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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버스 Aug 29. 2024

부대 적응 전, 독서의 어려움

군대에서 독서를 하기 좋은 시기는 따로 있다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후, 일반적으로는 훈련소를 거쳐 근무할 부대를 배정 받는다. 부대를 배정 받기 전 교육이 필요한 병과인 경우에는 추가로 후반기 교육을 따로 받은 이후에 배정 받을 수 있다.

나는 운전병이었기 때문에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수송교육연대에서 운전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 뒤에야 부대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 부대를 배정 받기 전에는 책을 구경하는 것 조차 어렵기 때문에 독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기간은 통상 1~2개월인데 이 기간은 병과에 따라 배치받는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다.


지금은 훈련소에서 주말에 하루 1시간씩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우리는 전자책을 통해 독서를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독서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인들과 연락하고 밀린 소식을 듣고 안부 연락을 하느라 독서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아마 이것은 훈련소에서 핸드폰을 편하게 사용할 있게 때까지 달라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훈련소에서는 수료식 이외의 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료식 때 말고는 핸드폰을 만져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가서 주말에 핸드폰을 하더라도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곳에서는 자기계발이 문제가 아니라 사지 멀쩡하게 부대 배치만 받을 수 있어도 충분한 성공이다. 그러니 이때 독서를 하고 싶으면 해도 괜찮지만, 굳이 하려고 하지는 않아도 된다.


부대를 배정 받은 후에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의 이름, 군가, 복무신조 등 외워야 할 것은 너무도 많고 단순 암기 외에도 생활이 몸에 베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입대 전에 단체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적응에 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독서는 커녕 가만히 있는 것도 불편했으며, 항상 긴장된 상태로 보내야 했었다. 한창 부대에서 중요한 훈련이 진행되는 시기에 부대를 배정 받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날이 없었으며 하루하루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훈련을 코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 여가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알려주는 사람도 한 번에 몰아서 알려주지 않는다. 생각나는대로 알려주기 때문에 수시로 가르침이 시작된다.


군대에서 독서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이런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가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짧은 기간 안에 적응할 수도 있다. 빠르게 적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군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있었던 사람들이 주로 적응이 빨랐다. 여기서 얘기하는 군대와 비슷한 환경은 기숙사를 비롯한 단체 생활을 의미한다.

부대 전입 초기에 먼저 온 동기나 선임이 부대 내부에 있는 도서관을 소개해줄 것이다. 하지만 주말 이외에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배워야 하는 것도 많은 시기고, 병아리 같은 신입이기 때문에 잡다한 할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리 주말이라도 종일 그곳에 있으면 괜한 잔소리를 들을 확률이 있다. 누군가 나를 찾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변수로는 특정 위치를 지키는 경계 근무가 있으며, 이것은 보통 정해진 시간에 주기적으로 2~3시간을 잡아먹는다. 내가 복무했던 곳은 시간이 가면서 처음에 근무가 없었는데 조금씩 늘어났고 가끔은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날도 있었다.

보통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근무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훈련이 굉장히 잦은 부대에 배정받은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적응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여가 시간도 생각보다 적게 느껴질 수가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체로 부대에 적응하면서 여가 시간은 가면 갈수록 많아지고 독서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부대에서 충분한 시간이 흘러 안정감을 갖기 전에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내가 마음의 여유를 넉넉하게 가지고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적응에 대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이후에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긴 시간이 필요했던 편이니,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충분히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길 것이다. 

물론, 절대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안정되고, 적응을 무사히 마쳤다면 이제 자기계발을 하기 좋은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 말은 곧 독서를 하기에 적합한 상황이 되었다는 얘기다.

나는 시간이 흘러 항상 극도로 긴장한 상태를 벗어났을 때 스스로 안정되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서 계급 상승에 따라 안정감이 더해졌으며, 따분함과 편안함에 이르는 시기가 왔다.


어느 정도 부대에 적응을 한 이후에 독서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굳이 적응 전과 적응 후로 나누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적응 후가 독서를 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편안함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으며, 독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여유를 느낄 정도의 부대 적응만 마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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