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퇴사에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갈 땐 나가더라도 준비를 잘하고 나가야 한다.
나는 회사를 '돈 받으며 다니는 학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숙제나 규칙이 힘든 입시학원의 느낌이지만 어쨌건 배울 건 다 배우고 뽑아 먹을 건 다 뽑아 먹고 나가자는 입장이다. 아래는 내가 '다음 계획 없이 퇴사하겠다'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사항이다.
1. 우선, 왜 퇴사하는가?
인간관계가 문제면 어차피 퇴사할 거 다른 팀이나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시도해봐라. 방법을 모르겠으면 가고 싶은 팀의 팀장님한테라도 가서 여쭤봐라. 퇴사할 만큼 절박하지 않은가. 만약 일이 너무 힘들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소화하고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당신을 돕는 게 관리자의 역할이다.
어쨌건 지금 직장이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입사했을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퇴사할 거' 내가 해볼 수 있는 선택지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길 바란다.
2. 전문성을 쌓을 만큼 일했는가?
계속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경력을 쌓았는지 고민해보자.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적어도 3년의 시간은 쌓여야 어디 가서 해당 업무를 해봤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바로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잠깐 쉴 생각이라면, 짧은 경력이 다음 구직활동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만약 더 배우고 싶은 일이 남아있다면 3년을 채우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3. 근무지 or 계열사 간 이동을 검토해봤는가?
직장의 위치는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대부분의 이공계 신입사원들은 본인이 살아왔던 영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지방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할 때, 동기들 중 지방생활이 싫어서 그만둔 수도권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본인이 노력만 하면 다른 근무지나 계열사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나도 지방 공장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근무지/계열사 이동을 통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지 이동은 받아주는 팀의 니즈만 맞으면 진행된다. 근데 이것도 위에서 말한 '최소 3년'이 필요한데, 팀원이 될 사람을 믿고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업무가 능숙한 직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이동의 경우, 사업을 확장하는 계열사가 그룹 내부 인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기존에 쌓아놨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므로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 한다.
4. 나가서 버틸 돈은 모아 놓았는가?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백수 생활하며 잔고가 줄어들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급하게 비슷한 일자리를 구하게 되니 꼭 금융적 Next Plan을 세우고 나갔으면 좋겠다. 좋은 예로 옛 직장 동료 중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나간 친구가 있는데 학원비, 생활비 등을 계산해서 필요한 돈을 모은 뒤 퇴사했다. 그러니 그 기간 동안에는 걱정 없이 본인의 계획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다행히 계획대로 시험에 합격했다)
Tip. 퇴직금은 보통 퇴사일 직전 3개월의 평균 급여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수당을 더 받는 출장이나 주말 출근 등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성과급이 보통 연초에 나오기 때문에 3~4월이 퇴직하기 좋은 달이다.
5. 그 외 회사 복지는 다 챙겨 먹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걸 놓친다. 회사마다 복지 제도는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라면 다양한 복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사실 내 연봉에 포함되었다고 생각하고 복지를 꼭 챙기길 바란다. 예를 들어 복지포인트가 있다면 꼭 다 쓰고 나오라. 또는 가족 경조사 지원금이나 제휴 혜택 등등을 꼼꼼하게 챙겨보라. 나중에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퇴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잘 준비해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