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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와 축구계의 무능과 불공정 문화.

KFA무능과 불공정 문화는 선수단 분위기와 관계가 없다

by 안성준 Oct 19. 2024

앞서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했다면, 최근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는 인터뷰가 자주 등장하기에, 이를 고려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선수단 분위기와 더불어 KFA와 축구계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선수와 감독, 팬의 관계

선수의 가장 큰 덕목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은 개인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자신의 전술 철학을 명확히 전달하여 팀의 성공을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팀의 승리를 위해 응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팀의 운영진이나 축구협회와 맞서기도 해야 한다. 더 나은 환경, 올바른 철학, 그리고 팀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요구하는 것도 팬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관계들이 성공적인 축구팀의 필수요소로 작용한다.


KFA와 대한민국 주류 축구인들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대한축구협회(KFA)와 주류 축구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과거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족쟁이들과 다시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는데, 이는 KFA 내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다.


히딩크 감독 시절, 협회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선발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고, 훈련 방식과 초반 경기 결과를 두고도 그를 흔들었다. 당시 팬들의 성급한 판단에 따른 여론도 문제였지만, 협회의 부적절한 개입은 더욱 큰 문제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를 첫 원정 16강에 올리며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선임된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KFA의 비효율적 운영과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며, 감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협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벤투 감독 시기에는 제대로 된 감독 선임 절차를 거쳤으나,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조차 원정 평가전 일정을 잡아주지 않고, 숙소와 훈련장도 감독 스태프가 직접 답사해야 하는 등 지원이 미흡했다. 이러한 지원 부족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지만, 한 축구인은 유튜브에서 "별거 아니다"라며 이 성과를 깎아내리는 발언까지 했다.


이러한 사안들은 히딩크 감독 시절부터 이어진 문제로, 협회의 간섭은 대표팀 운영에 큰 장애물이 되어왔다. 이런 구조적 문제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지속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에, 축구인들은 지금이라도 축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의도’라는 것


최근 인기몰이 중인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는 안성재 셰프와 여러 톱레벨 셰프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톱레벨과 일반 셰프의 차이는 사소하고도 미묘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안성재 셰프는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를 타깃으로 요리를 했는지, 그리고 왜 특정 재료를 사용했는지를 묻는다. 이 의도에 대한 이해가 바로 톱레벨과 일반 셰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은 유럽 축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그들은 이 중요한 '의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상기시키는 한 장면이 축구 유튜브 이스타TV의 '히든풋볼' 팟캐스트에서 있었다. 김환 해설위원은 독일 코치들이 한국에서 코칭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 한국 축구인들이 "이거 우리도 아는 건데?", "저거 우리도 알고 있지"라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았던 모습을 이야기했다. 비록 아는 내용일지라도, 훈련 현장에서의 미묘한 차이가 전체 훈련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우리 축구인들이 요리계에서 안성재 셰프가 강조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문제로 느껴졌다.


모든 축구인들이 다 엉망이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K3, K4, 대학축구, 고교축구, 유소년축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철학과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축구인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주류 축구인들 사이에서 축구에 대한 열정과 공부의 부족함이다.


한국 축구의 상징적이고 유명한 선수들이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 아래에서 노력하는 인재들이 그 빛을 보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진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상품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모른다면, 그 진주를 찾는 것조차, 나아가 그 근처로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축구는 누구의 것인가?


축구는 여러 사람의 꿈과 노력이 어우러지는 문화이다. 국가대표가 되어 높은 레벨에 오르길 원하는 유소년들, 그들을 더 잘 지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유소년 지도자들, 더 나은 전술을 위해 연구하는 전력 분석가, 자신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감독, 그 감독의 의도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훈련 세션을 기획하는 코칭스태프, 모든 이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행정가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융합된 것을 즐기고 소비하는 축구 팬들까지, 축구는 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들 각자는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단합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한 목소리로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축구라는 문화가 올바르게 작동한다. 따라서 필자는 축구는 축구인들의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축구 팬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한국 축구계의 선수들, 코치진, 감독, 그리고 행정부는 축구 팬과 국민들의 시선 및 상식과 괴리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지금 그들에게 소리치고 화를 내는 이들은 그만큼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따라서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의 경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축구인들은 언젠가부터 일반 팬들의 목소리를 단순하게만 여기며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가 이런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배경과 이유가 있음을 선수들, 감독, 코치, 협회 직원들, 협회 지도부가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의 '의도'는 단 하나다—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여 더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분노가 당신들의 더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당장 바꾸기를 원하며, 소수의 악담이나 비상식적인 의견들로 인해 다수의 상식적인 의견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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