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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책 Mar 13. 2024

웹소설은 처음인데요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동률님의 출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출발해야지. 어디로? 지금 연재 중인 웹소설의 세계로 출발!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 지역에서 하는 웹소설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작법 위주의 수업이 될까 희망했건만 역시 수업의 최종 목표는 글을 써야 하는 것. 수업의 과제가 시놉시스와 1화였기 때문에 웹소설을 쓰고 싶었다.

책방을 하면서 몇 년 동안은 웹소설을 읽지 않아서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점점 다가오는 마감에 되는 데로 써버렸다. 로판. 로맨스판타지를 써보고 싶어서 썼다. 정작 내 글을 본 선생님께서는 라이트노벨이나 일본 만화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로판 연재 사이트가 아닌 다른 연재 사이트를 추천해 주셨다.

수업은 끝나도 시놉시스까지 완성했으니 처음 써본 웹소설을 끝까지 쓰고 싶었지만 언제나 자신과의 약속은 어기기가 쉬웠다. 2화를 앞부분만 써놓고 진도가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웹소설 선생님께서 우리 지역에서도 웹소설 쓰는 분들이 있다며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 나도 초대해달라고 했다.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떻게든 감화가 되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체 대화방에 늦게 들어갔더니 이미 한 번의 모임이 있었다. 다행히 서점 휴무에 두 번째 모임이 있어서 참석할 수 있었다. 어색한 채로 모임에 참석해 자기소개를 하고 웹소설 2화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매주 월요일 오후 웹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모임에는 웹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님들도 계셨고 나처럼 지망생도 있었다. 지망생들끼리 약속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무료 연재를 시작하자고. 늦어도 12월 31일에는 글을 올리자고. 양귀자 작가님께서 <모순>을 바쁜 하루, 30분의 시간을 내서 완성했다며 우리도 하루에 30분이라도 꼭 글을 쓰자고 모순클럽도 결성했다. 

모임에서 매주 각자의 웹소설을 쓰던 중, 한 분이 제안하셨다. 요즘 히트하는 웹소설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으니 웹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던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여성향 작품과 남성향 작품을 격주로 번갈아 가면서 대박 난 웹소설을 읽었다.

대박이 난 작품에는 이유가 있었다. 재미있는 웹소설을 많이 만났다. 이 작품은 이렇게 후킹을 하고 다음 화가 궁금하게 끝을 내고. 공부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 웹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썼던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웹소설이 맞나?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되었다.

그래도 12월에는 연재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4화까지 썼다. 쓰면서도 이게 맞나 계속 의심되어 글이 잘 써지지도 않았고 11월에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웹소설을 읽으니 내가 쓴 글은 연재가 힘들 것 같았다. 모임에서도 고민을 토로했다. 선생님께서 알려준 사이트를 보아하니 웹소설이 아닐 것 같다며 다시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해 주었다.


결국 그 글을 엎고 12월 말에 다른 글을 썼다. 연재는 비축할 분량을 미리 써놓고 시작한다던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올해 안에 연재를 시작한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2화를 쓰면서 12월 28일 마침내 무료 연재 사이트에 연재를 시작했다. 여러 곳에 연재할 자신이 없어서 두 군데만 내 글을 올렸다.

연재 사이트에 글을 올리니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계속 조회 수를 확인하게 되었다. 사이트 한 곳은 반응이 너무도 조용했고, 나머지 한 곳에는 1화에 이틀 사이 댓글이 일곱 개가 달렸다.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 기분은 잠시였다. 2화를 빨리 써야 했다. 내 목표는 일주일에 두 편을 연재하는 것이었다. 화요일과 금요일,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싶었다. 쓰고 있던 2화를 마무리하고 사이트에 올린 후 또 3화를 쓰고. 연재를 하니 쉴 수 없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3화를 올린 1월 5일, 나는 메일을 한 통 받게 되었다.

편집부에서 온 메일이었다. 메일 제목에는 출판사 이름과 내 작품 제목, 메니지먼트 계약 제안을 한다고 되어있었다. 메일을 바로 열어보지 않았다. 출판사 이름이 생소했고 이제 고작 3화를 올렸는데 벌써 계약하자고 하니 이상했다. 보통 연재 초반에 연락해 오는 출판사는 좋지 않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3화까지 쓰면서 이 작품을 계속 쓸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 계약이고 뭐고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웹소설이 처음인 내가 비축한 원고도 없이 연재를 시작했더니 정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되어버렸다. 책방 영업, 책방 모임, 그리고 집에서는 육아. 다니던 학교가 그나마 방학이라 다행이었다. 나는 너무도 바빠 정신이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했다. 출간한 작품이 몇 없는 신생 출판사였다. 신인 작가와 신생 출판사 조합은 좋지 않다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메일을 열었더니 내 작품에 대한 분석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메일이 처음이라 긴 내용에 감동할 뻔했는데 묘하게 영혼이 없는 것 같았다.

계약조건도 명시되어 있었다. 조건을 보고 마음먹었다. 여기는 아니라고. 조건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좋았기 때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했을 텐데. 나는 출판사를 하면서 출판 계약서도 만들어 보았고 작가님과 계약도 해보았다. 물론 종이책이라 웹소설 계약조건과는 달랐지만 들었던 일반적인 웹소설 계약조건보다 좋아서 의심스러웠다.

모임에서 계약 제안을 받았다고 했더니 다른 작가님께서 알고 있는 출판사였다. 역시나 평이 좋지 않은 출판사.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계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출간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그래도 계약 제안을 받은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10화까지 연재하고 내가 원하는 출판사에 투고할까도 고민했다. 10화까지 쓰면 투고할 수 있는 원고 분량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는 15화를 쓰고 있다. 10화까지 쓰고 출판사에 투고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로판은 장기간 연재를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을 길게 쓸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1학기에 들을 웹소설 수업 과제를 미리 해본다는 기분으로 10화는 채우고 싶었다. 그 이후 마음이 놓였는지 일주일에 두 편도 쓰기 어려워 요즘은 일주일에 한 편씩 연재하고 있다. 

연재를 포기할까도 싶었는데 모임에서 완결은 해보라는 격려를 받았다. 이야기의 결말까지 마무리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시간에 쫓겨 우당탕탕 연재를 시작할 게 아니었지만 배운 것이 많았다. 연재 중에 재미있다는 댓글을 받고 벽만 보고 글을 쓰는 건 아니었다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빨리 쓴, 갈수록 구멍이 많은 내 글을 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단행본 한 권 분량인 25화까지 어떻게든 완결하고 싶다. 내가 만든 세계관의 주인공들에게 갈 수 있는 길을 내줘야지. 글을 쓰는 건 괴롭고도 즐겁다. 웹소설을 연재하면서 늘 짧은 글만 쓰던 내가 그래도 글을 길게 쓸 수 있구나 자신감도 가졌다. 급하면 몇 시간 만에 1화 분량인 공백 포함 5,000자도 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록 글은 무너졌지만 말이다.

첫 작품을 완결하고 다음 웹소설 연재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준비를 잘해서 웹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 계속 쓰면 글은 나아질 거라 믿는다. 오늘도 내가 만든 웹소설의 세계로 출발하겠다. 아주 멀리까지 가야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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