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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앤 Oct 13. 2022

요즘 개나 소나 작가 한다고?

파트 3: 나 답게 그려본 인생 첫 그림, 600일 도전기

10년전 버킷리스트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제 버킷리스트는 무엇이었나 찾아보니 역시나 블로그에 기록이 남아있네요. 몇 개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책 내기’였어요. 


“나의 책을 나의 손주, 그 손주의 손주들이 읽으면서 나를 추억해보는 그런 날들을 상상해보며. 첫 책은 나의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첫돌이 될 때까지 이야기가 담겼으면 좋겠고 두번째 책은 가족과 나의 이야기. 세번째 책은 엄마, 딸, 며느리, 여자, 사회구성원인 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또 상상해본다. 2013.1.31”


작년에 쓴 버킷리스트 중 하나도 책 내기였어요. 왜 이렇게 저는 책을 내고 싶었을까요? 

글 쓰는 것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듯싶어요.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남길 수 있는 멋진 수단이라고 생각했죠. 두고두고 남으니까요.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강력한 계기는 할아버지가 쓰신 책 때문이었어요. 

태어나고 두 달 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었던 방법이 책이었거든요.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보며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책이 없었다면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할 수 없었겠죠. 자연스럽게 ‘나도 책을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듯해요. 

이 세상에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죠. 


블로그나 브런치 등 여러 플랫폼에 내 글을 계속 기록할 수는 있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제 글이 온라인에서 쓱 읽고 사라지지 않고 하나의 형태를 갖춰서 세상에 남게 되길 바랬어요. 책을 냈다고 하면 아무래도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글쓰기가 취미로만 남지 않고 정말 잘 하는 분야가 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요즘 뜨는 출판 시장, 전자책’ 


출판사에 직접 투고를 하는 방법 외에도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전자책이라고 하니 뭔가 디지털 도구도 잘 사용해야할 것 같고 제작에 어렵지 않을까 했죠. 저는 타고난 기계치에 복잡한 방법은 딱 싫었거든요. 전자책에 대해 찾아보니 간단했어요. 원고를 다 쓰고 PDF파일로 만들어도 된다는 거죠. 책 표지도 내 마음대로, 내용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요. 종이로 인쇄되지 않아도 되니 제작 비용이 들지도 않았어요. 출판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죠. 전자책 사이트에 올려서 판매하거나 자기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책이 전자책이었어요. 당연히 인세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죠. 


이렇게 매력만점인 전자책을 이제야 알다니! 신세계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그 동안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너무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였는데 전자책은 그에 비하면 너끈히 넘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그만큼 스스로 책임질 부분이 많긴 했죠. 하지만 책임부분보다는 ‘누구나 전자책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유독 크게 보였어요. 제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거지 그 형식이 종이 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한달 동안 전자책 쓰는 모임에 들어갔고 전자책 출간하겠다고 호기롭게 공표도 했죠. 자고로 일을 제대로 저지르려면 이렇게 동네방네 알려야 몸이 움직여지게 되는 법이니까요. 


육아모임을 6개월정도 운영하고 있었고, 그 동안 쌓인 육아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시도하는 도전들을 책이든 제품이든 계속 매듭 지으며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죠. ‘나 이런 활동을 했어.’ 말 뿐만 아니라 분명하게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족적’을 남기고 싶었어요. 


호기롭게 덤벼든 전자책 쓰기는 만만치 않았어요. 전자책이든 종이 책이든 원고를 써야 하잖아요?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이 술술 나올 줄 알았더니 금세 막히기 일쑤였죠. 쓰는 재미와 생각하는 고통이 동시에 찾아왔어요. 글로 써보며 새롭게 나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 글을 다른 사람들도 읽는다고 생각하니 단어 하나 쓰기도 만만치 않았어요.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죠. 블로그는 30분이면 뚝딱 하나의 포스팅이 써지곤 했는데 원고는 3일이 지나도 글자 하나 없는 백지가 더 많았어요. 


한 달이 지나자 얼추 초고가 완성되었어요. 다 만들었다는 후련함이 있을 줄 알았더니 다음 날 읽어보면 지우고 싶고, 또 그 다음 날 보면 고치고 싶더라고요. 읽을수록 제 글이 아니다 싶었어요. 너무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글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부터 다시 수정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어느 날 아이디어를 얻겠다고 서점에 갔어요. 이미 육아책은 수백권도 넘게 있었죠. 책을 읽는데 느낌이 평소와 달랐어요. 엄마로서 육아책을 읽는 것과 나만의 전자책을 내겠다고 읽는 느낌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죠. 이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책으로 다 나온 것은 물론이고, 대단한 전문가의 노하우 혹은 몇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의 언어로 쓰여 있었어요. 제 책은 출간되어서 서점에 놓이진 않겠지만 이 속을 비집고 들어가겠다고 생각한 게 순간 부끄러워졌어요. 그 순간 책 쓰기 관련한 글에는 여지없이 달리던 비난 덧글이 떠올랐어요.

 ‘개나 소나 작가 한다고 난리.’ 


그 말이 왜 생각났나 몰라요. 내 이야기를 책으로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 도전이 아닌 무모함이라고 잠시라도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유명한 책 사이에서 유독 작아진 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을까요. 

며칠간 전자책 쓰기를 멈췄어요. 아무도 나에게 책 쓰기가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묻지 않았죠. 빨리 쓰라며 독촉 받지도 않았어요. '그래, 책은 유명한 사람들이 쓰는 거야.’ 라며 스스로에게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주고 있었죠. 


초고 프린트물을 정리하는데 책상 한 쪽 귀퉁이에 아이 문제집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채점해달라며 아이가 놔둔 거죠. 채점을 하는데 순간 혈압이 올랐어요. 

"너는 왜 꼼꼼히 안 읽고 문제를 푸는 거야? 한 번 더 읽어보면 충분히 풀 수 있잖아!" 아이를 붙들고 괜한 짜증을 토해냈죠. 엄마의 화를 고스란히 받은 아이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요. 잔뜩 씩씩거리며 책상에 앉아 지우개로 문제풀이를 박박 지웠어요. 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투덜대면서요. 


"도대체 수학을 누가 만든 거야! 너무 싫어! 어른 되면 문제집 다 갖다 버릴 거야!"
 "너는 왜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투덜대? 하나씩 천천히 읽어보면 다 풀 수 있는 문제야. 일단 해봐!"


입밖으로 말을 하면서 아차 싶었죠. 아이에게 할 말이 아니었어요.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을 아이 문제집에 빗대어 하고 있었네요. '저기요, 어머니. 일단 안 해보시고 도망가지 않았나요?' 누군가가 혀를 끌끌 차며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핑계 대며 전자책쓰기를 멈추고 있었는데 아이한테는 일단 해보라며, 시도해보라는 말을 하고 있다니. 늘 이렇게 아이한테 잔소리하다가 제 모습을 뒤돌아보게 되네요. 순간 볼이 빨개지고 오기 아닌 독기도 생겼어요. 


‘개나 소나 작가가 된다고? 그렇다면 나는 최고의 마블링을 가진 소가 되지 뭐!’


이후 매일 새벽마다 열심히 원고를 뜯어 고쳤어요. 독기가 생기니 생각보다 더 빠르게 쓰기도 했죠. 이래서 동기부여가 생겨야 하나 봐요. 아이한테만 말하지 말고 내가 먼저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이 드니 집중해서 쓸 수 있었어요. 그렇게 2달의 시간이 지나서 전자책 한 권이 완성되었죠. 


[판매] 전자책 출간 2021.8.6

그림일기장을 판매할 때와 기분이 또 다르더라고요. ‘내가 쓴 글이 공감이 갈까? 읽기 쉬울까?’ 세상에 선보이는 제 글은 마치 ‘아기’같았어요. 그것도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 걸어야 하는 어른의 운명을 갖은 아기. 걷다가 넘어지든 조금만 가다가 주저앉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묵묵히 지켜봐야 했죠.


목표를 크게 잡지 않았어요. 딱 50권만! 이 정도만 판매되기를 목표로 했죠. 지인분들의 구매와 응원 덕분에 목표를 넘는 행복한 결과를 보게 되었어요. 블로그와 전자책 유통 사이트, 서점 사이트 등을 통해서 100건이 넘게 판매가 되었어요. 혼자 걸어가다가 넘어져서 울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걸어서 안전지대에 도착했네요. 


번개불에 콩 볶듯이 급하게 했던 그림일기장 판매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보다 더 단단하게 저만의 매듭을 지어볼 수 있었죠.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성취감을 주었어요. 해냈다는 자부심도 생겼죠. 전자책을 내고 나니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어요. 다른 모임에서 강의 요청을 받기도 했죠. 제 첫 강의였어요. 발표준비도 해보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 귀한 경험을 했죠. 이렇게 기회의 동아줄이 생각치도 못하게 주어지더라고요. 앞으로 나아가고 멈추지 않으면 그 줄을 잡을 수 있다는 경험도 하게 되었어요. 


너무 잘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보고 그대로 포기했다면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었겠죠? 남들에게 내 목표가 좌지우지되면 안 되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어요.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안 괜히 아까운 제 시간만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아무 시작도 안 했으면 아무 경험도 없었겠죠. 아무 일없이 흘러가는 무탈한 하루도 좋지만 재미는 없지 않을까요? 이후에 전 아이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 딱 한 번 더 시도해보라고요!   


[내 이야기로 책을 만들고 싶다면?]


1. 일단 쓰세요


책을 내고 싶다는 분들 정말 많죠. 하지만 한 줄도 쓰지 않으면서 ‘작가’의 꿈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무를 썰어야 김장이라도 하는 법! 일단 쓰세요.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합니다. 매일 노트를 펴시고 매일 로그인을 해서 한 줄씩 쌓아가세요. 


2. 무슨 주제로 쓸 까요?


책의 경우 분명한 주제가 있어야 하죠. 내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부터 명확한 분도 계실 수 있고 쓰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분들도 많아요. A라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B라는 주제로 바뀌기도 하거든요. 두리뭉실한 주제만 잡혀 있는 상태라면 서점에 가셔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비슷한 책을 많이 찾아보세요. 특히 목차를 꼼꼼히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여러 책을 분석해보면서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나의 주제로 책을 만들 수 있을지 나만의 목차도 잡아보세요. 이후 스스로의 검열없이 마음껏 써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해밍웨이의 유명한 말도 있어요. 일단 다 쏟아 내시고 이후 수정을 반복하면 됩니다. 내 안의 무슨 주제가 담겨 있을지 마음껏 풀어보세요! 


3. 어디에 쓸 까요?


예전엔 인기 블로거 분들이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은 경우가 많았죠. 요즘은 다양합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도 자신의 색깔이 확실한 분들은 책 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복잡하게 해시태그나 알고리즘 등 운영 방법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오로지 글만 쓰고 싶다면? 카카오 브런치도 좋습니다. 매해 출판 프로젝트가 있어서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부지런히 쓰고 열심히 출판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4. 책을 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해요!


독립출판: 직접 모든 출판의 모든 일을 하는 방식이에요. 책 기획부터 제작, 디자인, 마케팅, 홍보 등을 총망라하죠. 나만의 방법을 통해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판매가 잘 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요? 유명한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도 독립출판으로 출간되었다가 인기를 얻으며 스테디 셀러가 되었죠. 책의 색깔이 확실하다면 독자가 알아봅니다. 


전자책 : 최근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되었죠? 내용, 형식, 분량에 대해 자유로운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내 책을 보게 하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겠죠. 크몽이나 유페이퍼 등에 전자책 등록을 하고 수수료를 제외한 인세를 받을 수도 있으며, 자신의 플랫폼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자비출판 : 출판과 관련된 비용을 작가가 부담을 하는 방식입니다. 작가가 일부 부담을 하고 나머지는 출판사에서 부담하는 형태도 있어요. 


출판사 투고 : 가장 많은 분들이 도전하는 분야이죠. 출간 기획서와 원고를 써서 직접 출판사에 투고를 합니다. 출판사에서 인쇄, 마케팅 등 비용을 담당하니 출판사의 색깔과 맞는 원고, 대중성이 있는 원고 등을 택하게 됩니다. 원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어떠한 책이 출간되었는지를 살펴보시고 내 원고 스타일과 맞는지 살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디든 내 글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방법을 늘 크게 눈 뜨고 찾아보아요. 

내가 직접 내 글에 날개를 달아줘야 합니다. 누군가가 알아서 날개 돋게 해주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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