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번째 굉음'
너 이 노래 들어볼래?
중학교 2학년, 친구가 건넨 이어폰 한쪽에서 흘러나온 낯선 굉음. 그것이 나와 록음악의 첫 만남이었다. 심장을 때리는 드럼과 날카롭고 거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는 당시 특정 친구의 괴롭힘으로 웅크려 들었던 내 안의 무언가를 시원하게 터트려주는 듯했다.
그렇게 록음악에 빠져 여러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듣던 중 Guns N' Roses를 알게 되었고, 기타리스트 슬래쉬는 단숨에 나의 우상이 되었다. 1992년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 영상 속, ‘Knockin' on Heaven's Door’를 연주하던 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폭발적인 기타 솔로는 억눌렸던 내 마음을 자유롭게 했고, 난생처음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어린 중학생이었던 나는 ‘내 주제에 무슨 록스타람. 꿈도 꾸지 말자’라며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렸고,
결국 음악을 그저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아버지가 불쑥 물으셨다.
“성준아, 기타 치고 싶다며?”
“응? 응! 아빠, 왜요?”
“근처에 실용음악학원이 생겼더라. 거기서 기타 한번 배워볼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얼떨떨했지만,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 인생 첫 기타 레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일렉기타를 처음 잡고 연주하던 순간, 그것은 내게 세상을 향해 나를 표현할 첫 번째 도구이자, 어쩌면 내 삶을 통째로 바꿀지도 모를 열쇠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세울 게 없는 아이였다. 공부는 일찌감치 담을 쌓았고, 작은 체구에 운동신경마저 둔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일까?’ 하는 무거운 질문이 돌덩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 질문은 곧잘 ‘어떻게 해야 남들이 나를 멋지다고 봐줄까?’ 하는 조바심으로 이어졌고, 어쩌면 손에 쥔 일렉기타가 그 해답이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나는 어렴풋이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쉽게 현실이 되지 않았다.
‘멋진 사람’이 되고픈 간절한 마음과 달리, 나는 기타를 어려운 학업과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또 다른 도피처로 삼았을 뿐, 슬래쉬처럼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은 외면했다. 일렉기타를 그저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취제처럼 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취제의 효능은 오래가지 못했고, 이내 마주한 현실은 냉정했다.
내가 꿈꿨던 '멋진 모습'이란 처절한 노력 없이는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나는 곧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닫게 될 터였다.
그렇게 나의 진짜 첫걸음은,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