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율 Jul 21. 2022

백색소음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창문을 열어두었던 이유


"무슨 소리야? 엄청 시끄럽네"

통화 중에 그가 내게 물었다.


"밤공기가 선선한 게 좋아서 거실 창문을 열어놓거든, 우리 집 아래가 다 술집인데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야"

나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우리는 매일 저녁 통화했고

그 또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창문 밖 소음에 익숙해졌다.




그가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온 날

그는 창문에 기대서서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해?"

"네가 보던 창밖 풍경이 무슨 그림이었을까 궁금해서 보고 있었어 이런 그림이었구나"

"응 이런 그림이었어 통화로만 듣다가 눈으로 직접 보게 됐네?"

"그러게, 정말 아래서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린다"

"그치? 근데 창문 닫으면 거의 안 들려"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시끄러워도 굳이 창문을 열어놓았던 건 이 소음들이 너에게는 백색소음이 아니었을까?"

"백색소음?"

"응,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소리 없는 적막한 집이 외로웠던 거야, 밖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음이 너에게는 백색소음이 되었던 거지"


그의 말에 갑자기 정곡을 찔린 듯 가슴이 아려왔다.


가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때 창문 앞으로 의자를 가져다 놓고 밖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었는데


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음들이 그리웠던 거였다.




1인 가구가 된 지 11년째

내 생활패턴에 지장을 줄까 봐 반려동물 하나 키워본 적 없었고


어둠이 내려앉은 빈 집에 들어설 때마다 습관처럼 "다녀왔습니다"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려도 결코 외롭지 않았다.


오롯이 나 혼자 영위하는 이 공간을 사랑했고 자유로움과 안락함 속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몰랐던 내 자신은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단순한 사실조차

나를 안 지 얼마 안 된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전 06화 과거의 나를 만나고 온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