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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y 15. 2024

알고 보면 더 사랑스러운

시선이 변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봄 자작나무를 그릴 때 처음으로 유심히 보게 되었다. 자작나무 밑에 핀 길쭉한 초록잎의 식물을. 길쭉한 잎이 얼핏 보면 난초 같지만 난초보단 덜 우아하고 더 강해 보였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겨울, 호수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내가 그렸던 난초를 닮은 식물을 보았다. 겨울에도 초록을 품고 혹한을 견디는 모습에 그 겨울 내내 눈길이 갔다.

이른 가을,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빽빽하게 우거진 잎 위로 보라색 꽃대가 살며시 올라온 것을 보았다.

언젠가 지인이 맥문동 꽃을 그렸다며 보여 주지 않았으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기다란 꽃대에 보라색 구슬 같은 작은 꽃망울을 올망졸망 달고 있는 모습은 꿈을 품은 소녀의 수줍음이었다. 화려한 보라를 순수함으로 만드는 매력에 온통 마음을 뺏겼다.

"네가 맥문동이었구나."

잠깐 동안 예쁜 보라 꽃을 피워 존재를 알린 맥문동 꽃은 날씨가 추워지자 꽃을 떨구고 나무 그늘아래에서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꽃이 져도 나는 이제 안다. 저 아이는 겨우 내내 추운 겨울을 견디며 보라색 꽃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언젠가 꽃대를 올릴 거라는 걸. 더 이상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니라는 걸.


내가 그린 식물이 보라꽃을 품은 맥문동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산책길이 더 애틋하다. 언젠가 보라색 꽃을 피울 거라는 걸 알고 나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의 시선도 그를 알지 못할 무심함이 묻어있지만 알고 나면 무심함을 털고 따뜻함을 더하게 된다. 누군가를 향한 시선이 따뜻해졌다면 그를 알아본 것이다. 안에서 피어날 꽃을 마음으로 느낀 것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는 늘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을 하루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말해왔다. 드디어 달의 배려로 스승의 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쳐 휴일 선물을 받게 되었다. 스승의 날이면 늘 조퇴를 하고 만나던 선생님들 톡방에서 '휴일이라 가족과 함께 보내지만 다들 수고했다' 서로 덕담을 나눴다.


언젠가 피울 꽃의 진가를 알아보고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을 향해 가져야 하는 첫 번째 마음이 아닐까. 가슴에 숨긴 가능성을 마음으로 봐주려고 노력하는  말이다. 꽃이 눈에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답답한 아이들에게 밝게 웃어주고 기다려주고, 가슴속 꽃을 잘 키울 수 있게 믿음과 격려를 부어주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된 교사가 부모가 아이에게 전할 수 있는 행복이다.


다시 호수공원 길을 걸으며 앞으로 만날 수많은 식물들이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고  다른 색깔의 꽃을 품은 사실을 떠올린다. 이 길에 피어있는 식물들은 더 이상 내게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니다. 꽃을 피울 꿈을 키우며 사는 생명체이다. 이젠 많이 커버린 내 아들, 딸과 학교에서 만나는 수많은 아이들처럼. 그건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한 줄 요약 : 언젠가 피울 아름다운 꽃을 생각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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