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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Jul 11. 2023

아이의 존재


기분이 좋다

너희의 사진을 볼 때면,

너희들 생각을 할 때면,

절로 웃음 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절로 행복해지는 게 이런 거구나

너희들로 하여금 알게 되었다   


            

조카가 태어나던 해. 온 집안이 환호했다.

품에 안겨 기껏 손가락이나 몸통을 꼬물거리다가 심사가 뒤틀리면 호방하게 울어 재끼는 게 고작인 녀석. 이런 제로에 가까운 능력치를 가진 녀석이 무슨 힘이 있길래 온 가족을 둘러앉혀 놓고 몇 시간 동안 자신을 쳐다보게 하는지.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댕글한 검은 눈동자가 요리조리 움직이다 가족 중 누군가와 눈과 마주치면 그 사람은 수건돌리기 게임에 걸린 것처럼 입과 눈을 한껏 벌리며 “까~꿍! 까~꿍!” 조카의 앙다문 입을 벌려 웃음 짓게 하고자 노력했다.     

 

대단한 녀석. 아이의 힘을 보고 있자니 실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정중앙에 누워 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는 동시에 내뿜는 아이. 태어난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조카를 보고 있자니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함이 느껴졌다.      


끝없이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건 필시 자라기 때문이다. 임계점 없는 탄력에 과식, 과욕으로 펑 하고 터지는 일 없이 흡수한 에너지에 맞춰 점점 커가기 때문이다. 잘 먹고,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를 보라.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몸집과 세상 어둠을 걷히는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 힐링이다. 순수한 영혼에 담긴 사랑이 더럽혀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미소로 뿜어져 나오는 힐링의 빛.     


이미 다 커버린, 더 이상 성장이 끝나버린 나의 영혼에 따스한 성장의 빛을 쬐어주는 조카들의 미소. 우리의 사랑으로, 너희들의 사랑으로 우리 가족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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