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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의 서가 Apr 09. 2021

추상미술 별건가요 #8 형태 분석, 추상미술을 만들다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입체파 그림을 100년 전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 비평가 루이 보셀(Louis Vauxcelles)은 브라크의 작품에 대해 경멸조로 브라크의 그림은 온통 입방체(cube) 뿐이라고 비난했는데, 거기에서 입체파(Cubism)라는 화파가 탄생했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세잔의 초기 기하학적 도형을 큐브로 이루어진 입체파로 진화시켰고, 서양미술의 혁명을 불러왔다.      


입체파(Cubism) 미술


처음 큐비즘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입체파는 파리의 미술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젊은 작가들은 앞 다투어 큐비즘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각도에서 큐비즘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갔다. 큐비즘은 20세기 미술의 혁명이었다. 이후 전개된 20세기 현대미술은 거의 모두 큐비즘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큐비즘이 없었다면 현대미술도, 추상미술도 없었다.  




자연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이루어졌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화가 폴 세잔(Paul Cezanne)은 형태의 근원적인 구조를 탐구하고 있었다. 세잔이 찾고자 한 것은 형태의 이면에 숨어 있는 형태의 본질적인 구조(structure)였다. 오랜 자연 관찰을 통해 세잔은 물체의 구조가 구 · 원통 ·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고, 그 단순한 형태들로 자연/세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들, 1906


세잔은 자연의 본질적인, 변함없는 형태를 구나 원통과 같은 입체 기하학에서 찾았다. 세잔의 연구는 입체 기하학으로 결론이 나게 되어 있었다. 자연의 모든 형태를 환원/분석해나가면 종국에는 구(球)나 원통 같은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큐브(cube)로 이루어졌다


20세기 초, 피카소와 브라크는 세잔의 조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을 더 단순화/추상화하였고, 종국에는 자연을 육면체의 입체(cube)로 전환하였다. 큐브(cube)란 동서남북 위, 아래의 육 면으로 이루어진 육면체를 말하는데, 큐비즘이 자연을 육면체의 입체로 단순화한 이유는 완전한 형태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눈 온 뒤 물 길어 가는 여인들, 1912


입체파는 세잔의 원통 형태를 육 면의 면으로 이루어진 입방체(cube)로 단순화시켰다. 이 육면체를 큐브(cube)라고 부르며 형태를 면들로 분석하였다고 해서 분석적 입체파(Analytic Cubism)라고 불렀다. 입체파에게 자연의 모든 형태는 육 면으로 이루어진 cube(입방체), 즉 기하학 도형(geometric form)이었다. 이것을 완전 기하학 도형으로 만들어 평면으로 만들어버리다면 추상미술이 되는 것이다.





입체파는 신조형의 출발점이자 20세기 미술의 보고(寶庫)였다. 이후에 등장한 대표적인 현대미술인 미래파, 입체 미래파, 구축 주의, 신조형주의, 절대주의, 미니멀 아트 등은 모두 입체파 미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큐비즘이 없었다면 현대미술도, 추상미술도 없었다. 그만큼 입체파는 대단한 미술이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칼 가는 사람, 1912 




자연은 점·선·면으로 이루어졌다


세잔은 자연을 원통으로 보았고, 입체파는 자연을 큐브(cube)로 단순화시켰다. 큐브가 마지막 단계인가? 아니다. 거기에서 더 밀고 나아가면 면과 선, 점으로까지 단순화시킬 수가 있다. 이것을 시도한 사람이 몬드리안과 말레비치이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마음만 먹었다면 추상미술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피카소와 브라크는 추상미술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입체파의 목적은 추상미술이 아니었다. 그들은 추상과 자연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을 즐겼다.


알베르 글레이즈, La Femme aux Phlox, 1910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이런 입체파 미술에 강한 불만을 느꼈다. 왜 순리적인 조형의 진화를 거부하느냐는 불만이었다. 몬드리안은 입체파 미술이 완전한 추상미술로 진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몬드리안은 그것이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길이고 미술의 진화라고 믿었다.



몬드리안이 나무를 추상해나가는 과정


사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피카소와 브라크가 다 만들어놓은 미술이었다. 육면체의 큐브를 하나하나의 면들로 떼어내어 보라. 큐브를 분리시켜 평면으로 되돌리면 사각형의 면이 될 것이다. 그것들을 보기 좋게 나란히 두면/콤포지션(Composition) 하면 추상미술이 되는 것이다.


몬드리안에게 형태는 면들의 집적이었고, 면은 선의 연장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선은 점들의 연장으로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모든 인간은 세포로서 분해되듯 모든 형태는 점, 선, 면으로서 분해할 수 있다”


는 것이 몬드리안의 믿음이었다.


큐비즘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면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미술과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미술이 된다. 


세잔에서 시작된 형태의 구조 분석은 단순했지만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20세기 미술의 혁명인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형태의 구조 분석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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