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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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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19. 2022

천고마비 계절에 먹는 고기산적

전통 고기산적

천고마비(天高馬肥);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가을이라 하지만 누구나 느끼는 가을의 정취는 청명한 하늘과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날씨에 식욕이 유난히 당겨서 사람이 살찌는 계절이 아닐까 한다.

요즘에는 외국에 가지 않아도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고 셰프의 손길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는 퓨전 요리를 예쁘게 플레이팅 하면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기존의 메뉴를 넘어 맛을 강조하는 음식이 다양하고 가격도 좋아 굳이, 전통 음식을 고집하지 않아도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맛을 보면 자꾸 손이 가는 요리가 많다.

젊은 친구들이 추천하는 새로운 메뉴가 미덥진 않아도 먹어 보면 대부분 후회는 없는 게 요즘 요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에게는 한국 전통 음식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금상첨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는 주말에는 항상 요리를 한다.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식자재로 요리하는데 고기와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혼자 생활한 기간이 오래된 연유로 요리를 하는 게 익숙하고 요리 경력 또한 내공? 이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자신 있는 메뉴가 다양한 편이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좋아하는 요리를 여러 해 자주 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조리법은 발전한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재료가 신선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생선과 채소는 제철 음식이 가장 최고이다.

고기에도 숙성 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이노신산(inocinic acid)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며 이노신산은 조미료를 만들 때 첨가하는 화학물질과 같은 천연 감미료 역할을 하고 활어회가 아닌 선어회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출되는 화학물질이며 이노신산이 많은 음식은 달고 고소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많은 요리법이 있지만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레시피는 쓰지 않고 한식이든 양식이든 정해진 전통 양념 외에 향신료와 MSG는 전혀 가미하지 않는다.

요리를 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소금과 후추이고 가장 기본적인 양념이지만 소금의 맛과 후추 향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한다.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은 단맛이 나고 짠맛의 깊이가 다르며 한국에도 죽염과 볶은 소금, 천연 암염 등 고가의 좋은 소금이 많다.

서양에도 유명한 소금이 많고 다큐멘터리에서 보듯 어느 나라이든 자국에서 생산하는 소금에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필자는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게랑드(Guerande) 소금을 추천한다.

소금 맛이야 짠맛 말고 무슨 맛이냐고 얘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소금의 오묘한 맛에는 단맛과 짠맛과 쓴맛, 쌉싸름한 맛도 포함되어 있어 맛의 깊이를 따진다면 염분의 농도 외에 전문적인 안목도 필요할 것이다.

2,000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게랑드 소금은 중세 프랑스에서는 국왕이 블루리본을 수여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블루리본은 기사의 작위를 받은 신하에게 내리던 계급이었다.

게랑드 소금은 다른 소금보다 짠맛이 특징이고 촉촉하며 회색빛을 띠지만 뒷맛이 개운해서 식재료의 맛을 풍성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자꾸 당기는 짠맛이라면 적절한 표현일 것 같고 고기와 함께 어울리는 소금으로 추천하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그리고 후추는 통후추를 갈아서 쓰는데 후추 향이 월등한 차이가 난다.

엄마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양식에는 수입 고기가 좋고 한식 요리에는 한우와 한 돈이 음식 맛을 살린다.

아마도 본연의 맛이란 생산지 본토의 기후와 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외국에서 유학을 한 전문 셰프도 그 나라 맛은 경력 있는 현지 요리사의 손맛을 따르기 어렵고 이와 같은 전통의 맛은 우리 어머니들의 고추장, 된장 맛을 흉내 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과유불급을 실감하는 시대답게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세상을 살면서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산다는 의미가 희박할 것이고 바쁜 일과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식사 시간이 있기에 고된 일과도 견뎌낼 수 있는 소중한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수 있는 자양분이란 다름 아닌 일용할 양식이라 생각한다.

한국에는 고유한 명절이 있고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관습이 있다.

어려서부터 제삿밥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는 달달한 양념을 하지 않은 담백한 산적과 삼삼한 나물을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단짠에 길들여진 요즘 세대의 입맛과는 비교가 되겠지만 원래 입맛이란 어린 시절의 맛을 기억하는 연유로 엄마의 맛은 다름 아닌 추억의 맛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군인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엄마 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역마다, 가정마다 조리법은 다르겠지만 차례상과 제사 음식은 어머니와 맏며느리만이 할 수 있는 음식이었고 정성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요리였다.

음식 장만은 안사람이 하지만 제사상은 남자만 차릴 수 있는 유교 전통의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관습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제사상을 차리는 제수용품은 절대 한식 식자재만을 사용하지만 가족이 많은 집안은 굳이 비싼 한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상님이 오셔서 드시는 것도 아니고 수입고기로 제사상 차렸다고 조상님이  야단치는 것도 아니며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데 문제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갱이라고 부르는 탕국은 한우를 써야 제맛이 난다는 것은 우리 어머니들이 잘 알고 계신다.

제사 음식에는 마늘과 고춧가루는 쓰지 않는데 귀신이 마늘을 싫어하는 것은 한국 귀신이나 서양의 뱀파이어나 꼭 같은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들이 먹는 음식이니 마늘은 넣는 가정이 많지만 고춧가루와 고추장은 사용하지 않는 집이 대부분 이다.

우선 소고기 산적은 빛깔 좋은 고기를 가정마다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고 청주를 약간 넣고 조물조물 주물러 냄새를 제거하고 후추와 마늘, 다진 양파로 밑간을 한다.

후추는 통후추를 갈아 쓰면 좋고 조선간장으로 양념을 하기 때문에 소금 밑간은 생략해도 좋다.

조선간장은 워낙 짜니까 양조간장을 약간 섞으면 좋고 맑은 멸치 액젓을 조금만 첨가하면 고기의 맛이 한결 상승한다.

파는 쪽파를 써야 제맛이 나지만 취향에 따라 대파를 써도 무방하다.

식구들이 달달한 불고기 양념을 좋아하면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첨가한다.

원래 산적에는 단맛은 첨가가 안 되지만 요리하는 사람 취향에 따르는 게 가장 맛있는 법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조리법은 설탕 대신 꿀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꿀은 향과 맛이 강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고유한 고기 맛이 없어진다.

꿀을 넣는 한식은 약과와 약식을 제외하면 가급적 첨가하지 않는 게 좋다.

참기름을 넣고 무쳐내면 양념은 끝이 나는데 참기름은 완성된 요리에 다시 첨가해야 하니 약간만 넣는다.

고명으로는 잣을 다져서 요리하기 전에 약간 첨가하면 확실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잣을 고명(garnish)로 쓰는 것은 동서양이 비슷하고 특히 토마토소스의 맛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스파게티에 곁들이면 좋다.

잣의 양은 고기 1인분 기준으로 1티스푼이 안 돼도 풍미가 좋다.

산적은 석쇠에 직화로 구워야 맛이 좋지만 가정에서는 오븐을 사용하면 되고 입맛에 따라 프라이팬을 써도 맛이 훌륭하다.

어렵지 않은 조리법이지만 이외로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석으로 요리하자면 요리 경력이 짧은 사람은 어머니들의 맛을 따르지 못한다.

전통 조리법으로 한번 시도해 본다면 제사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TV에서 방송하는 요리 프로그램도 많고 먹방이 대세인 시대이지만 음식이란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법이고 맛을 낸다는 것은 요리법을 배운다고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료를 꼭 맞는 양을 넣는다고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우리 어머니들의 요리에는 노하우 외에 세심한 정성이 들어가는 것과 엄마의 사랑이 없다면 맛있는 밥상 자체를 차릴 수 없다.

소고기 산적을 마무리하고 돼지고기 산적을 요리해 보자.

돼지고기는 지방이 없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껍데기가 있고 기름기가 적당한 삼겹살이나 오겹살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산적을 삶지 않고 구워서 요리하는 가정도 많지만 나는 일단 삶아서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흐르는 물에 고깃덩어리를 충분히 헹궈야 잡내를 잡는데 좋다.

고기가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다시마, 마늘, 양파, 대파와 통후추 적당량, 사과 반개, 생강 약간, 청주를 넣고 삶는데 재래 된장을 2 큰 술 정도를 고기 양에 비례해서 풀고 새우젓 약간, 표고버섯 5개를 첨가한다.

고기 양에 따라 중불에 40~60분 정도 삶는데 너무 익혀서는 안 되고 적당히 익은 고기를 식혀 산적 크기로 자른다.

산적 양념은 소고기 산적과 같아서 조선간장과 양조간장 약간, 다진 마늘, 다진 양파 약간, 잘게 썬 쪽파와 양념을 버무리고 불에 구워내면 완성이다.

고기를 삶은 육수는 기름을 걷어 내고 뜨거운 물로 간을 맞추고 대파를 썰어 넣고 국수 국물로 쓰면 좋다.

원래 제주도와 남쪽 지역에서는 돼지고기 육수로 국수를 만드는데 고기 먹고난 후 후식으로는 국수가 최고이다.

사실 산적은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지만 공들인 만큼 맛으로 보답하는 요리로 꼭 명절이나 제사 때만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니다.

고기 손질부터 불에 익히기까지 노력이 필요한 음식인 만큼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과의 파티 음식으로 어울리는 요리이다.

와인을 곁들여도 좋지만 우리의 전통음식이니 청주나 소주, 막걸리에도 훌륭한 궁합을 갖춘 요리로 추천하는 음식이다.

나 홀로 가정은 갈수록 증가하고 바쁜 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제대로 갖춰진 밥 한끼 먹는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달고 짠 음식으로 대변할 수 있는 식당 메뉴에 길들여지기 쉽다.

하지만 건강은 섭생으로만 챙길 수 있는 것이고 안전불감증에 익숙해지면 건강을 잃기 쉬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스턴트 음식이 맛있고 달고 짠 음식은 중독성이 강하지만 환경오염, 기후변화와 같은 생존과 직결되는 현안을 생각하면 우리의 전통 음식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인간은 질병을 예방할 수는 있는 존재이다.

질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좋은 음식을 즐기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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