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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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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n 02. 2022

오지랖 넓어서 좋을 것 없다

배려와 오지랖


살다 보면 주위에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참견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불리는 사람은 어느 공동체에서나 꼭 한 명은 있고 모든 모임에 빠지는 경우가 없다.

오지랖 넓은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체로 성격이 좋고 말이 많다.

돈도 잘 쓰고 술도 좋아해서 친구가 많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는 많지 않다.

남의 일에 참견이 많다 보니 남 얘기를 많이 하지만 좋은 말보다는 남의 흉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내용을 늘리고 빼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간질이 되어 싸움을 붙이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약방의 감초 같은 인물이고 어디서든 환영받지는 못해도 모든 자리에 반드시 참석하고 발이 넓은 사람이기 때문에 시기의 대상은 아니다.

그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는 신빙성은 없지만 모르는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쉽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단체에서 회장이나 총무를 맡는 사람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영양가 없는 직책이어도 자청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에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많다 보니 때로는 몰랐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솔깃하는 뉴스거리를 잘도 물어오기 때문에 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게 되는데 그런 소식들은 몰랐던 남의 사생활이 대부분이어서 화제의 당사자가 알게 되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지랖 넓은 사람이 미움받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넉살이 좋아 사과도 잘하고 돈을 잘 쓰기 때문이며 누구나 그렇지만 사과를 하면서 술이나 밥을 사고 어르고 달래면 불쾌한 일이 있어도 화가 풀리는 것은 당연하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이상한 시각으로 본다면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할 수 있고 사람의 속내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대부분 오지랖 넓은 사람들의 특징은 의도적이기보다는 천성 탓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가만히 있지 못해서 하고픈 말은 꼭 해야 하며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곧잘 제시하는데 이런 성향은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고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오지랖 넓은 사람과 얘기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동조하면 안 된다.

옛말에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말이 있듯   과거 인한 불화나 바람피운 얘기는 듣다 보면 재미있기 마련이지만 괜히 그 얘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흉을 같이 봤다가 나중에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이외로 많다.

예를 들자면 공감을 하면서 "그래, 그래 그 사람 그렇지. 예전에 나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하며 튀어나온 말이 그대로 옮겨지면 소문을 내고 악담을 한 당사자는 얘기를 들었던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해명이 통하고 사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화제의 주인공이 분이 풀리지 않아 따지고 들면 매우 난처한 입장이 되고 특히 돈이 오가는 일이나 중요한 개인의 문제에 자칫 개입하는 상황으로 발전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드문 일이지만 괜히 말 잘못했다가 법정에 출두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는 말이 와전돼서 불거지는 상황이고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사건으로 확대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일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끝이 없고 좋은 일, 나쁜 일 예정 없이 반복되는 게 세상사지만 양극화로 분열된 사회에서 작정하고 누구를 의도적으로 공격하면 감당하기 힘든 법이다.

요즘은 휴대폰의 녹음 기능이 매우 좋기 때문에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에서 보듯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녹음이 돼서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경우는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다.

국회의원을 지낸 유명한 변호사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방송인으로 성공했는데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한 말이 녹음되어 고소당하고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사건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남의 말 잘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타고난 성격 외에 자존감의 결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성향이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존재가치가 타인의 평가나 영향,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형성된 성숙한 주체의식이며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의 유형을 보면 항상 당당하고 자신의 주장이 강하며 남들에게도 우호적이지만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 관계 형성에 선을 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결정이 명확하다.

반대로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의 주관이 명확하지 못해 여러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설득에 약하고 귀가 얇은 의존적 유형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언제나 남을 의식하고 외적인 자극에 동요되므로 가치의 판단이 고정적이지 않고 남의 시선과 평가에 사고가 맞춰지기 때문에 당연히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지성인으로서의 교양은 결코 대학 졸업장이나 좋은 직장에 소속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박하지 않은 내면의 성숙이며 점잖은 인격을 말한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참견을 하고 남의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경박한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이 없고 어느 사회에서나 말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배려가 깊은 사람을 오지랖이 넓은 사람과 혼돈할 수 있는데 배려와 오지랖은 결코 연결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포용과 비판이 상이하듯 배려는 긍정의 의미인 나눔이고 오지랖은 부정적인 간섭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지랖이란 단어도 기성세대의 표현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에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대부분 이해타산이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려와 오지랖은 다른 개념이고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는 남의 관심도 거부하는 시대이다 보니 불필요한 배려도 큰 부담이 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진다면 불필요한 마찰은 피할 수 있다.

사람,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언제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

오지랖 넓어서 좋을 것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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