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710 판결
2024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한 판결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회색지대에 선명한 선 하나를 그었다. 사건의 중심에는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특수성을 이용한 차익거래가 있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것을 넘어, ‘투자자’와 ‘사업자’라는 두 단어의 법적 정의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건의 구조는 지극히 합리적인 시장 논리에 기반한다.
자금 모집: 일본의 불특정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매수: 그 자금으로 일본 거래소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상자산을 매수한다.
이전 및 매도: 매수한 가상자산을 한국 내 거래소로 전송한 뒤, ‘김치 프리미엄’이 적용된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한다.
수익 분배: 발생한 시세차익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운영 그룹은 그 대가로 약속된 수수료를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일본 현지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해 한국으로 이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수사 결과, 이들이 한국으로 송금한 돈은 1,7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개인의 재테크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명백한 시스템과 조직을 갖춘 ‘거래’였다. 문제는 이 ‘거래’를 현행법이 어떻게 규정하는가였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을 위반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기소했다.
피고인의 항변은 단순했다. “나는 사업자가 아니라 투자자다.” 이 주장은 법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정금융정보법이 규제하고자 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란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가?
만약 법이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반복적으로 거래하는 자’를 모두 사업자로 본다면, 전업으로 단타 매매를 하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 역시 잠재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과잉 규제이며, 법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반대로 그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하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자금세탁 창구를 방치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이 사건은 법이 신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였다.
대법원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복잡한 기술이나 금융 이론 대신, 행위의 ‘목적’과 ‘대상’이라는 지극히 본질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 경우: 법원은 “자기의 계산으로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거래하는 ‘일반적인 이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아니라고 명시했다. 즉, 내 돈으로, 내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행위는 그것이 아무리 반복적이라도 ‘투자’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았다.
가상자산사업자인 경우: 반면,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가상자산 거래를 대행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 그룹은 자신의 돈이 아닌 ‘일본 투자자들’이라는 타인의 돈으로, 그들의 이익을 위해 거래를 대행하고 ‘수수료’라는 명백한 대가를 받았다. 이는 ‘투자’가 아닌 ‘영업’의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 판결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행위가 ‘나’를 위한 투자를 넘어 ‘타인’을 위한 서비스업의 형태를 띨 경우, 더 이상 개인의 자유로운 재테크 영역에 머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때부터는 특정금융정보법이 요구하는 신고 의무,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 시스템의 감시와 규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법은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그 본질적인 목적을 본다. 당신이 클릭 한 번으로 수억 원을 옮기는 시대에, 시스템은 당신에게 묻는다. 그 클릭은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을 믿고 돈을 맡긴 타인을 위한 것인가. 대법원 2024도10710 판결은, 그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당신의 법적 지위가 ‘투자자’에서 ‘사업자’로 바뀔 수 있다는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했다.
위 판결 설명은 유투브 아래 채널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