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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ul 12. 2024

중용의 고수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보다 처음부터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분노라는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풍선의 한쪽을 누르는 것과 같아 언젠가는 터질 것을 알기에 분노의 파도에 표류하고 싶지 않았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순간의 희열에 지나지 않고 구멍난 풍선처럼 공허해지는 것을 알기에 찰나의 쾌락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김연아나 손흥민 같이 국민 영웅의 반열에 오른 선수는 자신의 경기력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 그들에게 더 경외심이 생겼다. 그들의 실력이 마음의 중용을 잘 지킨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반열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 훈련을 했을까.


집안가득 안개처럼 드리운 긴장감과 함께 살아야했던 어린 시절에는 쉽게 짜증이 났다.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소리가 크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생겼다. 중저음 톤에 부드러운 표준어 억양을 가진 사람이 조근조근 말을 하면 일단 점수를 반은 먹고 들어갔다. 남편으로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나의 중용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이 분노나 불안으로 요동치고 난 후, 나의 행동과 생각을 복기해보면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돈에 빠져있었는지 후회가 됐다. 마음 속 폭풍우가 몰아치던 시간의 양과 좋은 결과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품을 스스로 갉아먹는 비릿한 고통을 느껴야했다.


살면서 해야할 일, 함께 행복을 나눌 사람이 있는 사람은 걱정과 불안이 자신을 길게  잠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조우하는 방법을 찾는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인식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자 자기인식의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나를 바꾸고 싶어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을 때에도 이루고 싶은 삶에 대한 의지는 강했지만 현재의 나를 달래주지는 못했다. 여전히 감정의 널뛰기는 계속되었고 부족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현재의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소망이 생겼다.

언젠가 내가 동경하던 멋진 자아가 되어 그 모습을 글로 쓰는 것.


나도 모르게 그만

나도 안그러려고 했는데 갑자기

순간적으로 못참아서

이런 변명이 나오지 않게 항상 나를 인식하며 살고 싶다.


나의 분노와 불안을 인식하고

분노와 불안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감정을 분출했을 때의 결과를 상상하여

주변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마음의 배를 띄우면서.

파도가 쳐서 물이 들이쳐도 그 물을 이용해 균형을 잡을수 있는

불안이 와도 그것으로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용의 고수가 되길 바라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울림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자 한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울림을 발견하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항상 글을 쓰면서 나의 글이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시간이 나를 발견하고 변화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더 유의미해졌다.

잔잔한 윤슬이 빛나는 평온한 바다 아래로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듯 잔잔한 감정을 가지며 나를 발견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져본다. 지금 이순간도.



<07.05 금요 문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 과도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노력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렸을 때 그것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자세다. 바로 중용의 덕목이 필요한 것이다.

<중용>에서는 희로애락이 겉으로 발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중’이라고 했다. 마음이 올바르고 적절한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날 때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고 했다. 지나치거나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상태라는 뜻이다.

우리는 마음이 번거롭고 힘들다. 언제나 평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반드시 새겨야 할 것이 있다. 마음은 원래 번거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은 원래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삶은 내 마음과 또 다른 마음이 계속 갈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소중한 존재다.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조윤제)-


한 줄 요약 : 자기인식을 통해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고 내가 감정을 지배하도록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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