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육아 휴직한지 이제 5개월차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남편이 육아 휴직을 한다면 어떨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흔쾌히 결정해준 남편에게 고마움만 가득했다. 하지만 대책없이, 앞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생각없이 결정된 휴직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휴직으로 바뀐 우리집 일상 모습.
아침이다. 내가 육아휴직을 할 때는 남편이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아기와 자는 것보단 혼자 자는게 푹 잘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이제는 내가 혼자 잔다. 왜냐면 내가 출근해야 하니깐. 남편은 잠귀가 어두워서 아이가 자면서 찡찡대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땐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하고 토닥토닥 재워준다.
아침은 항상 바쁘다. 씻고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부리나케 한다. 요즘들어 아이가 엄마 바라기가 되어서 아침에 안겨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마음이 좋지 않다.
남편은 일어나서 아이와 한바탕 놀아준다. 편하게 출근 준비 하라고 방문을 닫아주고 아침에 아이에게 간단하게 먹을 것을 챙겨준다. 만약 남편도 출근을 해야 한다면 아침에 얼마나 더 바쁠까 생각하면... 이 정도면 참 여유있는 아침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항상 생긴다. 주어진 일을 다하고 시간을 확인하면 퇴근 시간이다. 퇴근 시간에 눈치보지 않고 퇴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얼른 가방을 싸서 컴퓨터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오늘 저녁은 뭘 먹고 싶은지, 집에 필요한 식재료는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장을 봐서 집으로 간다.
집에 가서도 에너지가 남는다면 요리를 해서 먹거나 아님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남편은 요리를 못하기에 요리는 내가 할 일이다. 가끔은 남편이 직장 다니고 내가 휴직 했을 때를 비교하게 된다. 이건 심히 불공평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남편은 퇴근 시간이 늦었고 출근 시간이 빨라서 아이를 돌보며 집안집, 가정 경제, 식사 준비는 나의 일이었다. 하지만 난... 퇴근하고 나서 가정으로 출근하는 느낌..
어른이 두명 살 땐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외식을 하거나 하여 식사 시간에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아기와 같이 갈 식당은 거의 없다. 아기랑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없고... 가끔 어른들이 일을 하는게 결국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라는 말이 이럴때 들어맞는 말같다. 생활에서 먹는게 이렇게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다니..
식사를 준비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내가 아이와 놀아준다. 남편은 설거지를 한다. 2~3시간 놀다보면 아이가 잘 시간. 얼른 재우고 나도 남편도 쉬다가 잠을 잔다.
나의 보통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하루 일과를 보면 우리의 생활 패턴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그리고 생활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 많은 시간과 희생을 요하는 일이라는 걸 몰랐다. 물론 아이가 커가는 걸 바라보는 기쁨 또한 크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우리 손으로 아이를 키우기는 참 힘들다. 친정 엄마는 일주일에 2번, 4시간정도 아이를 봐주신다. 남편이 육아 우울증이라도 걸릴까봐, 처음하는 육아에 힘들어할까 배려해준다.
요즘은 남편들의 육아 휴직도 참 많이 늘었고 정부 정책도 남자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어떤가. 빨래 한번 돌려 본 적 없던 남편의 육아 휴직, 살면서 요리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남편의 육아 휴직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갈등도 있었다.
남편의 육아 휴직의 민낯은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습니다가 아니었다. 남편도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고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보람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남편의 육아 휴직은 나에게 성평등이란게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