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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Jul 24. 2022

나이아가라에서 일주일 살기

거북 맘의 미국 여행기 4화

"아니,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서 일주일 동안 뭐해요?"

"유람선 한번 타고 폭포 구경하고 나면 다 본거 아닌가?"


나이아가라 폭포로 이미 관광을 다녀온 사람이건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이건

대부분 이런 반응들이다.

거기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도대체 할게 뭐가 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 것들이 정말 많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 경우는

생전 처음 본 사람들과 몰려다니며

'내 맘대로'가 아닌, '가이드가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패키지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 전부터, 마치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로 여행지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머리를 쥐어짜가면서 굵직한 여행 일정들을 계획하며

소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예약해 나가는 절차와

오롯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시간들을 구상하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설렘과 희열을 사랑한다.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과 시행착오, 고생스러움 마저도

훗날 한 조각의 소중한 추억과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선호하고 즐긴다.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가 아닌 낯선 곳에 관광을 온 것이니

당연히 관광객임이 분명하지만

'관광객처럼'이 아닌, '그 동네 주민스러운' 일정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걸 선호한다.


그런 나의 취향에 더없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나이아가라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젝트

내 평생에 남을 소중하고 귀한 추억이 되어주었다.

그것도 친정 엄마와 함께...




일주일간 머물렀던 우리 숙소는 주변 경관도 아름답고 깨끗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 편안하고 조용했다.


프론 데스크에 있는 직원들도

한결같이 다정하게 뭐든 도와주려고 했고

아침 식사 때마다 밝게 웃으며

어제는 어딜 구경했는지, 오늘은 어디로 갈 예정인지 항상 관심 갖고 물어봐 주었던

백발의 친절한 캐내디언 주방 할머니도 인상 깊었다.


나이아가라에서의 첫 아침 조깅을 마치고

우리는 모두 유람선을 타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엔 남편과 두 거북이들이 4일간의 토론토 일정을 위해 아침 일찍 떠나야 하는지라

사실상 남편과 아이들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즐길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야 뭐,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하루 이상 더 지체했다면

당연히 지루해하고 싫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 토론토로 떠나면서도

좀 더 오랫동안 폭포를 감상하면서 여유 있게 즐기지 못하고 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다.


'영감, 우리 나중에 꼭 둘이서 다시 한번 옵시다!'

'그땐, 소원대로 여유 있게 천천히 즐기면서 힐링하자고요!'


나이아가라에 온 관광객이라면

한 겨울을 제외하고는 유람선을 타지 않고 가는 사람은 없을 만큼 필수 코스인

'우비 입고 유람선 타기'


빨간색 우비는 캐나다 쪽에서 운행하는 배이고

파란색 우비는 미국 쪽 유람선이라는 건 이제 다들 아는 사실.

우리 가족은 파란색 우비를 뒤집어쓰고

설레는 마음으로 유람선에 올랐다.


배가 서서히 출발하며 점점 폭포 쪽으로 다가갈수록

황홀하고 웅장한 폭포의 모습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Maid of the mist라는 유람선의 이름처럼

엄청난 폭포수의 양과 거대한 물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수한 포말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서려있는 폭포 주변의 모습은

마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대형 온천의 노천탕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폭포를 그저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색다름이 있었던 유람선 체험.

폭포의 바로 턱 밑까지 배가 들어가는데

그 순간엔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뿐인가.

어마어마한 폭포의 물줄기와 낙차가 만들어 내는  

'폭포수로 싸대기 맞기'는 피해 갈 수 없는 코스이다.

나이아가라 폭포수로 세안을 하는 기분은

그저 황홀하고 감사하기까지 하다.


동영상 촬영이나 고성능 카메라의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은

그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온 몸으로 느끼는 것 외에는 

그 감동과 전율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폭포 주변을 좀 더 둘러본 후

폭포 하류 쪽의 소용돌이치는 급류 위를 건너는 

Whirlpool Aero Car라는 케이블카에 탑승도 했다.

설명에 의하면, 우리가 아는 월풀 세탁기의 발상지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나이아가라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훌쩍 지나고 있었다.

아쉽고 아까운 시간들.


다음날부터는 친정 어무이와 나만의 일정이 시작된다.

남편과 거북이들은 토론토에서 그들만의 추억을 쌓으리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위해

그리고 모녀간의 끈끈하고 깊은 정을 위해

앞으로 펼쳐질 하루하루의 일정들과 순간들을

오롯이 엄마와 함께 제대로 즐기고 나누며 후회 없는 여행을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새롭게 다져보는 거북 맘이다.


설레고 들뜬 마음에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나이아가라에서의 이틀째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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