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향한 끝없는 갈망

갈림길에서의 질문들

by 안성준
스무 살, 안갯속을 헤매다

대학 생활은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나는 과연 연주자가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작곡가가 되고 싶은 걸까?


마음속에서는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뭐지?’, ‘그저 멋진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되는 게 내 최종 목표일까?’, ‘음악을 더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해답을 찾기 위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간의 휴학을 선택했다.


휴학 기간 동안, 기타리스트로서 부족한 점을 채우려 레슨을 다시 받아보기도 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려 보컬 레슨에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떤 것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여전히 무언가 풀리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복학했고, 새롭게 만난 13학번 후배들과 학교생활을 이어가면서도 해묵은 의문은 시시때때로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 복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철책 너머에서 발견한 나의 길

2014년 3월, 나는 육군훈련소로 향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병적으로 어려워했던 내게,
모든 것이 통제되고 강압적인 군대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공간이었다.

개성을 잃어버린 채 정해진 일정만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매일 밤,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으로 나를 내리눌렀다.


얼마 후 금촌의 한 기갑여단 방공중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지만, 여전히 군대는 낯설었고 버거웠다. 선임들의 이유 모를 압박과 잦은 질책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게 만들었고, 그런 생활이 이어지던 중 자대에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첫 전술훈련에 참가하게 되었다.


훈련에서만큼은 조종을 잘 해내야 한다는, 그래야 선임들의 질책과 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나는 놀랍도록 비호 조종에 몰입했고, 짧은 훈련 기간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어쩌면 아주 작은 성공이었지만, 그 일은 잿빛 같던 군 생활에 한 줄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후 윤일병, 임병장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병영 내 부조리가 상당 부분 사라지는 변화가 찾아왔다. 덕분이었을까,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군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상병을 달고 군 생활에 안정을 찾자, 나의 고민은 자연스레 전역 후의 음악 활동으로 향했다.
우리 부대는 조종수, 간부, 사수, 운전병이 한 조가 되어 GOP로 부대 내 각 조들이 번갈아 파견을 나가는 시스템이 있었고, 첫 파견 이후 맞은 두 번째 GOP 근무. 그곳 적막한 초소에서 멀리 보이는 북한 초소와 끝없이 펼쳐진 산등성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느 날, 문득 근원적인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가 원래 음악을 한 이유가 뭐지?’

며칠간의 깊은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놀랍도록 솔직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 답은 자연스레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음악가로서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결론.

‘내가 직접 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오랜 사색 끝에 내가 내린, 전역 후 내 삶의 명확한 방향이었다.


수첩에 새긴 5년의 약속, 그리고 새로운 시작

세 번째 GOP 파견은 더욱 단단해진 마음으로 임했다.
철책 너머로 펼쳐진 적막한 풍경 속에서, 나는 비로소 전역 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개인정비 시간, 나는 수첩을 펼쳤고, 앞으로의 5개년 계획을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


1. 첫 1-2년은 학교를 다니며 미디와 보컬 레슨에 집중한다.
2. 3년 차에는 내 이름으로 된 첫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다.
3. 4년 차에는 당당히 무대 위에서 내 노래를 부른다.
4. 5년 차에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알아주는 진짜 뮤지션이 된다.’


이미 한 번 노력으로 성취를 맛보았던 나는, 이 계획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남은 군 생활을 희망으로 가득 채웠고, 덕분에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며 복무를 순탄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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