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May 08. 2024

내가 버린 길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

진창길에서 찾은 행복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니 어떤 주제로 글을 쓰냐고 사람들이 물었다. '행복'에 대해 쓴다고 하니 행복이 도대체 뭐냐며 알려달라고 했다. 행복에 대해 쓰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는 정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내가 느끼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작은 불씨를 남기는 일을 한다고. 행복이란 감정이 워낙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느끼는 빈도나 강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카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물었다.

"혹시 지금 행복하신가요?"

청년은 내 질문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네, 행복해요."

하고 대답한다.

"뭐가 그렇게 행복한가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요. 그냥 사는 게 행복해요."


20대 초반의 이 청년은 돌출된 눈썹뼈 밑으로 깊고 짙은 눈을 가졌다. 도드라진 눈썹뼈 때문인지 말을 하지 않을 땐 화가 난 사람처럼 보였지만 막상 말을 시작하니 의외로 서글서글하다. 말 걸기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눈썹뼈 청년에게 세상이 샤랄라 한 봄빛이라는 대답을 들은 것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으며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건 없다. 계획이 없으니 걱정도 스트레스도 없다. 시험이 다가오면 시험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가는 날이면 간다고 했다. 그러다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오락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오직 카르페디엠의 정신으로 현재를 사는 이 청년은 내 아들이다.


평생 누구를 이겨보겠다는 결심이나 나를 이긴 사람에게서 질투를 느껴본 적이 없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다며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왜 행복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다 보면 일이 잘 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조바심이 일어난다. 자칫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라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 분비된다. 목표가 있으니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과 자연스럽게 경쟁심도 느끼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나의 목표에 먼저 가까워진 이를 보면 질투심이 생긴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나도 그랬다.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오늘을 희생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삶, 아니면 오늘을 즐기며 미래의 계획이나 걱정은 차치하며 사는 삶. 행복을 이야기할 때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딸아이의 모의고사가 있는 날, 아침 일찍 딸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숲이 우거진 동네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연이틀 내린 비로 인해 흙길이 빗물과 뒤섞여 질척였다. 운동화에 진흙이 묻는 것이 싫은 나는 될 수 있으면 마른 길만 찾아 걸었다. 두 갈래의 길에서 잠시 멈춰 섰을 때 흙 위에 난 깊은 발자국 모양을 다 덮을 만큼 빗물이 고여있는 진창길이 보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른 길로 발을 내딛는데 반대쪽에서 철벙철벙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맨발 걷기를 하던 아주머니가 아예 진창길 한가운데에서 서서 이불 빨래를 하듯 젖은 흙길을 철벙철벙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싫어서 피한 길을 누군가는 일부러 찾아와 그 길이 가진 행복을 누린다. 맑은 공기와 숲의 상쾌함을 느끼러 왔지만 발이 더러워지는 건 싫었던 나와는 달리 아주머니는 현재의 행복에 미래의 건강까지 생각해 발이 더러워지는 불편함은 감수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선 그게 불편함인지도 알 수 없었다. 편안한 표정의 그녀를 보니 현재의 행복과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행복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살다가 현재 또는 미래, 현재와 미래의 중간 어느 지점에 웃고 있을 나를 스케치해 보는 것,

그 속에 나를 던져보는 것,

거기다 명암을 넣고 색을 입히며 구체화하는 것,

그 과정에 재미를 느끼는 것,

그러다 이게 행복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행복의 작은 불씨가 된다.



다음에 또 다른 이가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련다.


"지금 나에게 묻기 전에 하고 있었던 바로 그거요.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한 줄 요약 :  내가 싫어서 피한 길을 누군가는 일부러 찾아와 그 길이 가진 행복을 누린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