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은 필자는 요즘에야 학창 시절에 암기했던 영어 속담의 뜻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는 때가 있다.
그중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는 말은 날개 달린 새들이 함께 모인다는 영국 속담으로 비슷한 유형,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뜻이며 의역하면 유유상종(類類相從)과 같은 말이다.
누구나 20, 30대 젊을 때는 학력, 직업, 배경 관계없이 배꼽친구나 동창은 친구 관계가 가능하지만 나이 40이 넘으면 경제 수준이나 학력, 직업에 따라 친구가 나뉘는 현상은 당연한 이치이다.
비단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더라도 학력과 직업에 따라 공통분모는 다를 수밖에 없고 직업은 곧바로 경제적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친구라 하더라도 사는 수준이 차이가 나면 공유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이야 술을 즐기는 문화가 남녀가 따로 없는 시대여서 남자들만 술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주량이 세다는 게 남자들의 자랑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친구나 직장 동료 할 것 없이 주당끼리는 자주 어울리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술이라는 공감대로 만나는 사이는 업무상의 자리도 알코올로 인해 감성에 치우치게 되므로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술에 취하면 사람이 좋게만 느껴지는 것은 주당들의 공통적인 상태이고 친구를 위해서라면 간까지 빼줄 정도의 관계가 가능하지만 다음날 정신이 말짱해지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상태로 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술친구와의 우정은 술잔의 술과 같아서 술이 떨어지면 우정도 사라지는 것이다.
술뿐만 아니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 관계라면 만나는 횟수는 잦아지고 자주 만나면서 우정을 쌓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공감대가 있다는 것은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것이며 정서의 교류에는 보통 이해타산이나 돈이 개입되는 상황은 드물다.
하지만 사람, 사람이 만나는 일은 반드시 사유가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더라도 관계란 무형이든 유형이든 오고 가는 게 있어야 사이가 유지되는 법이다.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동호회 회원도 상대가 밥을 사면 나도 한 번은 사야 하고 비싸지 않은 테이크 아웃 커피도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은 밉살이 박힌다.
이처럼 공유하는 부분으로 친분이 쌓여도 함께 하던 취미가 없어지면 사이는 점차 멀어지고 활동이 없는 회원은 자연스럽게 잊혀진 친구가 된다.
10년 이상 일을 함께 하는거래 관계는 상대가 업종을 전환하거나 퇴직을 하면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는 무척 흔한 일이고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어지면 친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란 계산적 상황이어도 기간이 오래되면 정이 들고 친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 관계도 항상 일이 좋게만 매듭 될 수는 없으며 이익을 위해 심하게 다투기도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고돈 때문에 다퉈도 술 한잔으로 풀고 미운 정, 고운 정들면서 비즈니스를 계속하는 상황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지기수이다.
사람이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누구나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의 흉허물도 감싸줄 수 있어야 우정이 싹트게 되며 좋은 관계는서로의 노력으로 진실한 우정이라는 결실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종하지 말아야 할 못된 인간은 금세 구분하지만 오래 사귀어서 득이 될 사람과 해가 될 사람은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인간 말종 같은 부류는 악행이 몸에 배어 있는 까닭에 평상시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쉽게 드러내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되지만 웃는 낯으로 좋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후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상하기 힘든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친절하고 매너 좋은 사람을 항상 경계하며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관계란 언제나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가 친절하면 나도 친절하게 되고 상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동기야 어쨌든 좋은 관계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발전하고 호형호제하며 시간이 갈수록 깊은 우정을 쌓는 것은 재물을 쌓는 것과 같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처럼 사람의 속내는 절친한 사이라 해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며 살다 보면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는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친구 사이의 변수는 가장 많은 사유가 돈이 개입되면서 틀어지는 경우이고 또 다른 사유로는 예전에 몰랐던 상대의 속내를 알게 되는 경우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25년이 넘게 사업을 하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접하며 살았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고 심성이 아무리 고운 사람이어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우정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한 연유로 모든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이란 가장 이기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윤리도 신앙도 뒷전이고 심지어 혈육마저 배신할 수 있는 고등 동물이 사람이란 존재이다.
혈육도 배신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라면 친구 하나 배신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고애석한 일이지만 우정도 사랑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사람을 보는 안목은 경험과 연륜으로는 한계가 있고 학문과 지식 또한 사람을 가릴 수 있는 예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람을 믿지 말고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작장인들은 일 때문에 피상적으로 사람에게 미소를 보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저마다 환경과 여건이 다른 까닭에 주의해야 할 사람이 공식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계를 끊어야 할 유형을 지적하자면
첫째, 말이 많은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말이 많은 사람은 진중하지 못하고 말이 많다 보면 남의 험담도 하게 되는데 돌아서서 나의 험담도 할 수 있는 인물이 말이 많은 사람이다.
둘째,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 명예를 쫓는 사람들은 명함이 많고 돈이 안 나오는 직잭의 위원장이나 봉사 단체의 임원임을 자랑한다.
진심으로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며 봉사직의 명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셋째, 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친절은 숨겨진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상대의 직책을 알고 접근하는 유형이 과도한 친절을 보인다.
상대의 직업을 몰라도 옷차림이나 자동차를 보고 잘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고 아니다 싶으면 안면몰수를 할 위인이다.
넷째, 자기 자랑을 잘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지방에 땅이 있으며 예전에 대기업의 하청을 받았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려는데 기회를 보는 중이라는 사람은 100% 사기꾼이다.
다섯 번째, 사소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끊어야 한다.
선의의 거짓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고 남에게 피해가 없는 사소한 거짓말도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되듯 나중에 중요한 일에 거짓 증언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사람만 만나며 살 수는 없다.
일만 아니라면 상종조차 하기 싫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의 단점을 알고도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생각하고 그냥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장차 나에게 피해를 줄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친구는 20년을 사귀던 30년이 되던 과감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
우정뿐 아니라 사랑도 아니라고 판단되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진정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고 사유야 어쨌든 우정이든 사랑이든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인물은 미련 없이 끊어야미래의걸림돌을예방하는 길이다.
어찌 보면 유유상종을 배타적인 삶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공통분모가 형성된 사람끼리 서로 나누며 사는 모습이 중년의 나이에 가장 좋은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