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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이아빠 Aug 28. 2023

Epilogue. 웃픈 곡조

[2022년 여름]

이모의 찬송가가 화장터 복도에 울렸다. 생전 교회 문턱을 밟아본 적도 없는 이모지만 동생이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찬송가인 듯했다. 이모가 술에 취해 기분 좋을 때마다 전화기 넘어 엄마에게 불렀던 찬송가는 이제 화장터 넘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울리고 있었다. 불과 3주 전 이모와 나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모는 이제는 어쩔 수 없다며, 그동안 고생했다며 다소 담담하게 이야기를 건냈다. 그러나 나는 그 담담함이 동생에 대한 사랑을 갈기갈기 찢어 맘 속으로 꿀꺽 씹어 삼킨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날 이모가 목청 높여 부르는 찬송가에는 그 마음이 여과 없이 분출되었고 장례 기간 동안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은 나는 그 웃픈 곡조에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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