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Mar 30. 2024

마음에 구멍이 난 사람

쓰는 이유

글을 쓸 때 얼마나 나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바스락 작가님과 청년클레어 작가님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며 꺼내기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님들의 용기에 마음이 아리면서도 위로를 받았다.


나는 아직 내가 가진 아픔에 대해 솔직하게 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불면증과 정신적인 문제로 집안은 자주 긴장상태가 되었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로 살아갔다. 아버지가 잠들어야 하는 밤 9시가 되면 우리 가족은 어떤 소음도 내지 않고 조용히 해야 했다.


교사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나의 불안함과 긴장감안온긍정의 감정으로 바꾸고 싶었다. 아들을 낳고 나서 자기 계발서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꿈꾸는 다락방'을 시작으로 이지성 작가의 책을 모두 읽었긍정적인 마인드 관련 책부터 비즈니스 성공 전략서까지 마인드셋과 가치관을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바꿔주는  찾아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혼자 다짐을 하며 긍정적으로 변하다가 잠시 책을 읽지 않으면 약기운이 떨어지듯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느껴졌다. 그때마다 다시 책을 읽고 마음 다지기를 반복했다.


내 마음이 부정적일 때는 다른 이를 배려할 여유도 없다. 다행히 남편은 과묵하지만 젊잖은 아버님과 헌신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사람이었.

내가 가지지 못한 평온과 안정을 품은 남편은 나를 받아줄 여유가 있었다. 남편은 이름과는 다르게 불안정한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고 아껴주어 나의 예민함과 불안함을 조금씩 치유시켜 주었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싶은 나의 의지와 남편의 사랑, 그리고 학교에서 만나는 좋은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배회하던 나의 마음은 평화롭게 안착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자주 꾸던 악몽에서 아빠는 우리 집에 침입한 도둑이었고 아빠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 칼 끝은 엄마를 향했나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려고 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을 잡고 안간힘을 쓰다 잠에서 깨곤 했다.


아버지를 마음으로 완전히 용서하고 측은지심을 가지게 된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엄마에게 아빠와 이혼하라고 종용했었다. 그게 엄마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엄마에게 그때 왜 아빠랑 이혼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너거가 있으니까 참았지. 그리고 이혼하면 내가 갈 데가 어디 있노."


같은 여자로서 엄마는 참 안쓰럽다. 까탈스럽기는 소독약 같고 서슬은 방금 돌에 갈아놓은 식도보다 퍼런 시아버지 밑에서 시동생 다섯 명의 도시락을 싸가며 시집살이를 했는데 남편은 불면증에 신경쇠약, 과대망상증으로 자신을 괴롭혔으니.


아빠가 막내인 나를 특별히 예뻐하셨고 내가 원하는 건 해주려고 노력하신 걸 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늘 엄마를 힘들게 하고 우리를 불안에 떨게 했다는 원망이 남아 있어 아빠를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빠는 내게 종종 서운하다고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고 자식들이 커가면서 아버지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버지는 혹독한 할아버지 밑에서 장남이라는 이유로 늘 질책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했다. 인정 욕구가 결핍된 상태에서 젊은 시절 잠수함을 타다 불면증까지 얻게 되었다.


 엄마도 아빠도 누군가의 아낌없는 사랑이 필요한 분들이었다.  마음의 구멍은 사랑이 충만한 남편이 메워주었지만 두 분의 마음에 난 구멍은 메워지지 않고 계속 커져 미움과 원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분의 구멍 난 마음을 조금씩 채워드리려고 한다. 나는 이제 자기 계발서를 읽던 사람에서 행복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부모님의 마음 구멍을 메우는데 쓸 사랑도 여유가 있다.


누군가 작가는 마음에 구멍이 난 사람이라고 했다. 구멍을 메우려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글을 쓸 때마다 구멍이 메워지는 느꼈다. 구멍이 메워지다 못해 마음 근육이 조금씩 두꺼워지는 것 같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 킴벌리 키버거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 일부-



쓰는 사람이 되니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사랑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저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이 있고

그걸 주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한 줄 요약 : 작가는 마음에 난 구멍을 메우려 글을 쓰는 사람이다.


바스락 작가님의 이야기

https://brunch.co.kr/@matricaria/139


청년클레어 작가님의 이야기

https://brunch.co.kr/@kimmiracle/284



#라라크루 # 라이트라이팅

이전 04화 삶이 글과 공명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