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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Jun 23. 2021

우리 집 반려 식물 물주기를 부탁해!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초보자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물을 주는 일이다. '물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물에 물 주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잘 기억하면 누구나 식물 물 주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오늘은 우리 집 반려 식물이 건강할 수 있도록 물 잘 주는 방법을 알아보자.




식물 물주기 팁 A to Z


1. 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식물 물 주기의 기본은 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것이다. 꽃집 사장님이 1주일에 한 번 물을 주라고 하는 것은 대체적인 주기일 뿐 정답이 될 수 없다.


흙이 마른 정도를 확인한 후 물을 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흙이 이미 젖어있는 상태에서 또 물을 주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식물에게 큰 피해를 준다.


일주일에 한 번 집안의 모든 식물에 물을 주는 식으로 관리하면 개별적인 식물 상태가 고려되지 않아 과습이 될 우려가 있다.


© micheile, 출처 Unsplash


그런데, 식물에 따라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식물이 있고, 속흙까지 말라야 물을 주어야 하는 식물이 있다. 다육식물과 선인장은 속흙까지 마르면 물을 주는 건조에 강한 식물인 반면, 대부분의 관엽 식물은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흙이 마른 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첫째는 흙 색깔과 촉감으로 판단한다. 흙이 옅은 갈색이고 손으로 만졌을 때 묻어나지 않으며 쉽게 흩날리면 흙이 마른 것이다.



반대로 흙이 짙은 갈색을 띠고, 만졌을 때 손에 많이 묻어난다면 흙이 젖어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쉬운데, 문제는 화분의 흙이 마사나 장식돌로 덮여있는 경우다.


화분이 마사나 장식 돌로 마감되어 있을 경우에는 흙에 손가락을 한두 마디 찔러 넣어 보거나, 나무젓가락을 잠시 꽂아 두었다 빼내보면 흙이 젖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손가락 대신 나무젓가락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흙 속의 수분이 나무젓가락까지 전달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측정해야 다.



젓가락을 넣었다 10분~20분 정도 후에 꺼내보면 흙이 마른 화분은 나무젓가락에 거의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고 수분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젖어있는 흙에 넣은 나무젓가락은 흙이 많이 묻어나고 나무젓가락에 수분도 많이 흡수된 모습이다. 이 방법으로 이 젖어 있다고 판단되면 물을 줄 필요가 없다.


위는 젖은 흙에, 아래는 마른 흙에 꽂아 둔 나무젓가락


흙이 마르는 것을 잘 확인하려면 초보자의 경우 흙 위의 마사나 장식돌을 걷어내고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육안이나 촉감으로 쉽게 흙 마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


아래 사진처럼 일부를 마감하지 않고 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다. 투명 페트병을 잘라 꽂은 다음 이 부분은 흙이 보이도록 마감한 방식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장식돌이 관상 가치를 높이고 바람에 의한 흙 날림을 방지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식물이 물을 달라고 표현하는 방법은 그 외에도 화분을 들어 보았을 때 무게가 확연히 가볍게 느껴지거나 잎이 아래로 쳐지는 등의 현상이 있다.


잎에 생기가 없어지거나 잎을 만졌을 때 힘이 없는 것도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과습일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므로 세심히 관찰해야 다.


다육식물은 잎이 쪼글쪼글해지거나 만졌을 때 말랑한 느낌으로 속흙까지 말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흙이 바짝 말라 화분이 가볍고 금방이라도 먼지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흙이 충분히 마른 것으로 판단해도 좋다.


오른쪽 선인장은 수분이 부족해 쪼글쪼글 주름이 생겼다


2. 키우는 환경을 고려한다.


그런데 같은 식물은 물 주는 주기도 같은 걸까? 정답은 예상대로 NO! 계절, 장소, 화분 재질, 흙 배합에 따라 물을 주는 주기는 천차만별이므로 같은 식물이라도 물은 다른 시기에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성장기에는 흙 마름이 빨라질 수 있고,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흙 마름이 더디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물 주는 주기는 반드시 조절해야 다.


하지만, 요즘에는 겨울이라도 난방기 사용 등으로 온도가 높게 유지되고 건조하여 흙이 평소와 비슷하게 마를 수 있으므로 case by case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 외에도 베란다 등 햇빛과 바람이 좋은 장소와 통풍이 부족한 실내 공간에서 자라는 식물의 물주기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화분 재질에 따라서도 테라코타 소재의 토분은 흙이 빠르게 마르고, 유약을 바른 도자기 소재는 흙이 더디 마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해서 물 주는 주기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3. 한번 줄 때 흠뻑 주기!


물을 줄 때는 조금씩 자주가 아닌 한 번에 흠뻑 주는 것이 정답! 물은 배수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갈 때까지 흠뻑 주는 것이 맞으며, 몇 ml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화분 크기나 흙 배합 등에 따라 공급해야 하는 물의 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예외로, 스투키 등 뿌리가 미약한 식물을 큰 화분에 심었을 때는 물을 겉흙에 살짝만 주는 것이 좋다



물을 주는 것은 세포 유지와 광합성을 위한 수분 공급 목적 외에도 화분 안에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고자 함이다. 물을 배수될 때까지 흠뻑 주면 뿌리의 산소 호흡을 돕고 유해 가스와 노폐물은 배출할 수 있다물을 주고 난 후에는 뿌리가 숨 쉴 수 있게 물받침에 고인 물을 반드시 비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물구멍으로 물이 배출될 때까지 충분히 주세요.


4. 물살은 약하게 골고루!


물을 줄 때는 물살을 약하게 조절해서 모든 부분에 골고루 물을 주도록 노력해야 다. 센 물살로 한 곳에만 물을 줄 경우 물길이 생겨 흙을 제대로 적시지 못한 채 물이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물살이 세거나 물뿌리개로 나가는 물줄기가 굵을 경우 흙이 파이거나 튀어서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다. 섬세한 손길로 살살 물을 주되, 충분한 양을 공급하는 것을 잊지 말자!


© markuswinkler, 출처 Unsplash


5. 잎까지 샤워시켜 준다.


대부분의 관엽식물은 물을 줄 때 잎까지 샤워시켜 주면 엽면의 수분 공급이나 병충해 예방에 도움이 다. 잎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어 공기 정화 기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모든 식물을 샤워시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꽃이 있는 식물이나 허브처럼 잎이 잔잔하고 연약한 식물들, 잎에 벨벳 질감이 느껴지며 솜털이 있는 식물, 산세베리아와 행운목처럼 잎 사이에 물이 고일 수 있는 식물은 흙에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이런 식물들은 화분째 물에 담그는 저면관수 방법을 활용하면 손쉽게 물을 줄 수 있다. 저면관수 방법은 집을 장기간 비울 때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6. 물을 주는 시간대가 따로 있다.


식물에 물을 줄 때는 너무 춥거나 더운 시간을 피한다. 물을 주는 시간대는 이른 오전 시간이 가장 좋으나,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 시간도 괜찮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시간을 골라 물을 주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너무 이른 시간보다는 따뜻한 시간대를 골라 물을 주어야 다.


© rebekkaurban, 출처 Unsplash


해가 강할 때 물을 주면 잎에 물방울이 맺혀 있을 경우 잎이 햇빛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직광이나 뜨거운 햇빛은 차광해 주거나 그늘에서 식물에 묻은 물기를 말린 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한낮에 화분의 흙이 흠뻑 젖어있을 때는 화분 내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 사우나처럼 찜통이 된다. 당연히 뿌리가 상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밤에 물을 주면 흙 마름이 더디므로 과습과 곰팡이 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냉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밤에 물 주는 일은 자제해야 다.


© simonataka, 출처 Unsplash


7. 물 주고 나서는 통풍과 환기


물을 잘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충분한 환기로 통풍을 도와주는 것이다. 식물이 과습으로 죽는 이유는 물을 자주 또는 많이 주는 것도 원인이지만, 환기 부족으로 흙 마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큰 이유다.


특히 다육식물이나 선인장은 물 주고 나서 과습으로 무르거나 썩는 경우가 많으니 창문을 잘 열어 통풍이 잘 될 수 있도록 해 주자. 창문을 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서큘레이터나 선풍기, 실링팬 등으로 공기 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차선책이다.



8. 받아둔 실온의 수돗물이 베스트


물의 온도는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 않은 실온의 물이 가장 좋다. 수돗물을 하루 이틀 받아두었다 사용하면 베스트! 수돗물 염소 성분은 잎끝의 갈변을 일으키고 식물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물을 받아두어 이를 제거한 후 주는 것이다. 


야자류는 특히 염소 성분에 민감히 반응해요


가끔 정수기 물을 주면 되지 않을까 묻는 분들도 있는데, 정수기 물은 미네랄이 부족해서 식물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정수 필터가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 성분까지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의 자연스러운 성분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하루 이틀 받아놓은 수돗물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정수기 물을 주거나 수돗물을 바로 준다고 해서 식물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더 좋은 방향을 말씀드리는 게 가드너의 역할이니까(나도 가끔 집에서는 수돗물을 바로 준다.)



9. 빗물은 식물에게 보약


여건이 되면 가끔 비를 맞혀 자연스럽게 수분을 공급해 주는 것도 식물 건강에 도움이 다. 빗물 속 미네랄이 식물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어주기 때문. 빗물을 받아두는 것도 좋지만, 내리는 비를 직접 맞히면 용존 산소량이 높아서 식물에게 아주 유익하다.


또한 내리는 비가 공중습도를 높여주고 잎에 쌓인 묵은 먼지를 자연스럽게 씻어준다. 하지만, 장마철 라벤더,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식물에게 비를 계속 맞히면 잎이 까맣게 변하는 등 피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한다.



10. 수경식물 물갈이는 이렇게!


그래도 물 주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수경재배식물 키우기에 도전해 보자. 흙 없이 물에서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물갈이만 일주일에 한 번 하면 된다. 수경재배식물을 키울 때는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식물 뿌리에 흙이나 노폐물을 완벽히 제거해서 나쁜 미생물이 번식하거나 물이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물의 높이는 뿌리만 물에 닿도록 수위를 조절한다. 일부 수중식물은 잎이 물에 잠겨도 무방하지만, 일반적인 식물은 줄기나 잎이 물에 잠기면 썩거나 물러지기 쉽다.





오늘은 식물 집사가 꼭 기억해야 하는 10가지 식물 물 주기 방법을 알아보았다.

1. 흙이 마른 정도를 확인하고 물을 준다.
2. 계절, 장소, 화분 재질 등 키우는 환경을 고려한다.
3. 물은 한 번 줄 때 충분히 준다.
4. 물살은 약하게 해서 골고루 준다.
5. 잎까지 샤워시켜 준다. (예외 있음)
6. 물을 줄 때 너무 춥거나 더운 때를 피한다.
7. 물 주고 나서는 환기와 통풍을 시켜준다.
8. 하루 이틀 받아둔 실온의 수돗물을 준다.
9. 가끔 빗물을 맞히면 식물에게 보약이 된다.
10. 수경식물은 뿌리 청결과 수위 조절이 생명!



식물은 물 주기만 잘해도 누구나 초록 손(GREEN THUMB)이 될 수 있다. 복잡해 보이더라도 물 주기 법칙 10가지만 잘 챙기면 '물주기 3년'이 아닌 '물주기 3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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