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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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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25. 2023

잘났다는 착각

동류의식

4소설 '앵무새 죽이기'로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하퍼 리는 2015년 출간한 '파수꾼'에서 ‘사랑은 아무 하고나 하지만 결혼은 동류하고만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내용이지만 여기서 동류라는 뜻은 단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미만은 아니다.

동류란 영어로 the same kind라는 뜻으로 번역되며 소설에서 표현한 동류는 같은 부류를 일컫는 말이다.

자유와 개성이 존중되는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 미국에서도 동류의식은 우선 인종별로 형성되어 정치적 경제적으로 배타적인 특징을 갖는다.

동류의식(consciousness of kind)이란 사회계층, 집단이 공유하는 의식이며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공유하는 현상을 뜻한다.  

집단의 사회적 위치의  특성을 의식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것임에도 여럿이 함께 뜻을 모으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여 일관된 주장을 단체로 행동하는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이 백인으로 이루어진 정치 집단이며 특히 앵글로색계의 백인 세력에서 강한 동류의식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인 인물은 트럼프 전직 대통령이라 할 수 있고 유대인이 강력하게 후원하는 민주당과는 반대되는 정당이다.

트럼프는 America First라는 슬로건을 시작으로 반이민정책과 보호무역 정책을 행해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 미국에서 출생한 자식들과 생이별을 시키는 반인륜적 행위를 대규모로 저질렀으며 심지어 멕시코와 연결된 국경에 거대한 담벼락을 쌓는 기상천외한 정책도 강행하여 세계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는 지금도 앵글로색슨계 백인만 이용하는 골프 클럽이 300곳이 넘는다.

사실 미국은 1790년대부터 백인에게만 입국이 허용되었던 나라이며 백인우월주의는 다민족 국가 미국에서 동류의식을 형성하고 인종차별의 원류 역할을 해왔다.

60년 전 케네디 대통령 재임기간에 제정된 '소수인종우대정책'이 2023년 7월, 미국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됨에 따라 소수인종에게 의무적으로 입학을 허용하던 미국 대학의 혜택도 사실상 없어질 예정이며 안 그래도 차별을 받았던 아시아권 소수민족의 기회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자유와 인권을 내세우는 민주주의 국가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인종과 출신 국가에 따라 빈번한 차별을 한다.

실예로 미국 연방하원의원 3선을 역임한 김창준 의원이 유일한 동양인이었고 1990년대 당시에는 흑인과 남미 출신의 유색인종은 미국 정계에는 없었다.

연방하원의원은 시민들의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하는 직책이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리가 아니다.

21세기 들어 백악관에서 고위급 흑인 공무원이 활동하는 모습은 뉴스에서 볼 수 있지만 20세기에는 행정부에서도 흑인 공무원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사실은 미국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세계가 놀란 역사적 사건이었으나 재임 기간에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인종우월주의가 대표적인 동류의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만 대가 바뀌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자본주의의 기류에 따라 새로운 계급을 형성했으며 그 신분은 자본에 의해 차별화되었다.

예전에 돈이 말하는 세상은 돈만 많으면 신분 상승이 가능했고 돈이 많은 사업주는 많은 직원을 고용해 CEO가 되고 행세를 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돈으로 행세하던 상류층의 모습은 바뀌기 시작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산업구조가 첨단화되고 기존의 산업 방식으로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증가하고 산업이 변모하면서 당연히 노동인력은 교체되었으며 기업은 새로운 두뇌와 능력을 필요하기 때문에 고학력의 인재를 채용한다.

필요에 의해 등용하는 인재는 능력이 우선되기 때문에 인종과 출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력과 산업이 첨단화되고 첨단 시스템으로 산업구조가 가동되는 현상이 다름 아닌 4차 산업이며 산업의 궤도가 바뀌는 것은 그에 따른 문화가 바뀌는 것이므로 능력 있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문화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과거 공장이 들어서면 직원들이 거주해야 할 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학교가 들어서며 근린시설이 확충되는 것과 꼭 같은 맥락이므고학력에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보다 좋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생활을 하며 산다는 것이고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계층이 증가하는 것이다.

고급 아파트에 살면 당연히 비싼 상업시설을 이용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욱 좋은 상품과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게 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올라가고 높은 임금으로 발생하는 문화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는 그들이 만든 집단의 특성으로 배타적인 동류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형성된 동류의식은 동일한 유대감에 의해 비슷한 소비 생활을 하고 동일한 문화를 즐기면서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는 인지적 오류에 빠지게 되면 자기들과 비슷한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을 낙오자로 여기는 오만을 범하게 된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발전하고 향상된 생활은 자신들이 받는 임금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질 좋은 삶이 계속될 것이라 여기지만 따지고 보면 자본주에게 예속된 소모품으로 봉급을 받으며 사는 노동자로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자신의 처지를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했고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수입이 끊겨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능력주의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미국 시민들은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쫓겨났고 집이 있는 사람들도 모기지 대출금을 내지 못해 살던 집이 은행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속출했다.

현재 미국노숙자는 60만 명이 넘고 있으며 그들은 회생의 가능성은 없는 상태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며 미국 정부는 60만이 넘는 노숙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경제 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세계가 동일하고 현시대의 신용사회란 현금 없이 활이 가능한 사회를 말하며 개인의 신용상태로 평가되는 등급에 따라 혜택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국은 몇 억대의 전세에 사는 사람들이나 장기 대출로 소유한 주택 보유자도 경제가 삐걱거리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세계 경제가 불황이나 마찬가지이며 물가는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의 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 인류는 경험했고 미국에 이어 한국도 금리가 올랐으며 대출금 이자는 2배 가까이  인상됐다.

경제가 어려워도 돈 있는 사람들은 변함없는 삶을 즐기고 살지만 이미 우리는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다.

파괴된 자연은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기상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은 자꾸만 상승하고 있으며 세계의 기후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100년, 20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기상이변이 요즘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인류가 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으면 기상재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기 상황을 도외시하고 심각한 현실에 관심조차 다.

있는 사람들은 윤택한 삶이 지속될 것이라 착각하고  없는 사람들은 먹고사는데만 급급하다.

지금 한국은 경제가 힘들어도 와인 수요는 증가하고 고급 식당은 비싼 가격에도 성황이다.

샤넬 신상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예약 판매는 종료되고 나라에 재해가 발생해도 골프는 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윤택한 생활을 한다는 사람들은 사는 집도 비싼 월세를 내고 살고 리스로 수입차를 타고 명품옷을 입어야 사는 맛이 난다.

자기 것은 하나 없는 실속 없는 외상의 삶을 살면서 문화인이라 자처하고 자기들은 능력 있는 엘리트라고 자화자찬을 하며 그들의 공동체를 만든다.

사실 소수의 부자들은 그들의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신용카드 몇 개가 전재산인 부류는 자신의 봉급보다 비싼 문화를 향유하며 살고 있다.

사람이 풍요로운 혜택을 누리는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자신이 속한 환경이 같은 수준이고 접촉하는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생활을 하면 과거의 어려웠던 생활은 쉽게 잊히기 마련이고 상향된 취향은 갈수록 올라가지 내려가지는 않는다.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이웃들과 꼭 같이 보내고 이웃들이 좋다는 식당과 시설을 이용하며 옆집 사람보다는 비싼 명품옷을 입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남들과 다르고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배타적인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든다.

자기들의 아파트 주변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데모를 하고 자기들 아파트 놀이터에 다른 아파트 어린이들이 출입을 못하게 철조망을 치고 돈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을 회원제로 운영해서 다른 동네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하는 집단이기주의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공동체의 사람들이 모두 자산이 넉넉한 부자들은 아니고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능력주의의 일원으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누리기 위해 매달 들어오는 수입을 초과하는 생활을 하고 대출 시스템을 대부분 이용한다.

사실 소수의 부자들은 경치 좋은 동네에서 일반인이 출입이 없는 개인 주택을 짓고 살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2000년 초 미국은 모기지 대출 제한을 풀고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허용하자 빚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빚을 빚으로 갚는 상황이 증가했다.

한번 시작된 빚은 갈수록 커지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미국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2008년 결국 미국에도 금융위기가 닥쳤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2000년 초반의 미국인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으며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1%의 자본가뿐이다.

한낱 쓸모없는 동류의식 속에 빠져있는 인간들은 변수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자들이고 '남과 다르고 잘났다.'는 착각은 병적인 환상일 뿐이며 그들의 허울 좋은 속 빈 강정과 같은 생활은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금 세상은 순리를 벗어나 자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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