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드는 원래 고대 켈트족의 사제로 정치, 종교, 마법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왕에게 조언을 하던 자였다고 한다. 요즘엔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에서 드루이드가 등장하는데,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생명을 보호하고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마법사로 그려지곤 한다.
예전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그린썸'라고 했는데 요즘엔 '드루이드'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죽어가는 식물을 잘 소생시키거나 빠르게 성장시키는 사람을 빗대어 마법의 능력으로 자연을 다루는 드루이드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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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드루이드 전성시대
요즘엔 식물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마다의 가드닝 스킬을 가진 방구석 드루이드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예전엔 식물 키우기에 단 하나의 정답만 있었다면 요즘 식물을 키우는 마법은 정말 다양한 것 같다.
사실, 원예를 전공한 사람보다 식물을 애정으로 오래 키운 사람이 식물에 대해 현실적으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책에서 만난 어떤 식물학자는 식물을 소유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은 식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실내 식물에 대해서는 직접 키워본 사람이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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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의 상대적 마법들
책이나 인터넷에서 가드닝을 배운 드루이드는 화분에 물을 줄 때 물구멍 밖으로 물이 빠져나올 때까지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말을 정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드루이드는 양분이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에 물이 새어 나가지 않을 정도만 주라고 한다.
많은 드루이드들이 분갈이를 할 때 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마사나 바크, 난석 등으로 배수층을 형성한 후 흙을 넣지만, 어떤 드루이드는 그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물빠짐을 안 좋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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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환기는 식물 키우기에 절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드루이드는 공기 흐름에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서큘레이터 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한 드루이드는 서큘레이터 사용으로 식물의 잎을 흔드는 것은 오히려 식물에게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드루이드는 식물을 물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드루이드들은 물에서도 식물을 수년간 키우며 그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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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계에 절대 마법은 없다!
때론 서로 내 방식이 맞다, 네 방식은 틀렸다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모두가 틀리지 않다. 오래 식물을 키우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식물은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는 걸 알겠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 방법이 맞는데, 다른 환경에서는 다른 방법이 맞다.
그러니, 나의 방식, 나의 환경을 기준으로 무조건 내 마법이 통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의 공간, 나의 식물에 맞는 방식은 내가 가장 잘 찾을 수 있다. 다른 드루이드의 마법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다. 때로는 마법에 멋지게 성공하고, 때로는 처참하게 실패하며 나만의 가드닝 스킬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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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누가 이렇게 하니까 좋다더라~라는 말만 믿고 내 식물을 대하는 건 위험하다. 많이 알려진 기존의 방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답습하는 것도 때론 위험하다. 식물의 종류도, 키우는 환경도, 그것을 다루는 식집사도 다른데 한 가지 방법이 정답일리가 없다. 대신, 케바케라는 말은 식물계에 있어 거의 확실한 정답이다.
드루이드의 마법은 모든 상황에서 통하진 않는다는 것! 결국 나만의 마법을 갈고닦아야 한다. 식물을 오래 키우면서 나는 그것 하나만이 의지할만한 지혜라는 걸 깨달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