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절망 끝에 피어난 첫 희망

맨바닥에서 시작된 열정, 그 후 찾아온 빛과 그림자

by 안성준
하얀 칠판 앞에서의 12시간

정시에서 김포대학교에 합격했지만, ‘나는 아직 진짜 노력을 해보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합격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화이트보드와 마카펜부터 꺼냈다.
그 하얀 칠판 위에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하루가 빼곡히 적힐 예정이었다.
부모님이 출근하시는 아침 8시부터 퇴근해 돌아오시는 저녁 8시까지, 꼬박 12시간.
나는 그 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철저히 나누어 크로매틱, 스케일, 코드, 하농 연습은 물론, 연주곡과 카피곡, 리듬 훈련까지 빈틈없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매일 그 계획표에 모든 것을 걸고 연습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자, 다음 카페 ‘실가모’ 합격 후기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단단히 박이고, 그것이 터져 피가 나도 아픔을 참고 연습을 이어갔다.
지독한 통증이야말로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 첫 번째 ‘성취’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배신하지 않았다.
여주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 합격했고, 나는 짧은 고민 끝에 여주대학교를 선택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성취’라는 단어가 가슴에 뜨겁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입학 전까지 제대로 된 합주 한번 해본 적 없던 내게, 대학 생활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했다.

더 이상 기계적인 MR 반주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동기들의 드럼, 베이스, 키보드 소리와 내 기타 소리를 합쳐 하나의 음악을 연주해 가는 경험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었다.

물론 빛나는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입학 첫해부터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종종 초라함을 느끼며 열등감에 시달렸다.
그들의 재능은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이 모든 복잡한 감정들이 결국 나를 더 나은 ‘음악가’로 밀어 올린 원동력이었음을, 나는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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