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년을 관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작소설의 힘은 묵직하다.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미움을 꺼내 무장해제시키고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파수꾼을 깨우는 힘을 가졌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하이디'를 선물해 주셨다. 독일어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책인데 자연을 표현한 번역이 특히 잘되어 있다고 하셨다.
아름다운 알프스 고원에서 한 소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진실되게 전달되었다. 자극적인 소재나 사건 없이도 대자연과 착한 인물만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다 읽고 나니 눈앞이 흐려지는 슬픔과 감동이 코끝에서부터 서서히 차올랐다.
하이디는 알프스 자연 그 자체였다. 순수한 본성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밝은 내면을 끄집어 내주었다.
하이디가 걷지 못하는 클라리에게,
글을 읽지 못하는 목동 페터에게,
앞을 못 보는 페터할머니에게,
딸을 잃은 의사 선생에게,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할아버지에게 준 선물 같은 영향력을 보며 선하고 맑은 영혼이 이뤄내는 변화를 함께 즐겼다.
문득 내가 얼마나 귀한 자리에 서있는지 소름이 스쳤다.
나는 매 순간 교실 속 30명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에 서있다. 얼마나 벅차고 감사한 일인가.
어떤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나의 마음과 태도가 그것을 표현하는 말과 행동이 30명의 영혼에게 줄 위대한 생명력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열어주는 교실 속 자연이 되고 싶어졌다.
종교색마저 거부감 없이 녹여내는 이야기의 힘과 전개에 놀라며 읽은 책이다.
자극 없이 순수한 이야기와 맑고 착한 영혼의 하이디는 내 글쓰기 지형에 큰 울림과 흔들림을 주었다.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힘!
고전과 자연이 공통적으로 가진 힘이다.
한 줄 요약 : 무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 대자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