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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의 서가 Apr 09. 2021

추상미술 별건가요 #6 빛 분석, 추상미술을 만들다

19세기 후반, 사진의 압박에 쫓기던 미술은 사진에 대항해 새로운 미술을 시도하는데, 인상주의(Impressionism) 미술이다. 인상파는 사건의 순간적인 상태를 리얼하게 재현하고자 했다. 인상파가 순간에 주목했던 이유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리얼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이란 무수한 순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클로드 모네, 일출:인상, 1872




광학(optics)


인상주의 이전의 미술가들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뚫어져라 눈앞의 물체를 관찰했다. 원하는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작가는 몇 주 또는 몇 달, 심지어는 수년 동안을 눈앞의 물체를 관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상파 미술가들은 그렇게 관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관찰한 것은 물체가 아니었다. 그들이 관찰한 것은 순간적으로 물체에서 반사되어 나온 빛이었다.



19세기 사진의 등장과 광학의 발전은 화가들의 지각 체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은 빛이 형태를 담아서 나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광학(optics 빛의 과학)에 대한 지식 덕이었다. 인상파는 사진과 같이 빛으로 형태를 포착하였다. 인상파가 빛을 그리고자 했던 이유는 세상 만물은 빛에 의해 그 형태가 드러나고 빛의 강약에 따라 형태와 느낌이 달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화가의 집, 1873


19세기 사진의 등장과 광학의 발전은 화가들의 지각 체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인상파 화가 모네에게 눈앞의 물체는 고정 불변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날아가는 연기나 구름같이 시간과 공기 속에서 부유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시간, 빛, 대기가 만들어내는 한순간의 상태일 뿐이다. 모든 것은 순간순간 빛의 형태로 유동한다. 모네는 그중 한순간의 인상(빛의 상태)을 포착하여 표현하였다. 




필촉 분할(divisinoism)


모네에게 하늘 아래 불변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빛에 의해 용해되고 변화해나간다. 모네는 수시로 변화하는 빛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필촉 분할(divisinoism)을 사용하였다.


필촉 분할이란 팔레트와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직접 혼합하지 않고 색점으로 찍어 표현하는 기법이다. 인상 주의자들은 색의 밝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중간색이 필요한 경우 색을 혼합하지 않고 원색을 작은 필촉으로 캔버스 위에 나란히 칠해 양쪽을 혼합한 색이 사람의 눈에 보이도록 했다. 인상파의 화면은 미세한 필촉으로 분할되고, 색채도 순수한 색으로 분할되었다.


클로드 모네, 루앙 성당, 1894. 모네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시간을 달리하며 무수히 그렸던 이유도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시각적 진실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인상파의 필촉 분할(筆觸分割)은 단순하지만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거기에서 순수 조형/추상미술의 가능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필촉 분할로 그린 그림을 확대하여 보면 거의 추상미술이다. 

그러나 인상파의 채색법은 문제가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적인 빛의 상태를 재빨리 그리기 위해 튜브에서 바로 짜낸 물감을 그대로 캔버스 위에서 혼색하였다.


클로드 모네, 건초더미


인상파는 빛을 색으로 칠하려 했다. 그런데 서로 섞이면 밝아지는 빛과는 달리 색은 서로 섞으면 탁해진다. 그 결과 인상파 화가들이 칠한 색들은 순도(純度)가 떨어져 원하는 밝은 색의 효과를 얻을 수가 없었다.


클로드 모네, 수련과 확대된 모습




가산 혼합 & 감산 혼합


인상파는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빛을 그리기 위해 원색의 물감을 재빨리 캔버스에서 혼합했다. 언제 빛의 상태가 바뀔지 모르니까 가능한 재빨리 그리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인상파는 반짝이는 빛을 그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선명한 원색을 칠한다 해도 그림은 밝아지지가 않았다. 물감은 빛이 아니었던 것이다.


빛은 가산 혼합, 색은 감산 혼합이 된다


빛은 가산 혼합(additive mixture), 즉 섞으면 섞을수록 밝아지는 반면 색은 섞으면 섞을수록 탁해진다. 감산 혼합(subtract mixture)이 된다. 그런 이유로 아무리 선명한 원색을 혼합한다 해도 인상파의 그림이 탁해지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신인상주의 =과학적 인상주의


이러한 인상파 미술의 결점을 보완하고 더욱 과학적으로 인상주의의 이론을 전개한 사람이 조르주 쇠라(George Seurat)였다. 쇠라는 인상파의 색채 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색채학과 광학 이론을 작품에 적용하여 신인상주의 미술(Neo Impressionism)을 만들어냈다.


조르주 쇠라,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1884-6


맑게 갠 어느 여름 어느 날, 파리 근교의 그랑드 자트 섬에서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on La Grande Jatte」이다. 이 작품은 1886년 제8회 마지막 인상파 전람회에 출품되어 가장 이목을 끌었던 작품으로 이 작품이 제작될 동안 쇠라는 매일같이 아침부터 그랑드 자트 섬에 나가 여러 포즈를 현장에서 스케치하고, 오후에는 그 모습들을 새롭게 조형적으로 만들어 화면에 배치하곤 하였다. 쇠라는 순색의 작은 색점들을 나란히 칠하는 점묘 기법으로 인상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과학적 인상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조르주 쇠라,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연습화


색점으로 찍어 칠하니 색이 서로 섞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밝은 그림이 되었다. 이러한 그림은 색점을 찍어 그렸다 하여 점묘 주의라고 부르기도 하고, 새로운 인상파라는 의미로 신인상파라고도 불렀다. 쇠라의 점묘 기법은 나열된 색채들이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색이 혼합되는 원리였다.


폴 시냑, Antibes, 1911


신인상주의는 현실 그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을 물감으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써 순수미술/추상미술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조르주 쇠라, The-Channel-At-Gravelines-Petit-Fort-Philippe


보라. 화면에 동일한 색가(色價 농도와 명도를 수치화한 값)로 편평하게 칠해진 신인상주의의 미술은 이미 추상미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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