해버렸다. 스콘 좀만들고 먹어 본 사람으로서 여기 스콘은 런던 위타드 스콘보다도 맛있다.우리는 다크초콜릿 스콘과 당근파운드를 골랐다. 다음에 또 오겠노라고 결심하게 만든 베이커리는 여기가 처음이다.오리지널 버터 스콘과 코코넛마카룬이 제일 인기 있는 메뉴란다.
여행은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행위이다. 며칠 동안 몰입된 일정으로 여행을 마주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짧고 호젓하게 즐기는 여행도 좋다. 찾아보면 서울만 해도 좋은 곳이 너무 많은데말이다.
부암동의 또 다른 명소 석파정이 공사를 끝내는 5월에석파정 미술관과 석파정을 다시 찾아야겠다. 석파정의 단풍은 얼마나 예쁠지 가을에도 와야 하고. 여름의 수성동 계곡도 지나칠 수 없다. 부암동의 사계절을 다 느낀다면 슬기로운 휴직 생활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