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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Oct 13. 2024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정답을 만들어나가는 힘


2023년 5월이었다.


20살 때부터 오랜 꿈이었던 ' 책 쓰기 '를 위해 첫 줄을 쓰기 시작했다. 황금연휴 날에 약속도 잡지 않고 주말이면 도서관에 오픈런을 했다. 콘센트가 있는 좌석에 앉아 하루 종일 글을 썼다. 배부르면 잠이 오기 때문에 라떼 한 잔을 먹으며 글을 쓰고 집에와서는 맥주 한 잔 하며 그 날의 할당량을 채워 미친 듯이 초고를 완성했다. 


에세이였지만 교과서 같았던 그 책은 몇 달동안의 퇴고를 거쳐 에세이다운 면모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표지를 고르고 내지 디자인의 과정을 거쳐 2024년 초봄 어느 날 내 손에 쥐어졌다. 부모님, 친구, 오랫동안 연을 이어온 인연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놀라움이 가득한 사람도 있었고 현실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돈 얼마 들었어? "

" 책 쓴다고 팔리냐? "

" 한 권 쓰면 니한테 얼마 떨어지는데? "


그럴 때면, 내 만족을 위해 쓴 거고, 나는 꿈을 이뤄서 좋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실물로 책을 접하고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내 꿈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4년 10월에서야 비로소 완성되었다.



대구인디도서전에 내 책이 나온 출판사가 참여하게 되어 나도 도움을 드리러 참가하게 되었다. 내가 쓴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입도 못 때고 있었다. 사실,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할까봐 그 반응을 마주하기가 무서워 말하지 못했는데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내 책을 적극 홍보했다. 한 권, 두 권 팔릴 때마다 좋기도 하고 나를 PR하는 것이 이렇게 땀나는 일임에 진이 빠졌다. 


그 때,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왔다. 앳된 얼굴의 여중생이었다. 어머님은 자존감이 낮은 아이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키워주기 위해 알맞은 책을 찾고 있다고 하셨다. 그 아이는 타인이었지만 오래된 내 모습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내성적인 성격에 놀림도 받고 따돌림도 당하며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쓰였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시길래,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고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말씀드리며 책에 담긴 것들을 말씀드렸다.  


눈 앞에 책을 쓴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눈이 동그래진 아이와 어머니는 책을 훑어보셨다. 곧 구입을 하시며 사인도 해드렸다. 갈 채비를 하는 어머님께 아이가 소근소근 말했다.


" 같이 사진 찍고 싶어 "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나 보다. 손에 책을 들고 서서히 멀어지는 아이와 어머님을 보고 있으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늘에야 내 책이 완성된 순간이라고. 내 이야기, 내 살아온 과정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킬 때, 내 책은 또 한겹의 생명력을 덧입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질문에 대해 나의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내 책에 생명력이 더해졌거든. 가치가 생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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