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체인 / 스트링 오브 하트 키우기
아이가 12살이지만 나는 아직도 잠자리 동화를 읽어준다. '이야기 고양이'라는 또 다른 부캐로 밤마다 아이 방에 살금살금 들어가 책을 읽어주는데 다 큰 아이도 아직 좋아한다. 요즘 읽는 책은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 완역본이다.
책을 펼치니 익숙한 라푼첼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라푼첼은 '들상추'라는 뜻으로 요즘 '비타민'이란 이름으로 마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채소다.
라푼첼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아내는 집 근처 요술쟁이 할멈의 뜰에서 아주 먹음직스러운 들상추를 보았다. 아내는 그 들상추가 너무나 간절히 먹고 싶어 점점 야위고 죽을 지경까지 되었다. (비타민이 그렇게 맛있나?)
보다 못한 남편은 금기의 뜰로 가서 들상추를 한 움큼 뜯어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아내는 들상추 샐러드를 만들어 허겁지겁 먹었는데, 역시나 들상추를 더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은 또 요술쟁이 할멈의 뜰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요술쟁이 할멈에게 딱 걸리고 만다.
할멈은 들상추를 원하는 만큼 가져가게 해주는 대신 아내가 낳을 아이를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라푼첼. 할멈은 숲 속 아주 높은 탑에 라푼첼을 가두고, 라푼첼의 긴 머리카락을 타고 탑 위로 올라가 그녀를 만난다. (그림 동화 중 라푼첼 재구성 / 민음사)
그런데, 오늘 러브체인을 보니 꼭 그림 동화 속 라푼첼의 긴 머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브체인은 참 독특하고 아름다운 식물이다. '러브체인', '스트링 오브 하트'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의 상징인 하트가 끈에 주렁주렁 엮여 있는 재미있는 모습이다.
하트 모양의 작은 잎은 귀여운 느낌을 주고, 그레이 컬러가 가미된 차분한 초록 잎에 특유의 패턴이 이색적이다. 러브체인의 꽃말은 '끈끈한 사랑', '협력', '서로 돕다' 등인데 그 의미가 마음에 와닿는다.
러브체인은 라푼첼의 머리카락처럼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자라므로 행잉 플랜트로 키우면 좋다. 창가에 행잉 바스켓을 조로록 걸어두면 자연 커튼 역할을 할 수 있고, 높은 선반에 올려두고 키워도 예쁘다. 게다가 독성이 없어 반려동물과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도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다.
러브체인은 다육성 덩굴식물로 키우기도 쉽다. 덩이뿌리에 물을 저장해 두므로 건조에 강한 편. 물을 자주 줄 필요도 없고, 주변 환경이 건조해도 별도로 분무하지 않아도 된다. 아차 물! 하며 뒤늦게 물을 주어도 강건하게 잘 버티는 녀석이라 다소 무심하거나 바쁜 생활패턴을 가진 분들이 키우기 좋다.
러브체인의 줄기는 길게 늘어지며 서로 얽히고설키기 마련이다, 라푼첼의 머리를 빗듯이 단정하게 풀어주어야 할까? 줄기의 엉킴을 가지런히 빗어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분들도 있다.
내 경우엔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 둔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식물에 손을 잘 대지 않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게으른 탓도 있고...
다시 라푼첼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나중에 왕자와 높은 탑을 떠날 계략을 세웠다는 걸 눈치챈 요술쟁이 할멈은 라푼첼의 아름다운 머리채를 손에 둘둘 감고는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다. (긴 생머리인 딸은 이 대목에서 소리를 꺅 질렀다.)
러브체인을 키우는 식집사 역시 요술 할멈처럼 가끔은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끝을 모르고 금방 키만큼 내려오는 덩굴식물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자랄 수 있나 내버려 둔 아이가 있는데, 천장에서 내려와 이미 바닥을 한참 기어가고도 남았다.
러브체인은 밝고 따뜻한 곳에서 물은 아끼며 무심한 듯 키우면 된다. 실내에서 키운다면 2주에 한 번 정도 베란다에서 충분히 물을 준 후, 반나절 정도 건조대에 걸어 바람을 쐬어주면 튼튼하게 키울 수 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성장도 빠르고 튼튼한 성질을 가져 초보 가드너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식물, 러브체인. 나의 제1호 반려 식물로 함께 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