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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Aug 23. 2024

마음속 가시

학교에 있다 보면 가끔 아이들이 손에 가시가 박혔다며 빼달라고 할 때가 있다. 어떨 때는 가시가 눈에 잘 보여 금방 빼주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안 보이는 가시를 찾느라고 곤욕을 치를 때가 있다. 이럴 땐 보건선생님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살을 뚫고 가시가 박히면 신경이 가시로 향해 다른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다. 살짝 스치기라도 하면 찌릿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불쾌해진다.


손에 박힌 가시는 의도치 않게 내 살을 뚫고 들어왔다 해도 마음에 박힌 가시는 내가 만든 것이다. 일상에 불만이 생길 때마다, 가 날 때마다 시를 조금씩 키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물, 사람을 정해 놓고 그들을 만날 때마다 가시를 세우며 신경도 곤두세운다. 나에게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못 마땅해한다.


마음속에 가시를 만든 것도 나지만 가시 때문에 아픈 것도 나 자신이다. 마음속 가시를 세워 공격하고 나면 내 마음도 불편하고 쓰리다.

누구를 위해 가시를 품고 사는 것일까.


내가 가시를 찾 못해 결국 보건실로 향하는 아이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보건선생님이 가시를 뽑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오히려 안도감마저 보인다.


마음속 가시도 뽑아줄 보건선생이 있으면 좋으련만 내 마음속 가시는 나만 아는 곳에 있어 뽑을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다.

핀셋으로 박혀있던 가시를 쏙 뽑았을 때의 쾌감.

더 이상 쓰라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가시를 품고 있느라 가졌던 긴장감의 해소.

가시를 뽑고 돌아온 아이의 표정은 한결 가뿐하다.


질병도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듯 마음속 가시를 예방하는 방법을 떠올려 본다.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 타인에 대한 기대감, 사회를 향한 엄격한 잣대 등의 먹이를 먹고 자라는 것이 가시라는 사실을,

삶을 대하는 유연한 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역지사지의 마음, 다양성의 존중, 열린 생각이 가시를 녹인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것.


전에 필라테스 강사님이 말했다.

회원님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어요. 이렇게 있으면 승모근이 딱딱하게 뭉치고 아파요. 어깨를 내리고 힘을 빼세요.

그 말이 자세를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됐다.


마음속 기준을 내리고 힘을 빼본다.

마음속 가시가 생기기 전에 유연함을 주어 말랑말랑 부드럽게 만들어본다.

마음속 자세를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7.26 금요문장

마음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빼버립니다.

누군가가 던져놓은 커다란 돌덩이를 밀어냅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자라 버린 잡초를 뽑아냅니다.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 이재은


오늘의 문장 : 마음속 가시가 생기기 전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만들어 보자.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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