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Jun 27. 2021

풍각쟁이야~~ 머

잼베를 배운다고 메고 다니니 풍각쟁이  같아 보인다  훗 훗 ^^

 요즘 트로트 열풍이 대단하다. 남편은 트로트 찐 팬이지만 난 그다지 좋아 않는다. 몇 곡 정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는 정도. 그중에 아주 재밌는 곡이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곡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 박향림 가수가 특이한 음색으로 불렀고 가사도 아주 재미나다. 트로트 대전에서 어느 가수가 불러서 듣게 됐고 예전 노래인데 참신하다 느껴지는 건 왜 일까... 풍각쟁이란 거리를 떠돌며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돈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잼베를 배운다고 악기를 등에 메고 나가는데 갑자기 그 노래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내 모습이 풍각쟁이 같았다.


   플루트를 혼자만 불고 즐기니 심심했다. 다른 악기들과도 같이 연주도 해 보고 싶고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작은 공연 정도 하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관현악 아마추어 모임의 전단지를 보고는 가방에 들고 다니기만 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내 실력이 형편없어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되고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음메 기죽어' 꼴이 될까 봐. 그러던 어느 날 눈앞에 보인 전단지 한 장. 띠~~ 로~~ 롱! 퓨전 음악 동아리 모임인데 건반 플루트 클라리넷을 모집한단다. 해금이 주를 이루는 동아리였다. 그 모임의 사람들이 너무나 궁금했고 처음 공연 모습을 봤는데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올레'라는 친근한 이름처럼 그 동아리 사람들 모두 마치 오래 알았던 사람들 같이 편하게 대 해 줬다. 다들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들이라 같은 공감대가 있어서 일까 쉽게 친해졌다. 혼자만 했던 나로선 함께 연주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다는 것도 심장이 두근두근,  실수하면 안 되는데 어쩌지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여러 번 무대에 선다고 그 마음이 없는 게 아니고 다들 같은 마음이라서 공연을 마치면 군대 동기처럼 끈끈한 우정이 생기나 보다. 서로 화장도 고쳐 주고 옷매무새도 봐주고 간식거리도 챙기며 하나가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친구가 되어 연주하고 웃고 나눌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하다. 

    올레를 통해 해금이라는 전통악기를 알게 되고 그들이 얼마나 해금을 사랑하고 연주하는지 그 열정이 멋있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니 악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악기에도 눈을 돌려 두 개 정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도 멋져 보였다. 


    어느 날 교회 행사 중에 해금과 젬베의 연주가 있었다. 북 같이 생겼는데 다리 사이에 끼고 연주하는데 엄청 멋있어서 난 눈이 휘둥그래 지고 귀가 쫑긋 해졌다. 나도 한 개 더 도전해 볼까....

   아~~~ 저 악기는 뭘까??? 이름이 뭐란 말인가? 폭풍 검색 결과 젬베인 것을 알았다. 전에  드럼이 배우고 싶었지만 그 악기는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혼자 연주하는 악기도 아니고 쉽지 않을 거 같아 포기했다. 그런데 젬베는 두드리는 악기이고  들고 다닐 수 있고 해금과 연주하는 것도 멋져 급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젬베는 아프리카 타악기로 손으로 치는 악기다. 통나무에 염소 가죽을 붙여 소리가 둥 둥 울린다. 초등학교 때 악단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난 큰 북과 심벌즈 작은북을 쳤었다. 그 기억이 좋아서인지 잼베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악기도 구하고 레슨을 받으려니 부담이 된다. 요즘엔 책을 구매하니 무료 동영상으로 가르쳐준다. 보고 따라 하면 되긴 하지만 수월한 일은 아닌 듯싶다. 뭐든 끈질긴 연습만이 살 길이다. 역시 만 시간의 법칙.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나 보다. 왜 하고픈게 많아서 고생인 거니.....

    즐기는 자는 따를 수 없다 했나.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 내 몸의 DNA가 예술의 끼를 받았나? ㅋ ㅋ 어느 것 하나 초집중, 전략적으로 파야 성공 비슷하게 라도 가 볼 텐데 너무 이것저것 발만 담그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 그래서 요즘 내 키워드는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이다. 그래도 플루트를 포기 안 하고 하다 보니 자신이 생겼다. 여태껏 이 만큼 해 본 게 첨이다. 본업이 있고 취미로 즐기는 거니까 괜찮지  업이 되면 즐기기 어려울지 몰라 이러면서 합리화를 시켜도 본다.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시간이 좋아 젬베를 할 시간이 부족하고 플루트를 불다 보니 재봉질할 시간이 모자라네. 그렇다고 밥 짓기를 파업할 수도 없고 그중에 뭔가 잭팟 터지듯 대박이라도 난다면 남편이 쌍수 들고 반겨 주려나. '밥 말고 어서 하던  일이나 계속하세요 ' 라며. 그 순간 나는 헤어 나오지 못할 늪에 빠지는 거 아녀?  내 참 별 상상을 다 하네. 어이상실...

    어려서 동생과 할머니랑 게임이나 윷놀이를 하다 아이스크림 내기라도 하면 난 잘하다 가도 꼭 진다. 그때 터득한 게 있다. 욕심 내지 말자. 


      타악기는 심장 고동 소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북소리가 좋은 걸까. 박자를 맞추는 게 리듬 타는 게 은근히 어렵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되니. 피아노 배우다 만 게 이리 또 아쉬울 줄이야.

    뭐든 정상 일 때가 좋다. 무리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면서 재미있게 해 가면 되는 거지. 딸이 낮잠을 자는 시간엔 젬베를 두드리고 싶어도 참고  대신 이렇게 글을 쓰면 되니까. ^^ 길거리 공연이 잡히면 등에 잼베 짊어지고 플루트 들고 풍각쟁이가 되는 거지.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들고나갈 텐데... '나는 풍각쟁이야~~~ 머'


작가의 이전글 범내려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