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들 2-4

밥 한 끼

by 황은화

2막 4장

밥 한 끼

군산. 어느 허름한 연립주택 314호.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세 남자의 목소리.


여기네. 314호.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왜 오셨어요?


같이 들어가자.


아닙니다.


같이 들어가요. 형님!


같이 하자!


형님, 이건 마부들 일이 아니에요. 제 일이에요.


쉬운 일 아니잖아. 같이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제가 찾고 싶습니다. 제가 찾아야해요.


알았다.


고집은……. 확 그냥 막 그냥 진짜. 우리 여기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형, 도움 필요하면 바로 불러요. 여기 탁 있을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건너편 슈퍼에서 뭐 드시고 계세요. 필요하면 제가 전화할게요.


그래.


꼭 연락해요!


어.


척,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두운 무대.


척은 작업복이 아닌 양복에 마스크를 하고 있다. 한 손에는 검은 봉투를 들고 있다. 척은 심호흡을 하고 방의 주변을 살핀다. 물건들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피다가 시선을 이불로 향하더니 이불로 급하게 다가간다. 이불은 안에 누군가 잠든 것처럼 부피감이 있다. 척이 천천히 들춰 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는 아버지 사진과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를 발견하고 품에 안는다.


잠시 후, 밥상을 찾는다. 밥상을 펴 가져온 검은 봉투에서 막걸리와 편육, 김치와 햇반, 종이컵을 꺼내 상을 차린다. 그러고는 이불로 다가가 이불을 사람 모양처럼 (바위처럼) 만들어 세워둔다.


(애써 태연한 척) 아부지! (사이) 아부지, 저 왔어요. 척이 왔어요. 쉬고 계셨어요? 피곤하셔서 일찍 누우셨나 보다. 허리 더 안 좋아지신 거죠. 저요? 전 잘 지내요. 이혼하고 한 3년 힘들었는데 지금은 돈도 잘 벌어요. 사업 시작했어요. 아부지 뜻대로 척, 척 (사 이) 제가 잘하잖아요. 아부지, 저 바쁘긴 한데 지나가다가 아부지 생각나서 왔어요. 밥 먹으려고요. 아버지랑 간만에 밥이나 한 끼 먹으려고 왔어요.


이불의 모양을 다시 바로잡고는,

사이.


편육 좋아하시죠? 요기 앞 시장에서 사 왔어요. 아부지, 거기서 사 드시잖아요? 아부지 시장 음식 좋아하니까. 드세요. (사이) 같이 먹어요.


막걸리를 두 잔 따라 내려놓는다. 한 잔은 자신이 마신다.


아부지, 밥 싫으시면 술하고 고기 좀 드세요. 전 밥 먹을게요. 배고파요. 많이, 많이요.


척은 천천히 밥을 먹는다. 천천히 먹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몸을 떨기도 하지만 다시 맘을 가다듬고 술과 고기를 먹는다.


맛있네요. 예전에 먹던 맛 그대로네요. 예전 맛 그대로.


먹던 동작을 조심스레 멈추고 이불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척.


(떨리는 목소리) 아부지, 어디 계세요?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 제가 꼭 찾을게요. 아부지, 지금 어디에 계세요?


척, 눈물을 흘린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조용한 음악이 깔린다.

암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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