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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앤 Oct 12. 2022

작고 소중한 첫 돈벌이

파트 3: 나 답게 그려본 인생 첫 그림, 600일 도전기

매달 쉬지 않고 일을 벌렸습니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충만했죠. 

하지만 현실은 달콤한 봄바람만 부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직 중심이 약했으니 태풍 속에 이리 저리 흔들리기도 했죠.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어요. 멈추면 태풍에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어요. 영원히 아무 일도 시작 못하는 제가 될 것 같았거든요.

앞길이 막막해 보여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도, 실수를 해도 계속 앞으로 나가가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무서워 보였던 태풍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네요. 제 모난 부분을 깎아 주기도 하고 못한다고 생각한 부분은 힘내서 뛰어넘게 도와주었어요. 점차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었죠. 꿈의 방향도 점점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어요. 


실수와 도전, 깨달음의 600여일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비로소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버전 1.0’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인생 버전 2.0쯤 되는 듯합니다. 

앞으로 더 쑥쑥 성장하면 업그레이드 버전 3.0도 나오게 되겠죠? 

하루하루 똥줄을 태웠지만, 꿈의 동아줄은 놓지 않으려 했던 600일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돈벌이 


“일기 썼어?”


코로나로 인해 온 가족이 ‘집콕’하는 지루한 날들이 흘러갔어요. 요리사, 엄마, 친구의 역할도 부족해서 선생님의 몫까지 감당해야 했죠. 친절하게 과제 꾸러미는 매주 나왔고 일일이 숙제 봐주고 체크를 해야 했어요. 

아직 1학년이었으니 과제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과제가 늘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아이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숙제는 ‘그림일기’였어요. 그 날 그 날 있었던 일을 글로 써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림으로도 표현하는 일은 더 어렵죠. 이해해요. 어른들도 하기 힘든데 아이들이 어떻게 그림일기 한 장에 그날 느낀 점, 생각을 담아내겠어요. 

하지만 그림일기를 봐주는 순간에는 매번 전쟁터에 나간 기분이었어요. 맹렬하게 싸우는 용감한 장병이 아닌, 어금니 꽉 깨물고 아이의 투덜거림 화살을 온 몸으로 받고 장렬히 전사하는 장병이었죠. 그러다 보니 몸 속에는 사리가 쌓여만 갔습니다. 


아이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는 숙제를 힘들어 했고, 원하는 것처럼 그려지지 않을 때는 한숨을 푹푹 쉬거나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기 일쑤였어요. 지우개로 벅벅 지우다가 일기 공책이 구겨지는 일은 다반사였죠. 처음에는 저도 그림 그리기를 도와주고 달래며 해봤죠. 하지만 어떻게 매번 그러겠어요? 그림일기 숙제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몸이 긴장되더라고요. 매번 전쟁을 치를 수는 없죠! 

‘좋아, 그림일기 같이 써보자!’

두 권의 노트를 샀어요. 한 권은 아이 일기장, 한 권은 제 일기장이죠. 아이가 그림일기 쓰는 동안 감시자처럼 옆에 있지 않고 저도 같이 썼어요. 같은 주제를 쓰기도 했고, 각자 쓰고 싶은 일기를 쓰기도 했어요. 역시나 엄마가 잔소리하기보다는 옆에서 같이 일기를 쓰니 아이의 짜증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일기를 쓰고 서로 읽어보는 소소한 재미도 생겼죠.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나누는 알콩달콩한 시간도 생겼어요. 


‘1학년 그림일기 어떻게 써요: 엄마도 함께 쓰는 그림일기 2020.12.8’

아이와 함께 한 그림일기를 하나 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한 분 두 분 덧글을 남겨주기 시작했죠. 

‘너무 멋지고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아이와 그림일기 같이 쓰는 일상의 기록이 하루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무엇보다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저였어요. 어린 시절처럼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거든요. 끄적거리며 그린 그림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죠. 

자신감이 충만해질 때는 아무거나 해도 잘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제가 딱 그랬답니다. 더구나 새해를 앞두고 있었어요. 새해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호기롭게 일을 벌려봐도 괜찮겠다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게 되었죠. 블로그에 그림일기 포스팅을 올릴 때 반응이 좋았고,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하면 재미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어요. 머리 속에 맴돌고 있던 생각을 눈 딱 감고 올려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쓰는 그림일기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12.22’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이렇게 선포식을 하고 나니 괜히 누가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 지더라고요. 이전에는 무엇이든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면, 이렇게 글로 남기고 나니 몸이 움직여지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 했던 주제들을 그림일기장에 담아보기 시작했어요. 서로의 얼굴 그려보기, 서로 자주 하는 말 적어보기, 자기 꿈 그려보기 등등 한 장 한 장 밑그림을 그려 나갔죠. 막상 판매한다고 생각하니 손이 떨리면서 척척 그려지지 않았어요. 몇 번이고 뒤엎기를 반복했죠. 더구나 혼자서 만들려고 하니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인쇄소를 가야하나, 디자이너를 찾아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 가도, 첫 시작인만큼 혼자서 다 해보는 경험을 택했죠. 제작비를 최소로 하고 배송도 번거롭지 않도록 pdf파일로 만들었어요. 우편 배송을 원하시는 분께는 직접 출력해서 보내기로 했죠. 

지금 와서 보면 빨간 펜 들고 수정 사항을 가득 체크하고 싶은 결과물이 아닐 수 없어요. 여러 후회도 들지만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기에 후회는 없답니다. 부족한 시작이었어도 시도해보았기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으니까요. 


약 2주정도를 혼자 끙끙대며 만들었어요. 드디어 판매 공지 글을 올리는 날이 왔죠.

 [판매공지]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요: 마음충전 그림일기장 2021.1.12

공지 글을 올리는데 한여름 땡볕에 있는 것처럼 손에 땀이 줄줄 났어요. 

심장이 너무 뛰어서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죠. 글을 올린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유명인이 아니었으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절실했어요.아는 사람에게 내 상품을 홍보하는 게 더 떨린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죠. 혹여나 사야 한다는 부담을 줄까 봐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몰라요. 

안 사도 괜찮다, 첫 시작을 응원만 해달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어요. 여기저기 참여하고 있는 스터디 모임 톡방에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지만 최대한 구매욕구가 생길 수 있게 메세지를 보냈죠. 보내자마자 후다닥 네이버 로그아웃, 카카오톡 로그아웃. 너무 떨려서 이후 반응을 도무지 볼 수가 없더라고요. 


‘무반응이면 어떡하지?’ ‘왜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지 불쾌 해하면 어쩌지?’ 

‘내가 만든 콘텐츠가 관심이 갈까?’ 


오만가지 생각열차가 한참을 머릿속을 횡단했어요. 그렇게 하루 동안 모든 채널에서 떨어져 있었죠. 

다음 날 새벽, 로그인을 하는데 몇 번이고 비밀번호가 틀리는 거예요. 손이 제멋대로 이상한 자판을 두들기고 있더라고요. 다 알고 있는 비밀번호가 새삼 가물가물했어요. 수능 성적표를 받던 날도 이렇게 긴장했나 싶었죠. 덧글을 확인하는 것이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어요. 하루동안 약 20개가 넘는 덧글이 쌓여 있었어요.


'구매 할께요.’ '아이랑 하고 싶었는데, 저도 하나 주문요.' '첫 시작, 응원합니다!' 


 코끝이 찡해졌어요. 모니터 앞에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싶었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밖에 못 쓰는 후진 언어실력을 탓할 뿐이 었어요.    

최종적으로 17개의 pdf 파일을 판매했어요. 한 분 한 분 이메일과 우편 발송을 할 때마다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어요. 정말 한 개도 안 나가면 어쩌나는 걱정에 비하면 무려 10배가 넘는 판매량이었죠. 누군가는 고작 그 정도이냐며 한숨을 내쉴지도 모를 귀여운 판매량이긴 해요. 하지만 저에게는 큰 대박이었어요. 누군가가 내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를 해준다는 경험이 이렇게 설레게 할 줄은 몰랐어요. 나만의 특별한 무기 하나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죠. ‘너, 잘했어!’라며 어깨 토닥임을 받는 듯했어요. 


그림일기장 판매수익으로 그 달 아이 학원비도 보탤 수 있었죠. 수고한 저에 대한 보상으로 따뜻한 라떼 한 잔 사 마셨어요. 그 날의 커피는 세계 대회에서 1등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가 부럽지 않았어요. 어찌나 커피향이 향기롭던지요! ‘내 커피값, 내 힘으로 벌었다고요!’ 동네방네 큰 소리 치고 싶었어요. 

글 하나, 상품 하나 올리는 것으로도 수백만원, 월 천만원 버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코 묻은 돈이겠지만 저에게는 세상 어느 돈보다 크고 대단했어요. 이렇게 작지만 단단한 돈 벌기 경험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세상에 한 발 내 딛을 결심도 하게 되었답니다. 


[나만의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디자인제품, 굿즈제품일 경우 


1.무엇을, 왜, 어떻게 만들까요?


개인 소장으로 만드시는 게 아니라면 ‘제작 목적’이 있어야겠죠? 누구에게 판매할지, 왜 만드는지, 사람들이 내 제품을 구매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지 등등 초기 기획을 잘 하셔야 해요. 저는 유치원 이상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로 고객 설정을 하고, 그림 일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만들었어요. 명확하게 사전 기획을 할수록 실수가 줄어들 수 있답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이 있는 노트, 가방, 옷이라고 해서 구매를 하는 시대는 아니죠. 내 실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제품에 사람들이 반응을 하더라고요. 여러 사이트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살펴보시고 어떻게 판매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지 찾아보는 것도 공부가 됩니다. 나는 어떤 제품을 보면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스스로의 구매 패턴도 꼼꼼히 되돌아보세요. 


2.전문가에게 직접 의뢰하고 싶다면?


전문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예전에는 직접 수소문 해야했지만 요즘은 크몽 등의 사이트에서 많은 전문가분들을 만날 수가 있어요. 포트폴리오를 직접 보시고 견적 받아서 제작해볼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제작방법, 수정범위 등은 디자이너분들과 협의하셔야 해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직접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께 DM 의뢰를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평소에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이 있다면 제작 문의를 해볼 수도 있어요. 


3.소량 제작인데 어디서 하죠? 


불과 몇 년 사이에 소량 제작 업체, 굿즈 생산 업체들이 생겨났어요. 사이트에 내 디자인 상품을 올려서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죠. 생산 공장에 직접 대량으로 주문하면 그만큼 단가가 낮아져서 수익적인 면에서는 좋지만, 처음부터 대량 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은 많지 않잖아요? 실제 제작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경험도 없는 초보자라면 단가 비용은 조금 높아도 소량 제작을 해보시거나 굿즈 제작 사이트에 내 디자인을 올려보는 방법도 권해요. 


마플 https://www.marpple.com/
위드굿즈 https://withgoods.net/


4.그 외 추천 사이트


무료 이미지 사용 가능한 사이트 (유료 가입하면 더 많은 이미지 사용 가능)
캔바 https://www.canva.com/ko_kr/create/
미리캔버스 https://www.miricanvas.com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핀터레스트 https://www.pinterest.co.kr


5.안 팔릴 까봐 걱정이예요


저도 이 부분이 제일 걱정되었어요.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판매 공지글을 올리자마자 반응을 얻기란 쉽지 않죠. 평소에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본인만의 채널을 잘 운영해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잘 기록하시는 것도 좋은 홍보가 되죠. 갑작스럽게 공지 글을 올리고 사람을 모으는 방법보다는 시간을 충분히 두시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쌓아 가시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시길 권합니다. 처음부터 어떻게 대박이 나겠어요? 시도->수정->재시도를 해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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