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본 많은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일부는 자격증 공부, 시험 준비, 독서, 운동 등 다양한 생산적인 활동을 했지만 대부분은 TV를 보거나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현재는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을 것이다.
부대를 배치받은 이후에는 적응만 마친다면 여가 시간에 충분히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생활 자체가 힘드니 쉴 수 있을 때 푹 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훈련과 고된 일과로 누적된 피로를 풀고 휴식을 잘 취하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해당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었다. 시간은 어차피 흘러가는 것이니, 이왕이면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 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시간들을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군생활을 마쳤을 때 나에게는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보낸다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언가를 꼭 남겨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군생활은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있고 당연히 무언가를 더 얻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내가 복무했던 곳에서는 운동장에서 많은 동기들이 주말에 축구나 족구를 하고는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곳에 가서 함께 공을 찼었다. 나는 그때 축구와 같은 운동을 능숙하게 하지 못했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하지도 못했고, 자신감이 떨어져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친한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에 휩쓸려서 했지만 나중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나와 잘 맞지도 않는다고 느꼈다.
그때 내가 공을 차는 것에 충분한 재능이 있었고 재미를 느꼈다면, 그 뒤로도 전역할 때까지 종종 공을 차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공을 차는 것도 체력을 증진하고 인간관계를 다질 수 있어 좋지만,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하는 일이 뚜렷한 경우에는 그것에 맞춰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격증이나 시험공부를 하는 것 또한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나는 당시 전역 후에 와인 관련 직업을 가지기를 희망했었다. 그래서 서적을 통해 그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를 하는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와인은 특성상 공부하는 과정에서 직접 먹어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니 반쪽짜리 공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효율적인 자기 계발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군대는 몸을 가꾸기에도 좋은 환경이라 다이어트나 벌크업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몸을 쓸 일이 많기 때문에 근력과 체력을 증진하는 것은 자기 계발뿐만이 아니라 군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병이 된 이후에 종종 여가 시간에 턱걸이나 팔 굽혀 펴기 같은 맨몸 운동을 했었는데, 처음에는 태어나서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매번 근육통에 시달렸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서 턱걸이를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7개 정도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군 생활에서 근력이 필요한 일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살은 많이 빠지지 않았었다. 왜냐면 내가 운동하는 것과 비례해서 밥도 간식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하니 빠지기는 빠져서 88kg에서 83kg까지 5kg 정도를 감량했다.
부대 생활에 적응한 후에 가끔 기회가 되면 독서를 했었다. 많이 하지는 않았고 진짜 가끔 모두가 다 하는 그런 수준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일병의 중간 지점을 넘어갈 즈음, 군대에서의 자기 계발에 대해서 생각 정리를 마치기로 했다. 마냥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니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꾸준히 독서를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꾸준히 지속할 수 있으면서 만족감을 주고,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독서뿐이었다. 이외에는 시도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고, 가끔 하는 맨몸 운동 말고는 흥미가 있는 것이 없었다.
입대 전에도 독서를 하는 취미가 있어서 종종 책을 읽었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것이 어떤 효과나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몰랐고 무지했다. 막연하게 군 생활 중에 무언가를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군대에서의 독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