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속력? 그게.. 그거.. 아닌가??
앞 장에서 우리는 속도의 정의와 평균 속도, 순간 속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속도의 크기는 처음 위치와 나중 위치 사이의 직선 거리와 관련 있습니다. 평균 속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를 지나든 관심 없고 단지 처음 위치와 나중 위치만 알면 된다는 것이죠. 5초 동안의 평균 속도를 안다는 것은 5초 동안 물체의 운동 방향이나 빠르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고, 단지 5초 동안 물체의 위치 변화만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예를 들어볼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로 총 400km인데 자동차로 4시간이 걸렸다고 해 볼게요.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빠르게 달렸다가 느리게 달렸다가 정지하기도 했을테지만, 평균적으로 직선 거리로 400km 떨어진 곳을 4시간만에 도착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의에 따라 자동차의 속도의 크기는 100km/h가 됩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4시간 동안 자동차가 실제로 이동한 거리가 400km밖에 안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직선거리로 400km이니 이리저리 구불구불 갔다면 실제 이동한 거리는 400km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는 4시간 동안 400km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평균적인 빠르기는 100km/h보다 더 커야합니다. 이처럼 물체가 실제 이동한 경로(직선이든, 곡선이든)의 길이를 모두 더하여 물체의 빠르기를 정의한 것을 '속력(speed)'이라고 합니다. 속력은 특정 시간 동안 물체가 실제 이동한 거리를 측정하여 구한 물리량으로, 이동 거리는 방향이 없는 물리량이므로 속력 역시 방향이 없는 물리량입니다.
| 속력(speed) |
속력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동 거리는 '크기'만 있는 스칼라량이므로 기호로 나타낸 식에서 기호 위에 화살표를 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속력 역시 '크기'만 있는 스칼라량입니다.
다시 잼리의 운동으로 돌아가볼까요?
잼리는 A→B→C를 이동하는 동안 평균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움직였을까요? 속력이라는 물리량으로 다시 질문하면, 잼리가 A→B→C로 이동하는 동안 잼리의 '평균 속력'은 얼마일까요? 잼리는 '16초' 동안 총 '5m+3m=8m'를 이동했으니 A→B→C를 이동하는 동안 평균적으로 0.5m/s의 속력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잼리의 '평균 속도의 크기'와 '평균 속력'을 비교해 볼까요?(잼리의 평균 속도의 크기는 16초 동안 동쪽방향으로 4m를 이동한 것이므로 0.25m/s입니다.) 16초 동안의 평균 속도의 크기와 16초 동안의 평균 속력은 다릅니다. 그리고 평균 속력이 평균 속도의 크기보다 더 크군요. 평균 속력이 더 큰 이유는 뭘까요? 속도를 구할 경우에는 처음 위치와 나중 위치 사이의 직선 거리를 측정하지만 속력을 구할 때에는 총 이동한 경로의 길이를 측정하므로, 잘 생각해보면 당연히 물체의 처음 위치에서 나중위치까지의 직선거리보다 물체가 방향을 바꿔가며 이동한 거리가 크기 때문에 평균 속력이 평균 속도의 크기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위치와 나중 위치 사이의 직선 거리와 총 이동한 경로의 길이가 같다면 '평균 속도의 크기'와 '평균 속력'은 항상 같은 값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물체가 등속도 운동(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빠르기로 운동)하는 경우입니다. 등속도 운동하는 물체라면 항상 변위의 크기와 이동 거리가 같을 수밖에 없으므로 평균 속도의 크기가 바로 평균 속력입니다. 또한 항상 같은 빠르기이므로 평균 속도의 크기는 순간 속도의 크기와 같을 것이고 순간 속력과도 같을 것입니다.
** 등속도 운동: 평균 속도의 크기 = 순간 속도의 크기 = 평균 속력 = 순간 속력
| 속도와 속력 |
일상의 대화에서는 '속도'와 '속력'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합니다. 물리학을 공부한 친구들도 대화할 때 굳이 속도와 속력을 따지면서 말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다음 2가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말하는 '속력'은 거의 대부분이 '시간당 실제 이동한 거리'를 구한 '속력'이기 때문에 '속도'라고 표현해도 이를 속력의 정의에 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운동장에서 친구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다음과 같이 질문 했을 때 어떻게 대답할까요?
[질문] 둘레가 500m인 운동장을 100초동안 1바퀴 돌았을 때 100초 동안의 '평균 속도'가 얼마야?
100초동안 500m를 움직였다는 것은 1초에 5m를 움직인 것이므로 5m/s라고 대답하고 이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렇게 구한 '속력'이 중요한 값이니까요. 하지만 속도의 정의에 따라 '속도'를 구하면, 한 바퀴를 돌았을 때 변위가 0이므로 100초 동안의 평균적인 속도는 0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답한다면, 더 이상 대화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이렇게 구하는 건 물리학 시험에서만 구하는 것으로 합시다. 하하하.)
둘째, 일상 생활에서 속력은 거의 대부분 '순간 속력'을 말합니다. '자동차 속도가 얼마야?'라고 물어본다면 자동차의 속도계를 보고 대답해 줄 것입니다. 속도계에 나와 있는 값은 내가 속도계를 보고 있는 그 순간의 속력입니다. 한 번 생각해봅시다. 매우 '짧은 순간' 물체는 거의 '직선 운동'을 할 것이고 그 때의 변위의 크기는 물체가 이동한 거리와 같을 것입니다. 즉, 물체의 순간 속도의 크기는 순간 속력과 같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속도'라고 하면 그건 '순간 속도의 크기'이고 이는 '순간 속력'과 같기 때문에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순간 속도의 크기는 항상 순간 속력과 같습니다. 그래서 속도의 크기를 간단히 속력이라고 합니다.
그럼, 물리학에서는 어떤 물리량이 더 중요할까요?
일상과는 달리 물리학에서는 '속도(velocity)'가 더 중요한 물리량입니다. 운동의 방향과 빠르기를 모두 아는 것이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시간동안의 평균 속도를 구하면 중간에 물체가 운동 방향을 바꾸더라도 알 수가 없어 답답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균 속도보다는 순간 속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매 순간마다 물체의 순간 속도를 알 수 있다면 물체가 운동을 시작한 순간부터 물체의 이동 방향과 위치의 변화를 모두 알아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물체의 속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1초 후의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1초 후가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순간 속도를 알고 있다고 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가능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물리량이 필요합니다.
그건 바로!
다음 장에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하하.
*** 속도와 속력의 정의를 아는 것이 다음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인데 이 속도와 속력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네요. 더 쉽게, 더 와닿게 말해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