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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앤 Oct 12. 2022

발표울렁증이 있지만 모임리더입니다.

파트 3: 나 답게 그려본 인생 첫 그림, 600일 도전기

무슨 일이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다닐 때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박봉과 야근도 참아내곤 했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아해서 

20대 시절엔 참 다양한 동호회 활동도 했어요. 노래, 춤, 여행, 벽화, 영화 등등 온갖 재미있어 보이는 모임엔 잘 나가곤 했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모임도 자연스럽게 계획해보게 되었어요.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온라인이 최선이었죠. 독서 모임, 브랜딩 모임, 블로그 모임 등등 여러 모임을 참여하면서 ‘나도 이렇게 모임을 해보고 싶다.’라는 꿈을 키워보게 되었어요. 육아모임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은 브랜딩 블로그 모임, 1:1 컨설팅, 100일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운영해보고 있어요. 

제가 처음부터 모임 운영도 척척 해내고 사람들을 잘 리드하고 그랬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매 순간 넘어야할 산들이 늘 있더라고요. 싫어하는 일도 해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죠. 냉정한 현실이예요. 

더구나 저처럼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을 하고 싶다면, 생각치 못한 복병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해요. 여러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웃는 일만 생기지는 않거든요.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악물고 해내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어떻게 든 이겨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또 도망가버리면 영영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사림이 될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과 함께 할 모임을 구상하는 과정은 꽤 재미있었어요. 무엇을 같이 해볼지 모임 기획을 해보고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는 일은 원래 회사 업무와 이어지기도 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죠.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모임을 신청하고 문의를 주는 과정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설레었어요. 딱 거기 까지만 좋았어요. 글을 통해서 소통하는 것 까지만. 

네, 저에겐 온라인 대면이라는 넘어야할 큰 산이 남아있었습니다. 


온라인 모임이라고 해도 얼굴을 아예 안 볼 수는 없죠. 줌이나 네이버 웨일 등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줌을 통해 강의를 하거나 멤버들 간의 친목도모를 해요. 카톡이나 덧글로 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회사에서도 사람들 앞에 서서 프리젠테이션 하기 싫어서 도망 다니던 저였는데, 이걸 어쩌나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네요. 

아무리 모임 리더라 해도, 모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긴장이 안될 수가 없었죠. 


같은 내용 이어도 말하기와 글쓰기는 너무 다르잖아요. 글로 쓰면 오타 수정이라도 할 수 있지, 말은 내뱉으면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노릇. 발표 울렁증의 저를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었어요. 회사에서는 선배들 뒤에 숨을 수 있었지만, 이건 제가 저지른 일이었잖아요. 아무도 저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죠. 그러면 모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발표 싫다고 해서 해보고 싶은 일 자체를 포기하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떻게 든 이겨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 모든 말을 적어 놓자!’ 밤새도록 말할 내용을 만들어 두었죠.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부터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는..." 


사실, 사람들이 늦잠을 자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줌에 못 들어오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몰라요. 

줌 링크를 톡 방에 공유하고 한 분 두분 들어오시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심박수는 더 높아졌죠. 열심히 적은 커닝 페이퍼를 옆에 두고 줌 미팅을 했습니다.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고 반응도 보면서 여유롭게 하면 될 것을, 할말을 쭉쭉 읽어 내려가느라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아요.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렸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서 안면 근육은 당겼으며, 목소리는 덜덜 떨렸죠. 처음이라 긴장된다고 솔직히 말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실수 안 하겠다고 안 떨리는 척했는지 모르겠 어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회의실 나가기 버튼을 누르면서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이미 겨드랑이에서 땀이 분수처럼 폭발한 뒤였어요. 그래도 줌으로 하는 모임이었기에 커닝 페이퍼라도 만들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물론 이렇게 한번 줌 미팅을 해보았다고 해서 발표 울렁증이 극복된 것은 아니었죠. 이후에 몇 번 해보아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줌 미팅을 안 하면서 모임을 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보기 일쑤였죠. 카톡이나 메일로만 운영해볼 수는 묘수를 내보기도 했습니다. 네, 부끄럽지만 사실이예요. 그렇다고 모임을 대충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메일 한 줄을 쓰더라도, 카톡 하나를 보내더라도 정말 성심성의껏 했죠. 얼굴을 마주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어떻게 든 이 마음을 글자로 대체하고 싶었으니까요. 익명성을 원하시는 몇몇 분들은 이 방법을 좋아하기도 하셨지만 대부분 얼굴도 못 본 채 모임이 종료되니 아쉬움을 나타내셨어요. 모임 피드백을 볼 때면 얼마나 뜨끔하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저도 알긴 알죠. 여전히 화면을 켜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부담감이 저를 짓누르더라고요. 리더이기에 더욱 실수없이 말해야 하고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쉽사리 없어지진 않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모임을 진행 한지 수 개월이 지난 날이었어요. 일대일 모임을 신청하신 분이 계셔서 한달 동안 블로그 덧글과 메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었죠. 마무리는 줌 미팅을 하길 원하셨어요. 역시나 긴장감이 찾아왔어요. ‘괜찮아, 한 분하고 만 얘기하면 되니, 편하게 하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커닝 페이퍼를 만들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날 그 분과 무슨 이야기를 하였었는지 상세히 기억이 나진 않아요. 반은 울었고 반은 웃었던 시간이었거든요. 아이를 향한 진짜 속 마음, 육아하며 발견한 자신의 어린시절,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이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한 달 가까이 나눴던 분이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울었고,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웃고, 더 나은 육아를 다짐하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그 날의 커닝 페이퍼는 볼 필요도 없었죠. 


"이렇게 만나서 얘기하니 좋네요. 덕분에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줌 로그아웃을 한 후에도 한참을 모니터를 바라보았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벅차오른 날이었어요. 단순히 줌 미팅이 실수없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아니었어요. 모든 말을 실수없이 하도록 준비를 하는 것보다, 멋진 명언을 찾아오는 것보다, 해결 노하우를 찾아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어요.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임을 비로소 알았거든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리더가 아니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나누며 그 다음 방향성을 계획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어요. 


이걸 깨닫고 나자 그 뒤로 줌 미팅에 여유가 조금씩 찾아오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하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게도 되었죠. 완벽한 시간이 아닌 서로 맞춰가는 시간으로 보내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모임 멤버들과 무슨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볼지,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진짜 리더로 조금씩 성장해갈 수 있었죠. 물론 중간중간 커닝 페이퍼의 도움을 약간은 받기도 하지만요! 


리더가 되어본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된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덕분에 모임을 운영하는 중압감에서 한결 홀가분해 질 수 있었거든요.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잘 못한다며 계속 피하기만 했다면 아마 이러한 성장도 없었을 거예요. 계속 모든 대본을 써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만 마주했겠죠. 역시나 부딪히고 도전해봐서 손해볼 일은 없었네요. 발표가 두려워서 도망 다녔던 회사시절의 제 모습에서 모임을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진짜 리더로 변화될 수 있었어요. 


[모임 운영자를 준비하고 싶다면?]


1. 온라인 모임 운영, 저도 해보고 싶어요!


온라인 모임. 저도 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럼요! 
 ‘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무슨 모임을 해볼 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독서 모임이라고 해도 남들과 똑 같은 독서 모임이면 안 되겠죠?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게 아니니까요. 모임의 주제를 뚜렷하게 잡아야 그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육아 독서 모임이라고 한다면 그냥 ‘육아’ 주제를 잡지 마시고, 더 세분화해보세요. 아이의 심리로 중점적으로 독서를 해볼 것인지, 엄마의 말습관으로 해볼지, 자녀 학습교육으로 할지, 연령대를 어떻게 해볼지 등 세부적으로 주제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2. 사람들이 모일 지 걱정이 에요!


이 부분이 제일 고민이죠. 모임을 오픈 했는데 막상 무반응이면 어떡하나 싶어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첫 모임에 사람이 모이지 않아 상처를 받고 바로 접으신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결국 꾸준히 하는 사람이 살아 남습니다. 모임을 계획 중이시라면 운영하시는 플랫폼(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 관련 주제의 글을 꾸준히 쌓으시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도 신청을 안한다면? 다음 달에 또 하면 되죠! 
저도 무반응의 경험이 당연히 있어요. 이불 킥 했던 순간들이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사람이 안모였다고 폐업신고를 하는 상황이 닥친 건 아니잖아요. 약간의 창피함과 속상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오픈했어요. 물론, 이전과 똑같이 하시면 안 되겠죠! 모임의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서 인지,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사가 너무 낮은 건 아닌지, 내가 너무 두리뭉실하게 설명한 건 아닌지 계속해서 수정 작업이 필요해요. 


3. 비용은 받아도 될까요?


저는 ‘무료’는 하시지 말기를 권합니다. 비용이 없으면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져요. 사람 마음이 그러잖아요. 돈 안들인 만큼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소리 소문 없이 톡 방을 나가는 일도 생깁니다. 비용을 받는 게 부담스러우시다면 ‘보증금’ 명목으로 받으시는 방법도 고려해보세요. 참여한 만큼 제하고 돌려주는 방식이죠. 모임 기획부터 홍보, 운영까지 내가 노력한 시간을 한 번 계산해보세요. 최소한의 비용은 받는 게 맞습니다. 다른 유사 모임을 참고로 많이 보시면 도움이 된답니다. 


4. 줌 미팅때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제가 제일 힘들어 했던 부분이죠. 사람들을 줌에 불러 앉혀 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줌이 아예 없는 모임을 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참여한 분들이 참 많이 답답했겠다 싶어요. 카톡이나 메일은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제 경험 상 멤버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좋았어요. 리더 혼자 말하는 것은 강의 잖아요. 모임은 강의가 아닙니다.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교류하는 것이 중심이어야 좋죠. 때문에 완벽한 대본 준비를 하시기보다 큰 주제를 잡으시고 사전에 공유하신 뒤,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줌 미팅이 너무나 부담스럽다면 카톡이나 덧글로만 가볍게 참여하는 모임부터 한번 운영을 해보세요. 차츰차츰 경험을 쌓은 뒤에 그 다음단계를 넘어보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경험을 해보시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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